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Daily/영화-MOVIE

마녀 배달부 키키(미야자키 하야오,1989)

gowooni1 2011. 1. 13. 15:35

 

 

키키는 명랑하고 잘 웃고 공손한 열세 살의 귀여운 소녀이다. 이 소녀가 평범한 소녀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마녀의 피가 흐르고, 그래서 자립심이 매우 강하다는 점이다. 아주 오랜 전통에 따라 열세 살이 된 마녀들은 1년간 외부 마을로 수행을 떠나야 한다. 며칠 동안 갠 날이 계속될 것이라는 라디오 예보를 들은 화창한 만월의 밤에 키키는 수행을 떠나기로 결심을 한다. 미야자키의 작품에 등장하는 어린 소녀들과 마찬가지로 키키는 굉장히 씩씩하고 긍정적인 캐릭터로 나온다. 작품 처음에 등장하는 목가적인 풍경과 늘 비슷비슷한 캐릭터 외모 때문에 처음에는 1979년에 미야자키가 장면을 맡았던 빨간머리 앤의 느낌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할 줄 아는 것이라곤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나는 것밖에 없는 어린 마녀는 가족과 친구들의 배웅을 받으며 출발한다. 마녀의 피로 남보다 나은 것이 비행하는 능력뿐인 것 치고는 불안한 주행을 하는 키키를 보며 다들 걱정을 한다. 딱 한 명, 키키를 빼고. 자신이 수행을 하면서 살 마을에 대한 환상적 조건, 굉장히 큰 마을이어야 하고 바다가 보여야 한다는 그 조건 속 미래에 대한 즐거운 상상을 하느라 걱정할 틈이 없다. 일기예보가 틀리고 갑자기 쏟아지는 엄청난 비 때문에 소들을 실어 나르는 기차의 볏더미 위에서 하루를 보내게 된 그녀는 문명의 힘을 빌려 상당히 먼 곳까지 이동하게 된다. 그리고 드디어 자신이 상상하던 조건과 완벽하게 들어맞는 환상적인 마을을 발견한다.

 

 

새로 도착한 마을에는 모든 것이 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과 큰 건물들, 시계탑과 마트와 예쁜 옷을 파는 가게들, 패셔너블한 소녀들과 패거리로 몰려다니는 소년들, 교통 신호와 많은 차량들, 거기다 마을은 바다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었으니 키키가 한 눈에 반할 만도 했다. 오랜만에 보는 마녀의 등장-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나는 모습-에 한동안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즐거운 기대로 도시에 착륙하지만 이내 곧 도시 사람들의 특징인 무관심과 매정함에 실망을 하게 된다. 더구나 불안정한 착륙 때문에 시내의 교통을 마비시키고 말아 경찰의 훈계를 잔뜩 듣고 주눅이 든 키키는 집을 떠나온 후 처음으로 슬픈 마음이 든다.

 

 

자신이 이 마을에 머물러 일년 간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을 하느라 집에서 가져온 샌드위치도 먹지 못하는 키키. 같이 온 검은 고양이 지지만이 키키 곁에 머물며 다른 마을을 찾아보자고 말한다. 하지만 키키는 씩씩하다. 오직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강점을 살려 먹고 살 방편을 찾아내고 만 것이다. 하늘을 날 줄 아는 마녀의 능력으로 누구보다 빠른 배달 서비스를 하겠다고 생각해낸 그녀에게 행운이 따라서 빵집 주인 내외의 일을 도우며 숙박과 전화비용까지 해결되었다. 집을 나와 처음으로 맛본 고뇌 후에 처음으로 큰 행운이 따른 것이다.

 

 

하늘을 날 줄 아는 그녀의 이야기가 사람들에게로 조금씩 퍼져나가고 그러는 동안 키키를 동경하는 소년도 등장한다. 하늘을 너무나 날고 싶어하는 소년은 처음부터 키키에게 반할 수밖에 없었다. 소년은 키키를 끈질기게 쫓아다니며 친구하고 싶어하는데, 시골에서 올라온 새침데기 소녀 키키의 눈에 부끄러움이라고는 모르고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소년은 영 불량해보인다. 마음을 열지 않는 키키와 마음을 사고 싶어하는 소년. 소년은 자신의 클럽에서 비행자전거 완성기념 파티에 키키를 초대하고 그녀를 데리러 저녁 여섯시에 오겠다고 한다. 하지만 시작한 지 얼마 안된 자신의 배달 사업을 완수하느라 약속은 무산되고, 일 하는 도중 만난 큰 비에 홀딱 맞은 키키는 며칠 간 감기에 걸려 자리에 눕고 만다.

 

 

집을 떠나 고생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키키는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집에 돌아가겠다는 생각 따위는 애초에 들지도 않았다. 게다가 약속이 무산되고 난 후 소년과의 사이가 묘하게 좋아져서, 처음으로 만나는 이성친구에 대한 마음에 기분도 들뜨고 신이 난다. 하지만 곧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자신과 있다가 친구들에게로 달려가는 소년의 모습을 보면서 심술이 나고, 집으로 돌아와보니 지지의 말이 평범한 야옹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이상한 기분이 들어 빗자루 위에 앉아보니 공중으로 뜨지 않는다. 마음의 중심을 잃고 외부에 멋대로 휘둘리고 만 키키에게 처음으로 시련이 닥치고 말았다.

 

 

아무리 연습을 해도 하늘을 나는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한 키키는 휴업을 선언하고 빵가게를 봐주며 맥없이 시간을 보낸다. 하늘을 날지 못하면 더 이상 마녀가 되지 못한다는 생각에 침울한 키키. 그녀에게 화가 지망생 친구가 찾아온다. 숲속에 있는 자신의 마을에서 하룻밤 보내자는 제안을 받아들이고 친구와 시간을 보내면서 이야기를 듣는다. 아무리 애를 써도 안될 때는 누구나 있다고, 자신의 그림이 아니라 남의 그림을 그리려고 했기 때문에 찾아오는 어쩔 수 없는 시기일 뿐이라고. 그리고 자신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 계속 그리는 것 뿐이라고. 키키는 멋진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약간 마음의 위로를 얻고 기운을 회복한다.

 

 

숲 속에서 멋진 하룻밤을 보내고 빵가게 다락방으로 돌아오던 키키는 소년이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고 만다. 나는 것을 동경하던 소년이 고장난 비행선에 매달려 큰 시계탑을 향해 가고 있는 모습이 텔레비전을 통해 중계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 소녀는 바닥에 떨어지거나 시계탑에 부딪치고 말텐데, 어느쪽으로나 목숨이 위태롭긴 마찬가지다. 나는 법을 까먹었지만 일단 무작정 현장으로 달려가는 키키는 지나가던 청소부 아저씨에게 빗자루를 빌린다. 과연 다시 하늘을 날고 무사히 소년을 구출할 수 있을지?

 

 

물론 그렇게 된다. 하야오의 작품에서 해피엔딩 없는 작품이란 이상할테니까. 그래도 키키의 불안정한 주행 속에서 과연 소년의 손을 제대로 잡아낼 수 있는지 지켜보도록 만드는 장면에 약간의 애가 타기는 하니 적당한 긴장감도 있고 좋다.

 

 

키키는 전형적인 성장 플롯이다. 대단한 캐릭터의 매력으로 흡입되기보다 캐릭터가 헤져나가는 과정에 몰입되는, 누구나 겪어봤을 법한 심리적 과정 때문에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유쾌한 작품이다.

 

 

순조롭게 궤도에 오른 키키의 딜리버리 서비스 간판-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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