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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게 나이드는 법 46 : Life is an attitude

gowooni1 2010. 12. 13. 00:38

 

 

 

 

'멋지게 나이드는 법'을 읽고 기분이 좋아져서 그 여운을 조금 더 만끽하려고 하루종일 손에 들고 다니다가, 우연히 그날로 더 이상 얼굴을 보지 못하게 된 한 여인에게 그 책을 선물로 건넸다. 매우 호기롭게. 이 책을 읽고 당신도 나와 같은 기분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으로. 하지만 마침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 상당히 예민해져 있던 그녀는 그것이 어떤 책이냐를 논하기 전에 내게 벌써 나이드는 법을 깨우치라는 거냐고 진담과 정색이 반반 섞인 농담을 건넸고, 그 사태의 장본인인 나는 그게 아니라고, 이 책의 원제는 'Life is an attitude'이며 한국어판 제목은 순전히 특정 독자를 겨냥한 상술의 일환이라 해명을 해야했다.

 

어쨌거나, 선물을 주고도 해명을 해야 하던 진땀나는 상황에서 벗어난 다음에는 불가피하게도 원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밖에 없었고,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원제보다도 한국어판 제목이 내용과 더 잘 맞아떨어진다는 결론이 나왔다. Life is an attitude를 직역하자면 삶은 태도다, 혹은 삶은 자세다 정도가 될텐데 이런 식으로 번역해서 판매를 했다면 진부한 포장에서 일단 마이너스를 먹고 들어갔을 거다. 멋지게 나이드는 법이 더 잘 어울리는 이유는 도티 빌링턴의 저술한 의도에서도 드러난다. 그녀는 아이들을 다 키운 다음에 다시 사회로 돌아왔고, 자신이 하던 일을 더 잘하기 위해 50이 넘은 나이에 석박사를 마친 사람이다. 단순히 학위에 욕심을 내서 그런게 아니라 자신이 하던 일을 더 잘하고자 하는 의지가 반영된 선택이었다. 그녀 자신이 먼저 멋지게 나이드는 법을 인생 속에서 몸소 겪은 셈이다.

 

우리는 주위에 많은 '어른'들을 보며 살지만, 그 어른들 가운데 정말 본받고 싶은 사람이 몇 안된다는 걸 잘 안다. 아니 반대로, '어른 대접'을 해야 하는 사람으로 생각해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어른 대접은 곧 아이 대접이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사람은 아이처럼 이기적이고 비타협적이고 소심하게 변한다는 것을, 이 세상의 관용 넘치는 젊은이들은 받아들이고 이해한다. 어른을 공경하라는 우리 사회 도덕적 잣대는 정말 공경을 받아 마땅한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게 아니라 기존 사회의 틀을 유지하고자 한 이기심 가득한 어른들이 만들어 낸 윤리일지도 모른다. 10년 만에 본 어르신의 사고방식은 전혀 변함이 없거나 더욱 완고해지곤 해서, 차라리 예전 모습 그대로 있어주기만 해도 감사하다. 더욱 깊이 있는 어른이 되어서 진심으로 우러나온 공경을 바치고픈 노인이란 책 속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것 같다.

 

문제는 그런 어른들을 받아들이는 젊은이들의 자세에도 있긴 하다. 나도 나이를 먹으면 저럴텐데, 흉을 보면 안 돼. 내가 지금 저들을 받아들이고 이해해주는 모습을 내 자손들에게 보여야 나도 저 나이가 되었을 때의 완고함을 자식들이 받아줄거야.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최소한 타산지석은 필요하다. 나도 저렇게 될텐데 이해해주자가 아니라 나만은 저런 사람이 되어서는 안되겠다는 자세. 그보다 나은 생각은 그들을 이해해주기는 하지만 나만큼은 사람들에게 멋진 노인이 되어 본받고 싶은 인격을 갖추어야겠다는, 늘 부지런히 수양하는 자세를 갖춰야겠다는 생각이다.

 

이 책을 저술한 도티의 근본 생각을 가장 확실하게 나타내는 말은 아마 이것일 거다. '우리는 성장할 뿐 결코 늙지 않는다. 하지만 성장을 멈춘다면 비로소 늙게 된다.' 에머슨의 말이다. 늘 배우고 인생을 즐기는 자세로 이 곳에서의 마지막 날까지 재밌게 살라고 그녀는 말하는데, 그것을 46가지 방법으로 나눠서 설명했다. 쉽게 읽히고 이해하기 쉬운데도 여운이 남는다. 그녀가 8년 정도 수명을 늘릴 수 있는 파격적인 방법을 하나 제시했다. 자식들에게 남기려는 유산을 모두 팔아치우고 차라리 세계일주를 하라는 것. 재밌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는 결국 인생의 마지막 자락까지 남에게-타인이나 자식에게- 의지하지 말고 끝까지 자신의 인생을 자신에게만 기대라는 메시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