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Daily/영화-MOVIE

라푼젤 Tangled,2010

gowooni1 2011. 5. 8. 22:26

 

원래 그림형제가 쓴 동화 라푼젤의 이야기는 대충 이렇다. 어느 평범한 여자가 임신 중 옆집 마녀의 채소가 너무너무 먹고 싶었는데, 남편이 그걸 몰래 갖다주다 걸리자 마녀는 아이가 태어남과 동시에 그 아이를 데리고 가 성에 가두어 키웠다. 마녀는 아이의 이름을 라푼젤이라고 짓고 높다란 성에서 머리를 기르게 하였는데 입구가 없는 그 곳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오직 라푼젤의 머리를 타고 올라가는 방법 뿐이었다. 라푼젤, 라푼젤, 너의 머리를 내려주렴, 하고 성 아래에서 외치면 라푼젤의 긴 머리가 성벽을 타고 내려왔다. 어느 날, 한 왕자가 라푼젤이 부르는 노래 소리를 듣고 반해 성까지 찾아가게 되고 둘은 사랑에 빠지는데 이를 알게 된 마녀가 라푼젤의 머리카락을 자른 후 내쫓고, 왕자는 가시덤불에 떨어져 눈을 멀게 된다. 세월이 흘러 라푼젤의 노래를 듣고 찾아간 왕자의 허름한 모습에 슬픔과 감동을 느낀 라푼젤이 그의 얼굴에 눈물을 떨어뜨렸을 때, 기적처럼 왕자의 시력이 돌아오고 둘은 성으로 돌아가 Happily Ever After한 삶을 살게 된다. 끝.

 

 

 

2010년에 월드 디즈니가 50번째 작품을 기념하며 야심차게 준비한 라푼젤의 스토리는 정 반대다. 일단 라푼젤의 출신이 평범한 부부의 딸에서 왕국의 공주로 격상하고, 라푼젤의 신분상승을 유도해야 할 남자는 도적질로 연명하기에 급급한, 병명만 왕자인 남자로 등장한다. 라푼젤을 성에 가둔 마녀는 라푼젤의 머리를 잘라버리지 못하고 오히려 그 머리가 잘리면 절대 안되기 때문에 성에 가두어 절대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다. 라푼젤은 왕자님이 성에 들어와 사랑을 나누어 주기를 바라는 수동적인 여자가 아니라 성 밖으로 나가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 안달이 난 모험심과 자립심 강한 여주인공이라는 컨셉도 원작과 정 반대이다. 그러니까 컨셉은 그림형제의 라푼젤에서 빌렸을 지라도 월트 디즈니의 탱글드Tangled는 전혀 다른 하나의 이야기라고도 봐 줄 수 있다.

 

 

 

Tangled의 시작은 이렇다. 옛날 옛적에, 하늘에서 떨어진 마법의 금빛 꽃이 있었는데 그 꽃에는 젊음을 회복시켜주고 상처를 치유해주는 굉장한 힘이 있었다. 가젤이라는 마녀는 홀로 그 꽃의 힘을 이용해서 몇 백년이나 젊음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왕국의 왕비가 임신 중 큰 병에 걸려 그 꽃을 뿌리채 뽑아 가져가 버렸고, 가젤은 자신의 젊음을 영원히 유지하기 위해 왕실에 침입해 어린 라푼젤을 유괴해 버렸다. 신기하게도 라푼젤의 머리에서 그 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났는데 한 번 잘린 머리카락은 갈색으로 변하면서 그 힘을 잃고 말았다. 가젤이 라푼젤을 통째로 데려가 성안에 가두어 머리 한 번 못 자르게 한 채 18년을 길러야만 하는 결정적인 이유였다.

 

 

 

마녀 가젤을 엄마로 알고 지낸 시간이 오래토록 흘러 열 여덟살이 되는 생일, 라푼젤은 드디어 엄마한테 큰 부탁을 하나 할 결심을 한다. 매년 자신의 생일에 창밖으로 뜨는 연등을 가까이 보러 데려가 달라고 하는 것. 한 번도 성 밖을 나가본 적이 없는 라푼젤로서는 엄청난 고민 끝에 부탁을 했지만 마녀 가젤은 한 마디로 잘라 거절한다. 바깥 세상은 너무나도 위험하므로 절대 성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오랜 순응 기간 끝에 처음으로 엄마의 뜻을 반하는 행동의 시초였으나 금방 좌절되고 말았다. 하지만 라푼젤의 성격으로 보아하니 반항 본능은 제아무리 긴 순응의 기간을 지났어도 순순히 사그라들 것 같지 않다. 마침 도주중인 지명수배자 플린 라이더가 숨을 구석을 찾아 라푼젤의 성 안으로 몰래 기어들어오고 라푼젤은 그와 딜을 한다. 자신을 연등 행사 장소로 데려가주면 숨겨놓은 플린 라이더의 보물을 건네주기로 약속한다.

 

 

 

이제부터 라푼젤의 본격적인 모험이 시작된다. 늘 같은 하루의 반복이던 삶에서 처음으로 능동적인 행동으로 시간들을 채운다. 세상을 경험하고 많은 사건을 겪으면서 자신이 살던 세상이 전부가 아님을 파악함과 동시에 가젤의 말이 전적으로 옳지 않다는 것도 깨닫는다. 홀로 서기 위해 겪어야 하는 시련과 고난과 마음 고생은 당연한 것이지만 21세기형 라푼젤은 그따위 것에 눈 깜짝도 하지 않고 꿋꿋히 맞선다. 하나의 세계를 얻기 위해 기존의 세계를 파괴하는 용기와, 사람을 전적으로 믿으며 사랑할 줄 아는 용기는 라푼젤이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던 미덕으로 나오지만 실은 21세기 관객들의 공감대를 전적으로 형성하기 위해 월트 디즈니사에서 전략적으로 끼워놓은 현시대형 미덕이다.

 

 

다행히 관객들은 거기에 완벽히 넘어갔다. 라푼젤이라는 여성적 느낌이 물씬 나는 제목을 Tangled라는 엉뚱한 제목으로 바꿔버린 것도 남성 관객들까지 고려한 마케팅적 술수일지는 모르지만 성공했다. 오랜 부진을 겪고 월트 디즈니는 그들의 50번째 작품에서 드디어 상당한 관객몰이를 할 수 있었다니 다행이다. 참고로 Tangled는 헝클어진, 엉킨 이라는 정도의 뜻으로 라푼젤의 머리가 절대 엉키지 않는다는 것의 반어적 제목이라고는 하는데 잘 와닿지는 않고 하니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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