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문학*문사철300

언젠가 함께 파리에 가자

gowooni1 2011. 1. 1. 14:47

 

 

 

 

1959년생 츠지 히토나리는 2011년 생일이 아직 안 지났다면 51살인데, 그는 벌써 일본에서만도 오십 권이 넘는 소설을 발표했고 수필도 여덟 권, 시집도 여덟 권 냈다. 그 왕성한 창작열에 탄복한다. 그가 대중적으로 사랑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문장이 쉽고 전달하는 메시지도 쉬워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음에 있다. 그런 능력은 까딱하다 젠 체 하기 쉬운 예술가들, 특히 어려워서 대중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진정한 예술이라고 교만하는 자들이 내심 부러워할 능력이다.

 

매번 그의 소설만 접하다 처음 수필을 들었다. 이는 좀 색다르다. 이야기만을 전하던 사람의 이야기에만 익숙해져 있다가, 그 사람의 실제 생활이나 사적인 생각을 접하게 되는 건 신선하다. 마치 정보만 전달하던 아나운서들이 티브이에서 불쑥 자기 가족 이야기나 오늘 아침에 무엇을 먹었는지를 전해듣는 엉뚱함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사적인 이야기를 하는 츠지 히토나리는 뭐랄까, 좀 더 가볍게 다가오고 어린애 같은 면이 더 많은 사람이구나, 귀여운데, 하는 느낌이다.

 

'언젠가 함께 파리에 가자'는 그가 2004년부터 파리에서 살면서 얻게 된 생활 방식에 대해 그만의 방식으로 쓴 글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 가을 출간되었지만 이는 2005년도에 일본에서 출판된 책으로, 그가 파리에서 산 지 몇 년 되지 않았을 때 느꼈던 점들이 훨씬 더 많다. 그만큼 초짜 파리지앵의 분위기가 풍기는 귀여운 책이다. 일본인인 그가 쓴 것이니 당연히 일본의 문화와 파리의 문화를 비교한 점들이 상당히 많지만, 이쪽 문화권 사람들과 저쪽 문화권 사람들의 사고방식 차이겠거니 하고 읽어나가면 별 문제 없이 새로운 점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일단 그의 파리 라이프를 읽으려면 몇 가지 기본적인 사항을 알면 더 재밌다. 그는 러브레터 히로인 나카야마 미호와 결혼하여 파리로 건너갔고, 거기서 둘이 생활하면서 아이도 낳았다. 이 부부는 아직도 거기서 살고 있는 모양인데 최근 그의 아이가 파리의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하니 당분간 히토나리 부부의 파리 라이프는 계속될 전망이다. 몰랐던 사람은, 츠지 히토나리 원작인 영화 '사요나라 이츠카'의 여주인공이 나카야마 미호였다는 것에 아하, 어쩐지, 하고 작게 웃을지도 모른다.

 

내용은 음, 실질적이다. 그가 파리에 적응하며 느낀 점들이 주제별로 나누어져 쓰여 있다. 프랑스어를 배우는 어려움에서부터 시작하여 정말 맛있는 레스토랑을 찾는 자기만의 노하우, 아이를 갖다보니 맞부딪힌 파리의 출산 사정, 프랑스에서 먹는 일본 요리의 독특함, 맛있는 와인을 고르는 방법, 프랑스 사람들의 너무나 인간적이고 가식적이지 않은 파티 문화, 예술이 넘쳐나 굳이 '예술이 곧 생활'이라고 하지 않아도 되는 아름다운 도시 파리 이야기와 그곳에 몰려드는 예술쟁이들의 이야기, 인권선언과 자유의 나라 프랑스답게 타인의 사생활에 간섭하지 않고 간섭받지 않는 사람들의 성숙한 면모 등등. 거기에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는 츠지 본인의 파리 스케치도 흥미로운 눈요깃거리이다. 그의 파리 라이프를 읽고 있다보면 아, 나도 언젠가, 하는 사람들이 꽤나 생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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