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문학*문사철300

카모메 식당

gowooni1 2011. 4. 11. 00:01

 

 

 

 

백야가 이어지는 핀란드 거리. 인파가 많다고는 결코 할 수 없는 어느 즈음에서 한 일본 여자가 하루 종일 가게를 지키고 있다. 가게의 이름은 카모메 식당. 작고 아담한 체구의 사치에는 손님이 없는 가게 안에서 매일 컵을 닦고 구석을 정리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가게 문을 연 지는 벌써 한 달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 카모메 식당을 찾는 손님은 한 사람도 없다. 일본은 물론 타 문화에 대해 오픈 마인드가 특히 부족한 핀란드 사람들이라 아직 자신을 받아들여줄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가 보다, 하고 생각하면서 사치에는 하루종일 아무도 없는 식당을 지킨다. 아침에 일어나 단장을 하고, 시장에 들러 식재료를 사고, 가게에 들러 손님을 기다리다, 저녁이 되기 전에 문을 닫고 퇴근하는 것. 그것이 핀란드에서 카모메 식당을 운영하는 사치에의 일상이다.

 

카모메 식당에 들르는 손님은 전혀 없지만, 그 곳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다. 인근에 사는 사람들은 혼자 가게를 지키는 사치에를 보면서 각자의 시나리오를 쓴다. 작은 몸집 때문에 사치에는 인근 주민들에게 어린이로 오해를 받고 사람들은 카모메 식당을 어린이 식당으로 부르기도 하고, 어쩌면 부모님을 도와주는 착한 딸내미라고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아직 식당 문을 열고 주문을 할 용기는 아직 없는 모양이었다. 어쩌다 사치에가 눈이 마주쳐 밝은 미소로 눈인사를 건네면 그들은 어깨를 움츠리고 얼른 자리를 옮기는 것이었다. 사치에는 그렇게 늘 가게 안을 들여다보기만 하다가 가버리는 사람들이어도 관심을 가져주는 그들이 오면 반갑다. 물론 가게에는 여전히 손님이 없다.

 

그러던 어느날, 사치에가 구석 테이블에 앉아 머리를 괴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발 소리가 들린다. 깜짝 놀란 그녀는 잠에서 덜깬 눈으로 현관 앞에 서 있는 키 큰 청년을 바라본다. 청년은 어설픈 일본어를 구사하며 그녀에게 묻는다. 카모메? 카모메는 일본어로 갈매기라는 뜻. 맨 처음 사치에가 핀란드에 와서 가게를 열기 전에 바닷가를 걷고 있다가 주변에 널린 갈매기들을 보고 결정한 이름이기도 했다. 그녀는 아직 멍한 정신으로 네, 카모메 입니다, 라고 말하다가 이내 그 남자가 자신의 첫 손님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어서오세요, 인사를 한다. 남자는 테이블 구석에 앉아 역시 어설픈 일본어로 커피를 주문한다. 사치에는 재빨리 커피를 내오고 그에게 일본어를 잘 한다고 칭찬을 해주다가 청년이 입고 있는 티셔츠 앞에 프린트 된 캐릭터가 고양이 냐로메임을 알아본다. 냐로메네요? 아세요? 그럼요. 그러자 청년은 갑자기 갓차맨(독수리 오형제)을 아냐고 묻는다. 물론 사치에는 갓차맨을 알고는 있다. 그러나 청년이 갓차맨 주제가를 다짜고짜 알려달라고 하자 기억이 나지 않는다. 청년은 조금 실망한채 돌아가고 사치에 역시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는 갓차맨 주제가의 첫머리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갓차맨의 주제가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서점에 들렀다가 사치에는 일본어로 된 책을 읽고 있는 한 동양 여자를 발견한다. 그녀에게로 다가가서 아까의 청년처럼 다짜고짜 묻는다. 혹시 갓차맨 주제가를 전부 아세요? 여자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굉장히 당황해하기는 하지만 다 안다고 대답하며 주제가를 전부 그 자리에서 적어준다. 사치에는 이것이 기억이 나지 않아 내내 답답했다고 말하며 고마워하고 여자와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새로운 동양 여자의 이름은 미도리로, 무작정 일본을 떠나 핀란드로 오게 되었다고 말하며 일단 호텔을 일주일 예약해두기는 하였으나 관광이 목적은 아니므로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자신의 사정을 대략 이야기 한다. 사치에는, 갓차맨 주제가도 알려주었으니 호텔 비용도 아낄 겸 자신의 집에서 자라고 초대를 하고, 미도리는 갑작스러운 사치에의 제안을 고맙게 받아들인다.

 

다음 날 아침, 미도리와 함께 장을 보고 카모메 식당에 들어가자마자 어제의 청년 토미 힐트넨이 들어온다. 사치에는 토미에게 미도리를 소개하며 이 분이 갓차맨 주제가를 전부 알려주었다고 말한다. 청년은 무척 기뻐하여 미도리에게 인사를 하지만 갑작스러운 청년의 등장에 당황한 미도리는 관광을 하고 오겠다며 가게를 재빨리 빠져나간다. 관광 명소를 둘러보며 하루를 지낸 미도리는 사실 관광이 목적도 아니고 일본에서 딱히 해야할 일이 없어 기분 전환을 하기 위해 핀란드에 온 것이므로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도 이내 시들해진다. 오후가 되어 여전히 아무도 없는 카모메 식당으로 돌아온 미도리는 재워주는 게 고마운데 어차피 자기는 할 일도 없고 하니 식당에서 일을 하고 싶다고 말을 한다. 물론 급료는 전혀 필요없다고 말을 덧붙인다. 미도리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을 가장 필요로 하고 있었고 사치에는 그런 미도리를 흔쾌히 받아들인다. 그렇게 카모메 식당, 사치에의 주위에는 조금씩 사람이 늘어난다.

 

소설 카모메 식당은 영화 카모메 식당과 조금 다르다. 영화의 시간적 시작이 핀란드에서 시작을 한다면 소설의 시작은 각자 세 여자가 핀란드까지 흘러들어오게 된 경위를 보여준다. 적지 않은 나이의 싱글 여성 세 명이 일본에서 어떤 인생을 살았고 각자 어떤 사정이 있어 이 먼 나라에 와서 시간을 보내게 되는지 알고 싶으면 소설을 읽으면 되고, 핀란드라는 나라의 이국적 공기와 그 나라 입장에서 봤을 때 이국적인 여자 세 명이 오묘하게 결합해 만들어 나가는 오순도순한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으면 영화를 보면 된다. 어느 쪽이 되든 잔잔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소설이든 영화든, 카모메 식당만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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