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봤을 때 '책의 힘'은 책이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라든가 역할에 대해 논할 것 같은 책이다. 여전히 책의 힘을 신봉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제목의 책은 구미에 당긴다. 세상 많은 사람들이 책에 대한 찬양을 노래했지만 각자 느끼는 책에 대한 감정과 영향은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그들이 각각 책에 대해 어떤 애찬을 펼칠 것인가에 하는 기대로 가슴이 설레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고 '책의 힘'을 펼쳤다면 황당함과 직면한다. '책의 힘'은 책이 인생에 미치는 힘에 대하여 포괄적으로 논한 것이 아니라, 정말 '이 책' 하나의 힘을 말하려고 쓰여졌던 것이다. '책을 읽으면 괜찮은 사람이 된다'라는 것이 아니라 '이 책을 읽으면 풍요롭고 건강하며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를 말하고 있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말하자면 '책의 힘'이란 제목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여 자칫 낚시용 미끼가 되는 셈인데, 앞으로 발생할 희생자를 고려해 이름을 정정해주고 싶다. '이 책의 힘' 정도로.
그런 전초전 때문에 다소 황당했을지라도 '책의 힘'은 꽤 괜찮은 책이다. 보통의 자기계발서에 나오는 주제들을 묶어서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가공의 인물을 등장시켜 픽션적 분위기로 흥미를 돋운 다음, 저자가 직접 만났던 사람들을 등장시켜 인생의 풍요로움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하나 전달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풍요로운 인생을 채울 큰 카테고리는 부, 건강, 사랑, 행복 이렇게 네가지로 나뉜다. 그리고 각각의 카테고리에는 10가지의 비밀이 있다.
각각의 카테고리에는 거의 완벽하게 비슷한 플롯이 나온다. 파산직전에 이른 한 젊은이가 인생에 대해 좌절하고 절망하고 나중엔 분노하여 세상을 원망하는 순간에, 신비로운 분위기의 중국 노인이 등장한다. 중국 노인은 주인공에게 왜 그렇게 기분이 안 좋은지에 대해 묻고 현재 상황을 깊이 생각해보게 만드는 질문을 몇가지 던진 다음,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해보라는 충고를 함과 동시에 그 비밀을 알려줄 10명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쓰인 쪽지를 건네주고 바람처럼 사라진다. 주인공이 황급히 노인이 사라진 곳을 향해 가지만 그 왜소한 중국 노인은 이 세상 사람이었다고는 생각이 들지 않을만큼 완벽하게 자취를 감춘다. 그 때문에 더욱 호기심이 발동한 주인공은 10명에게 차례로 연락을 한다. 그리고 그렇게 각각의 주제에 대한 10가지의 비밀을 알게 된다.
만약 그동안 수없이 많은 자기계발서를 읽은 사람이라면, 부에 대한 비밀 10가지나 건강에 대한, 사랑에 대한, 행복에 대한 비밀 10가지들이 그리 대수롭게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다른 곳에서도 수탁히 접할 수 있는 평범한 사실들이 진리로 그럴싸하게 포장되어 여기서도 다시 한 번 나온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도 각각의 주제에 대해서 깔끔하게 10가지로 비밀을 압축한 다음에 그것을 반복적으로 상기시킬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만으로도 꽤 괜찮다. 우리는 다 알고 있다는 자만감으로 그것을 반복하지 않는데, 반복하지 않으면 그 알고 있는 것을 완벽하게 내 것으로 만들 수 없으니까. 요약된 진리들이 한 눈에 들어와서 오히려 반복하기에 적당한 느낌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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