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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버리기 연습

gowooni1 2010. 11. 5. 20:39

 

 

 

 

생각이 망상으로 변하는 과정은 이런 식이다. '다시는 다른 사람 험담을 하지 않겠어! 근데 대체 그 사람은 왜 그 모양일까? 정말 마음에 안 들어. 잠깐, 근데 난 왜 그를 싫어하는 거지? 맞아, 그 사람은 너무 탐욕스러워. 근데 나도 요즘 너무 많이 먹는 거 아닐까? 식탐은 가장 흉한 탐욕인데. 그러고보니 요즘 살이 좀 찐 거 같아. 청바지가 좀 끼는 기분이야. 옷을 하나 사야 하나? 내가 청바지 말고 다른 거 필요 한 건 없었나? 아, 이번 달 야근을 안해서 돈이 없는데. 적자를 면치 못하겠군. 큰일이야.'

 

이런 식으로 나가다보면 생각의 고리는 끝도 없어서 결국 뭔가 하나의 결론도 내리지 못한 채 생각하기 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오고 만다. 생각 전과 완벽히 같은 상태도 아니고, 별 쓰잘데기 없는 걱정들이 한 번 더 상기되었으므로 마음은 더욱 혼란스러워 진다. 생산적이지도 못하고 통일성도 없는 이런 생각들이 바로 우리가 경계해야 할 생각, 망상 내지 몽상이라고 불리는 것들이다.

 

생각을 하는 인간의 능력은 확실히 대단한 것이지만 그 생각의 힘을 유용하게 쓸 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강한 향신료에 맛들린 혀가 담백한 음식을 물리치듯이 강한 자극을 주는 감정에 길들린 마음은 담담한 생각에 거부감을 느낀다. 그런데 강한 향신료가 몸에 그렇게 좋지 않은 것과 또 마찬가지로 강한 자극을 주는 감정은 대개 분노나 탐욕, 어리석음, 질투와 같은 마이너스적인 것들이고 이런 감정을 자주 느낄수록 정신건강에 매우 좋지 않다.

 

사람마다 휘둘리는 마이너스 감정은 조금씩 정도가 다르겠지만 현대 무한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적으로 번뇌의 감정이 가장 강력한 것 같다. 우리는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해 세상을 열심히 살아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내에게 멋진 남편, 아이들에게 영웅같은 아빠가 되고 싶어 더 돈을 많이 벌고 싶고, 회사에서 상사에게 인정받고 동료들에게 부러움을 사고 싶어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사람들에게 괜찮은 녀석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서 그럴싸한 취향과 취미를 가지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이 먼저 주체가 되지 않은 이런 외부적 동기들은 항상 번뇌의 씨앗이 된다. 더 인정받고 싶고 더 괜찮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데 남들이 그렇게 봐주지 않을때 속이 상하다. 욕심이 생긴다. 자기방어적 반응을 하고 질투심에 휩싸인다.

 

이는 만慢이라는 감정을 조절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개념이 조금 생소하다. 하지만 자만과 연결시켜 생각하면 약간은 가슴에 와닿는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은 100점인데, 남들이 이해하는 나의 모습이 40점 밖에 되지 않는다면 너무나 속이 상하다. 그게 바로 사람 마음이다. 그러나 조금만 달리 생각해 보면, 내가 정말 스스로를 100점이라고 생각하는데 굳이 다른 사람에게도 100점이라는 인정을 받아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일까? 물론 정말 착각을 해서 원래는 20점 짜리인 나를 100점이라고 생각하면 문제는 되겠지만, 정말 내가 스스로에게 확신이 있다면 굳이 외부적인 인정을 탐욕에 휩싸인 번뇌를 겪으면서 얻어야만 하겠냐는 말이다.

 

아무튼 이런 생각들은 버려야 할 것들임에 틀림없지만 문제는 그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에 있다. 많은 종교인들은 기도나 명상을 하면서 스스로의 마음을 정화하고 다스린다. 불교에는 이런 단계가 있다고 한다. 바르게 생각하기, 바르게 말하기, 바르게 행동하기, 바르게 생명을 유지하기, 마음을 정화하기, 집중하기, 마음의 센서를 닦기, 깨닫기. 이런 여덟 단계를 팔정도라고 하는데 이 첫번째가 바로 바르게 생각하는 것이다. 바르게 생각하는 것, 즉 생각을 다스리는 것은 인간 되기의 첫번째 과정이 된다. 그리고 생각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필요한 생각은 연결시키고 쓸데없는 생각은 버려야 할 일이다.

 

생각을 다스리기 위한 방법은 단순하다.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다. 나이 먹은 사람들일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이유는 자신만의 추억과 생각에 사로잡혀 현재의 시간을 살지 않기 때문이라고 코이케 류노스케 스님은 말한다. 일리 있게 들린다. 일곱 살때의 하루는 너무도 길었는데 스물 일곱의 하루는 순식간에 지나간다. 일곱 살때의 하루는 매 순간을 느끼고 집중할 수 있었는데 스물 일곱의 하루는 극히 몇 시간만, 그것도 의식적으로 따로 떼어내야만 내 시간이 된다.

 

코이케 류노스케가 말하는 현재에 집중하기 위한 가장 손쉽고도 쉬운 방법, 자신의 몸과 감각에 충실할 것. 오감에 충실해지는 것. 무언가를 먹을 때는 미각에 온 집중을 다하여 음식을 먹고, 이야기를 들을 때에는 자신의 생각에서 빠져나와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말을 할 때에는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번뇌에서 벗어나 자신이 말하는 내용과 목소리에만 집중을 하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잡고 있으면 접촉하고 있는 손에 감각을 집중하며 행복감을 느낄 것. 자신이 사는 현재의 시간에 집중을 하는 것이 바로 생각 버리기의 기초이고 전부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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