문자중독-Reading/문학*문사철300

보이지 않는 invisible

gowooni1 2011. 6. 11. 16:37

 

 

 

1967년 봄, 컬럼비아 대학교 2학년생이던 애덤 워커는 한 남자와 재미없는 파티에서 만난다. 남자 옆에는 매력적이지만 말수가 적은 여자가 담배를 피우며 멍청한 눈빛을 하고 있었고 워커는 그 여성에게 은근히 끌린다. 여자의 이름은 마고. 마고는 보른과 결혼을 전제하에 동거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자신의 여자로 만들겠다고 결심하는 것은 어린 학부생에게 무리였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워커는 그들이 프랑스에서 왔고, 보른이 컬럼비아 대학교의 정치학 강사로 출강하는 이유 때문에 뉴욕에 임시적으로 살고 있다는 정보를 얻는다. 워커는 보른에게 자신이 사실은 창작열에 불타오르는 문학도임을 어렵지않게 털어놓고 시인이 되기 위해 시간을 상당히 할애하고 있다는 점 등을 이야기한다. 보른 워커의 이야기가 흥미롭다는 듯 경청해주었지만 모든 것이 따분해 죽겠다는 표정의 마고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며칠 후 보른은 워커에게 전화로 자신이 문학잡지를 창간할만큼의 비용을 대줄테니 한 번 문학적 재량을 마음껏 펼쳐 보라는 뜻을 전한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서 어마어마한 지원자금을 받게 된 워커는 한 편으로는 의심쩍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기쁘기도 한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보른의 집에 방문을 한다. 예상대로 그의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에는 마고가 문을 열어주었고 멋진 식사를 대접받았다. 보른은 처음 파티에서 만났을 때와 달리 기분이 매우 저조하여 예의라는 것을 완전히 까먹어버린 폭군처럼 행사를 했지만, 그건 워커 때문이 아니므로 자신의 그런 행동에 신경쓰지 말라고 말하고, 처음 문학잡지 창간비용을 대겠다는 의사에는 변함이 없으니 조만간 근사한 사업계획서를 하나 만들어 오라고 말한다. 워커는 용기를 내어 묻는다. 당신은 나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으면서 어째서 그런 큰 돈을 줄 생각을 선뜻 했습니까. 그는 처음에는 사람을 보는 자신의 감이라고 말하다가, 마고가 자리를 뜬 상황에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한다. 사실 그런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마고였다고 말이다.

 

문학도가 되겠다는 거창한 열망을 가진 사람치고 스쳐지나 갈 수 없는 중대한 문제점, 예술이냐 생계냐에 대한 고민이 일순간에 사라지고 잘만 하면 여전히 글을 쓰는 행위로 밥 벌어먹고 살 수 있게 된 워커는 그런 제안의 원천인 마고에게 더욱 끌린다. 호감 반, 감사함 반으로 다시 찾아간 보른의 아파트에는 마고밖에 없었다. 보른은 일 때문에 며칠 동안 파리에 머물 예정이었고 마고 혼자 뉴욕에 남은 상태였다. 마고는 전처럼 근사한 저녁을 차려주었고, 워커는 이 유혹적인 여성의 힘에 저항 한 번 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그녀와 동침을 한다. 그런 상태는 보른이 파리에서 돌아오기 직전까지 이어지고 마지막 날 마고는 싸늘하게 이별을 암시하는 말을 한다.

 

며칠 후 워커가 보른에게 찾아갔을 때 그의 아파트에 마고는 없고 아파트의 주인만이 유난히 유쾌한 기분으로 학부생을 맞이한다. 학생이 용기를 내어 강사에게, 마고는 어디에 갔냐고 물었을 때 보른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식으로 말을 한다. 그녀는 파리로 돌아갔으며, 자신이 없을 동안 벌어진 일을 마고가 전부 이야기 해 주었다는 것, 그러니까 자신은 마고와 워커가 함께 잠을 잤다는 사실을 다 알게 되었고 그녀와 헤어졌다는 것, 그 일 때문에 워커를 원망하지는 않고 오히려 마고의 종잇장처럼 가벼운 지조를 잘 알게 해주어 고마워하고 있으며, 처음 그가 제안했던 창간호 자본을 대주겠다는 의사에는 전혀 변함이 없으니 앞으로도 우리 두 사람의 관계에는 별 이상이 없을 거라고 했다. 워커는 상당히 난감하고도 절망적인 기분으로 보른의 아파트를 나온다.

 

그러던 어느 날 사건이 하나 터졌다. 워커와 보른이 뉴욕의 어두운 골목을 걷고 있는데 흑인 소년이 다가와 총구를 들이밀며 가진 것을 다 내놓으라고 협박을 했다. 그때 워커의 주머니에는 조금 전 보른에게서 받은 어마어마한 금액의 수표가 들어있었다. 목숨에 위협을 느끼며 어떻게 해야 좋을지 가늠을 해보고 있는 사이에 보른은 자신의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그 어린 소년의 배를 깊숙히 찔러 죽여버렸다. 소년의 총에 장전이 되어 있지 않았다는 사실은 보른의 입장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은 생명에 대한 협박을 받았고 그에 대한 정당방위를 한 것 뿐이라고 말했지만 워커의 입장에서 그것은 엄연히 살인 행위였고 인간에 대한 애정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끔찍한 범죄였다. 그 사건 이후 워커는 수표를 갈가리 찢어 보른 앞으로 보낸 다음 경찰에 신고를 하러 갔지만 이미 보른은 자국으로 종적을 감춰버린 후였다.

 

1부가 워커, 보른, 마고 세명이 주축이 되어 돌아가는 이야기라면 2부는 워커와 그의 누나 그윈 두 사람이 주축이 된다. 혼자 뉴욕에 남은 워커는 자신의 정신을 정상적인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사람과 함께 살아야 할 필요를 느끼고 그윈과 함께 지내기로 한다. 워커는 어렸을 때부터 그윈과 유난히 친밀한 사이를 유지해왔다. 정신적으로는 물론이었고 육체적으로도 마찬가지여서, 둘은 서로 사춘기를 지날 때에도 상대의 신체적 변화를 빈틈없이 지켜보았다. 그랬던 누나와 다 큰 상태에서 한 집에서 살게 되었다는 것은 둘 사이에 무언가 육체적 긴장감이 흐르게 된다는 것을 암시했다. 자신의 혐오스러운 인생의 말년에 일종의 회고록으로 남겨둔 애덤 워커의 소설은 학창시절 별로 친하지는 않았지만 서로에 대한 신뢰는 있었던 친구에게 배송되고, 두 사람은 어느 날 저녁에 식사를 하기로 약속을 잡는다. 하지만 친구가 워커의 집에 도착했을 때 이미 워커는 엿새전 세상을 떠나버린 후였고, 그는 의붓딸에게서 원고 제3부를 전해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