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Daily/영화-MOVIE

투어리스트 The Tourist

gowooni1 2011. 1. 1. 15:00

 

 

 

안젤리나 졸리와 조니 뎁 이라는 호화 캐스팅 때문에 처음부터 주목받을 수밖에 없었던 투어리스트. 주인공들이 매력적인 영화들 중에서는 그 주인공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매력을 영화적 매력으로 확대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두 말 할 것도 없이 투어리스트는 전자이다. 극 초반부터 안젤리나 졸리라는 블랙홀적 매력을 가진 배우를 등장시켜 별 다른 대사도 없이 그녀의 이동 경로와 행동, 몸짓, 말투만을 비춤으로서 관객들을 영화 속으로 몰입시킨다. 그러니까 그녀를 이미 흠모하는 사람들이라면 역시 졸리는 멋져, 라며 영화에 폭 빠질 가능성이 높고, 그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면 초반에 졸 가능성이 있다.

 

 

엘리제(졸리)가 파리의 아파트 대문에서 우아한 레이디로 한껏 치장을 한 모습으로 나오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그런 엘리제의 모습을 조금은 수상쩍은 집단이 최신 추적장치들을 총동원하여 쫓아붙는다. 그들은 국제 비밀 경찰 같은 공적 집단인데, 주인공임이 너무나 당연시되는 졸리의 안티처럼 비춰지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비호감을 사는 대상으로 전락한다. 엘리제는 추적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늘 다니는 카페에 앉아 늘 하던 주문을 하고 음식과 차가 나오길 기다린다. 그런 그녀 앞으로 퀵서비스 배달 요원이 등장해 예쁘게 장식된 편지를 하나 남기고 사라진다. 편지는 엘리제의 남자라고 생각되는 사람으로부터 왔음을, 엘리제나 경찰이나 곧장 짐작한다. 연인이 보낸 다정한 편지에는, 그녀가 지금 추적당하고 있으며, 곧장 베니스로 향하는 기차를 탈 것과 편지를 읽는 즉시 태워버릴 것 등등이 적혀 있다. 신속하게 편지를 태우로 역으로 향하는 엘리제. 한발 늦은 경찰들은 편지의 재만을 조심히 들고와 복원작업을 시작한다.

 

 

기차에 탄 엘리제는 프랭크를 만난다. 프랭크를 선택한 것은 엘리제의 의지라기 보다 엘리제의 남자의 의지이다. 편지에는 이런 조건이 또 하나 적혀 있었다. 기차 안에서 자신과 비슷한 남자를 유혹해 경찰들이 그가 자신이라고 믿도록 만드는 것. 경찰들이 엘리제를 쫓는 이유는 그러니까, 엘리제가 목적이 아니다. 그들은 엄청난 금융사기를 치고 행방불명이 된 엘리제의 남자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거였다. 엘리제의 매력에 홀딱 빠진 프랭크는 그녀의 주위에 자연스럽게 붙어있게 되고, 처음에는 경찰들도 그가 자신들의 목표물이라고 믿는다. 안타깝게도 경찰이 그리 만만한 조직은 아니어서, 엘리제가 태운 편지를 복원하는데 별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엘리제가 프랭크와 함께 베니스에 도착했을 즈음에는 프랭크는 단순히 피라미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아 챈다.

 

 

하지만 이미 엘리제만을 생각하는 수학교수 프랭크. 씁쓸한 마음을 지닌채 투어리스트 전용 맵을 꺼내 들고 베니스 시내를 들여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엘리제가 택시 보트를 타고 그 앞에 나타난다. 그렇게 프랭크의 베니스에서의 시간은 철저하게 엘리제를 중심으로 돌기 시작한다. 프랭크의 의사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듯 엘리제는 그를 자신의 호텔로 데려오고 함께 저녁을 먹고 시간을 보낸다. 둘만의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갑자기 차가워진 엘리제 때문에 같은 침대가 아닌 거실의 소파에서 잠을 자야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엘리제는 사라져버렸고 프랭크는 이상한 집단에게 목숨을 위협받으면서 쫓기는 상황이 된다. 경찰은 이미 프랭크가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파악했지만, 경찰 내부에 있었던 조무래기 하나가 스파이였던 것이다. 그 조무래기는 바로 금융사기를 당한 희대의 대부 쇼의 심복이 심어놓은 건데, 그는 프랭크가 바로 엘리제의 남자인 줄 알고 보고를 올렸다. 그 정보가 잘못 되었는지 알수 없는 쇼는 프랭크가 바로 자신의 돈을 가로챈 남자라고 판단하고 그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자신이 반했던 여자는 사라져있고, 자신은 목숨을 위협받으며 파자마 차림으로 베니스 시내를 돌아다녀야 하는 그 상황이 평범한 수학교수 프랭크에게는 일생일대 모험의 시간이다.

 

 

 

투어리스트는 전체적으로 보자면 아주 까다로운 플롯의 구성이나 깜짝 놀랄만한 반전이 있지는 않다. 사건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무대가 종횡무진으로 펼쳐지며 배우들의 액션을 뒤쫓다보면 끝나는 영화로, 가볍고 재미있게 보면 즐거운 영화이다. 오히려 우리는 별 것도 아닌 것에 놀랄 것이다. 아니, 반전이 이렇게 싱겁게 펼쳐지다니 이게 정말 반전이 맞나, 음, 저게 정말 조니 뎁이란 말이야, 다른 사람인 줄 알았네. 전투복 비슷하게 입던 졸리지만 드레스도 매혹적으로 잘 어울리는 군. 아, 엘리제의 프랑스 발음이 상당히 우아한데. 저기가 물의 도시 베니스란 말이야, 정말 꼭 한 번 가보고 싶군. 뭐 이런 정도의 가벼운 감탄을 즐기다 보면 기분이 즐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