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책을 반복적으로 찾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같다. 그 사람 혹은 그 사람의 글에 끌리기 때문이다. 백지연의 글을 반복적으로 찾는 이유도 수만 가지가 존재하겠지만 결국은 이러하다. 그녀가 이번에는 이 책을 통해서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이 책을 내는 동안 그녀는 어떻게 살아왔으며 어떤 느낌을 자신 속에 결정화 시켰던 것일까, 그리고 그녀가 말하는 메시지를 통해서 읽는 나는 어떤 느낌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걸까.
글이 곧 그 사람이라는 말이 백지연처럼 잘 연상되는 사람도 드문데 그건 그녀가 다른 사람들보다 강렬한 색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듯 싶다. 흰 색도 빨간 색도 분명히 하나의 색이지만 하양보다는 빨강이 눈에 확 들어오는 것처럼 백지연의 색채엔 그런 열정적 강렬함이 있다. 나는 이 상태로 사는 것이 행복하고 만족스러운데 왜 굳이 자기계발서를 들춰가며 내 인생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고 죄책감까지 느껴야 해? 하고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백지연의 설득이 굉장히 달갑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욱 강렬하게 '보다 나은 너로 변해라'는 메시지를 전파하는 사람이니 말이다.
자기설득파워를 읽은 사람은 알텐데 그녀는 자기 내부의 목소리에 상당히 민감한 여자다. 다른 사람들의 잣대보다 자기가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먼저 파악하려고 한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그건 그녀가 나약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녀는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세상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쉽게 휘둘리는 소시민적 성격을 지니고 있어서, 그런 자신의 내재적 성향을 두려워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 그런 성향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한다. 정말 남들의 기준이 신경쓰이지 않는 사람이라면 굳이 스스로를 채찍질 할 필요조차 못 느끼기 마련이므로.
그래서 그녀의 글엔 치열함이 늘 흐른다. 조금의 긴장도 늦추지 말라고 자기 내부에서 나약함과 팽팽히 줄다리기를 하는 그녀 내부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녀의 글들은 메시지는 조금씩 다르지만 전체적 분위기로는 일관성이 있어서, 그녀의 글을 필요로 하는 때 읽으면 꽤 효과적이다. 이미 너무 치열하게 살고 있어서 남들이 느낀 치열한 깨달음이 필요없는 자이거나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지쳐버려 충분한 휴식이 필요한 자에게는 별로 와닿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보다 삶의 자세가 해이해졌다고 느끼는 사람이나 뭔가 더 나은 발전적 자극이 필요한데 주변에서 그것을 찾을 길 없어 고민하고 있는 사람에게 더 적합하다.
그녀의 글은 쉽게 읽히지만 메시지는 쉽지 않다. 누구의 마음 속에나 쉽게 다가갈 수 있어도 각자가 받아들이는 정도는 독자가 살아온 인생의 깊이에 비례하도록 치밀하게 설계되었다. 보편적인 메시지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녀가 설파하는 내용이 다른 자기계발서의 내용과 비슷할 수도 있지만, 그녀도 '뜨거운 침묵'에서 말하고 있다시피, 보편적 메시지의 내용은 전달하는 사람의 인격에 비례하여 위엄도 증가하는 것이다. 너 자신을 알라, 라고 말한 사람이 이미 자신에 대해 충분히 생각해 본 소크라테스가 말했기 때문에 청중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에 대해 알고자 한 번 더 생각하는 것이지, 나와 비슷하거나 생각이 지극히 가벼운 동년배에게 듣게 되면 코웃음도 쳐지지 않는 것이다.
뜨거운 침묵의 메시지를 한 가지로 정의하면 '뜨겁게 침묵하라'이다. 1도씨만 부족해도 물은 끊지 않지만 그 1도만 넘으면 된다. 그 1도를 참지 못하고 침묵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지 말라는 뜻이다. 1도씨인 물과 99도씨인 물의 상태는 여전히 침묵의 상태이지만 아는 사람들은 1도씨의 물과 99도씨의 물 상태가 다르다는 걸 느낀다. 그녀는 1도씨의 물, 즉 무지함에서 어쩔 수 없이 침묵을 지키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99도씨의 물, 100도가 되기 직전의 물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침묵의 사람이 되라고 거듭 강요한다. 하지만 이 책의 메시지를 이 한 가지로 정의하기에는 조금 아깝다. 더 다양하게 가슴 속에 와 닿는 메시지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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