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문학*문사철300

브리다 Brida

gowooni1 2010. 11. 20. 20:21

 

 

 

성지 순례를 하면서부터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해서인지, 코엘료의 이야기에는 유독 종교적인 분위기가 흐른다. 종교가 내용의 주를 이루지 않더라도 자기 내부에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고 자아를 완성하라는 대체적인 메시지만으로도 충분히 신앙적이다. 때문에 그의 글을 읽고 있다보면 경건한 마음까지 든다. 자기가 생각했던 삶의 방식하고 많이 어긋난 인생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에게, 만약 각성제가 필요하다면 서슴지 않고 코엘료의 소설 한 권을 읽으라고 말해 줄 수 있다.

 

연금술사를 집필한 이후 썼다는 브리다는, 작가가 성지순례 중에 만난 한 여인의 이야기를 소재로 탄생한 작품이다. 처음에 그녀에게 들은 이야기를 소설로 써도 되냐고 물었을 때 흔쾌히 허락을 했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조건들을 내걸었다는데-가령 본명은 안된다던가- 그 이유는 '지극히 사적인 경험이라서'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걸로 보면 추측하겠지만, 브리다는 굉장히 사적인 이야기인 편이다. 그 경험이 사적이기도 하지만 브리다가 살아온 세계가 결코 대중적이라고 말할 수 없으므로 종교적인 관용이 없는 자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들겠다는 생각, 그래서 상당히 오랫동안 우리말로 번역이 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을 한다.

 

브리다 역시 자아발견의 과정을 그리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 자아를 발견해야 할 재능이 좀 특이하다. 브리다는 마녀로서의 재능을 가지고 있고 자신도 어렴풋이 그것을 인지하고 있으며 그래서 마법사에게 찾아가 자신을 제자로 삼아달라고 조른다. 마녀가 되고 싶은 자신에게 그 길을 알려달라고 하는데, 마법사는 브리다를 보면서 두가지 생각을 한다. 하나, 마녀로서의 재능이 있군. 둘, 이 여자는 바로 나의 소울메이트이군. 태양전승을 마스터한 마법사는 자신의 소울메이트를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브리다의 어깨에서는 자신만이 볼 수 있는 빛이 났다. 하지만 그는 한편으로 두렵기도 했다. 브리다는 고작 스물 한 살로, 자신의 나이보다 반도 되지 않는 어린 여자였기 때문이다.

 

브리다는 마법사의 제자가 되기는 하지만 달전승을 마스터한 여자 위카에게 가르침을 받게 된다. 위카는 브리다를 가르치면서도 어째서 마법사가 브리다를 그처럼 신경을 쓰는지 의아해한다. 분명 브리다에게는 재능이 있긴 하지만 마법사가 신경쓸 만큼의 재능인지도 모르겠는 평범한 재능의 소유자처럼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보지 못한 그 이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위카는 브리다에게 달전승을 가르친다. 어느날 브리다는 위카에게 당돌하게 질문을 한다. 대체 소울메이트가 뭐예요? 처음에 위카는 답을 회피하지만 브리다의 재차된 질문에 답한다.

 

태초에 생명이 별로 존재하지 않았던 이 지구상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개체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만큼 증식된 영혼은 대체 어디에서 왔을까? 윤회의 개념을 적용한다면 분명 늘어나는 생명의 영혼에는 부족함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혼도 생명의 번식처럼 분할이 된다면 설명 가능하다. 개체수가 늘어나는 만큼 영혼도 분리되어 각각의 개체에 장착이 될 것이다. 각각 분리된 영혼은 또 분리 될 수 있고, 비교적 적게 분리 될 수도 있다. 그렇게 전생에서 분리 되었던 영혼들이 현생에서 만나게 되는 것, 우리는 그것을 위해 살고 있고 나와 가장 비슷한 영혼을 지닌 자들을 바로 소울메이트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마녀로서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은 비교적 적게 분리된 영혼으로 현세에 태어났다는 뜻이고 그 말은 즉 다른 사람보다 더욱 풍부한 영혼을 지녔음을 의미한다. 그들은 더욱 강력한 힘으로 자신의 소울메이트를 끌어당기는데 사실 인간은 소울메이트를 만나기 위해서 이 삶을 살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으므로 그 자체는 문제가 없다. 정말 더 큰 문제는 현세에서 소울메이트를 두 번 이상 만나게 되는 경우이다. 그럴 경우 보통 우리들의 행복의 기준으로 봤을 때 결코 행복한 케이스라고 말하기 힘들어진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마법사는 브리다의 행복한 소울메이트가 되지 못했다. 브리다에게는 이미 충만한 소울메이트이자 연인인 로렌스가 있었고, 브리다가 로렌스에게 느끼고 있던 '이 남자가 과연 나의 소울메이트일까' 라는 의문은 마법사를 만나면서 맞다는 확신에 이른다. 브리다는 현세에서 자신의 소울메이트를 두 번 만난 것이다. 그런 경우 보통 한 쪽은 슬퍼지지만 마법사는 그 슬픔까지 기꺼이 인내한다. 관계의 연속성이 끊어지더라도 사랑을 했던 그 순간, 사랑을 했던 그 시간은 그 자체로 완벽하고 아름다워서, 오랜 인내의 시간 후 브리다를 만난 것만으로도 마법사의 현세는 더욱 풍요로워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