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안나와 마이클은 대학때 만나 4년간 사귀고 결혼한 지는 3년이 된, 7년이라는 긴 역사를 함께 한 커플이다. 같이 살아온 시간이라는 것은 사랑이라는 감정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끈끈함이 있음을 증명한다. 둘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유지해 나가고 있었다. 아니, 그런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지난 밤, 마이클의 회사 파티에 부부동반으로 참석한 자리에서 조안나는 마이클이 한 여자에게 마음이 끌리고 있음을 곧장 예감하고 남편 회사 동료를 추궁하여 상당한 실마리들을 확보한다. 로라는 최근 마이클의 회사에 들어온 싱글 여성이고, 그녀가 마이클과 함께 붙어있는 시간이 많았으며 지난달 다녀온 LA 출장도 두사람 같이 다녀왔었다는 사실들을 말이다. 게다가 마이클과 로라는 파티 내내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서로만 의식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걸 조안나는 직접 목격했다.
파티에 돌아온 즉시 조안나는 마이클에게 화를 낸다. 왜 내게 그 여자 이야기를 한 번도 하지 않았어? 지난 달 LA 출장도 그 여자랑 다녀왔다면서? 마이클도 처음에는 자기 방어를 한다. 나는 당신에게 숨겨야 할 것이 없으니까. 내가 그녀에게 끌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오해야. 조안나는 분을 참으며 말을 한다. 그래, 만약 당신이 그녀에게 끌리고 있다면 이해해. 어쩔 수 없지. 그녀는 예쁘고, 매력적인 여자니까. 하지만 내가 화가 나는 건 당신이 그런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거야. 조안나가 아니길 바라면서 진심으로 한 말에 마이클은 걸려들고 만다. 그래, 내가 그녀에게 끌렸던 건 사실이야, 하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숨겨야 할 것도 아무것도 없어. 마이클의 이 말은 결국 조안나에게 상처를 입히고 만다. 남편이 다른 여자에게 마음이 끌렸다는 것이 기정사실화 되고 만 것이다.
마이클은 즉각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빈다. 조안나는, 분은 풀리지 않지만 남편이 하늘에 맹세코 아무 일도 없다고 하는데다가 잘못을 빌고 있고 또 그를 여전히 사랑하므로 일단 화를 푼다. 하지만 그것으로 둘의 갈등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마이클은 내일 아침 그 여자와 함께 필라델피아로 1박 일정 출장을 떠날 예정이고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다. 조안나의 입장으로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마이클을 믿는 것 뿐. 조안나는 마이클이 일찍 떠난 집에 남아 있다가 식탁을 치우고 간단히 설거지를 한 후 글을 쓰기 전 마실 커피를 한 잔 사러 인근 카페에 나간다. 고작 커피 한 잔 사 올 생각이어서 헐렁한 옷을 대충 걸쳐입고 머리카락을 질끈 동여매고 목도리 하나 두른 차림으로 나갔는데 아뿔싸, 커피를 들고 가게를 나오는 순간 그녀가 마주친 것은 예전 연인 알렉스였다.
마이클 때문에 아침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다는 것을 완전히 잊어버릴 정도로 조안나는 알렉스를 마주친 것이 반갑고 기쁘다. 그는 파리에 살고 있는 작가였고 일 때문에 잠시 뉴욕에 들어왔으며 내일 아침 비행기로 다시 파리로 돌아간다고 했다. 그러니 그들이 재회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것은 단 하루, 오늘 저녁 뿐이다. 알렉스는 조안나에게 일을 마치고 전화를 하겠다고 했고 그녀는 승낙했다. 집으로 돌아간 조안나는 옛 연인과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들을 상기하며 추억할 수 있는 사진들을 보며 저녁 시간을 기다린다. 알렉스에 대한 감정이 아직도 그대로라는 것, 그를 다시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그저 두근거리고 기대되어 남편이 다른 여자와 함께 있어 불안하다는 사실마저 잠시 잊을 정도다. 모처럼 정성들여 몸을 씻고 예쁜 속옷과 드레스를 골라 입은 후 오랜 시간을 들여 화장을 짙게 한다. 그런 과정들이 그저 즐겁기만 한 조안나는 드디어 알렉스를 만나고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내기 시작한다.
한편 필라델피아에서는 마이클과 로라의 이야기가 벌어진다. 조안나와 옛 연인이 재회하는 도중 뿜어내는 사랑이 바탕된 즐겁고 유쾌한 분위기와 대조적으로, 필라델피아의 분위기는 어둡고 유혹적이다. 마이클은 자신의 아내에 대한 맹세와 기대, 믿음을 저버리고 싶지 않지만 모처럼 나타난 새로운 여자, 그것도 자신을 대놓고 유혹하는 여자를 물리칠만큼 독하지 못하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중에도 유혹은 언제 어디서나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마이클은 애써 들어온 이 심리 게임을 양심의 가책 속에서 즐긴다. 마음 한 구석에는 지난 밤 싸운 아내에 대한 생각이 가슴을 짓누르지만 다른 구석으로는 로라의 저돌적인 행동에서 새로운 사람만이 발휘할 수 있는 신선함에 휘둘린다. 카메라는 뉴욕과 필라델피아를 교대로 비추며 마이클이 로라와 잘 지, 조안나가 알렉스와 잘 지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는 커플이 다른 이성과 하룻밤을 보내며 남자와 여자가 만나 할 수 있는 것의 마지막 단계에까지 이르는가?라는 질문은 이 영화가 처음부터 내건 플롯의 기초설정이고 이는 마지막까지 관객의 시선을 붙들어 놓는 핵심이다.
라스트 나잇에는 감정 이입되어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인물상이 넷 등장한다. 어느 누구도 희생자가 될 수 없다. 결혼을 했지만 다른 여자에게 끌리는 남자(마이클), 결혼을 했지만 다른 남자에게 끌리는 여자(조안나), 싱글이지만 유부녀에게 끌리는 남자(알렉스), 마지막으로 역시 싱글이지만 유부남에게 끌리는 여자(로라). 여기서는 누가 도덕적으로 옳고 그른지에 대한 논의를 한다는 게 우스워진다. 모두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면서 마주칠 수 있는 인물의 유형들이고 어느 누가 나만 당했다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각자의 입장이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된다. 나는 저 입장에서 어떤 식으로 행동을 하게 될 것인가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고, 섹스는 했지만 마음을 다 주지 않는 것과 섹스를 하지 않은 대신 평생 마음을 빼앗긴 채로 지내게 되는 것 중 어느 쪽이 차라리 나은 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물론 영화는 비하인드 스토리 없이 끝나고 인생은 늘 비하인드 스토리의 연속이라는 차이점이 있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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