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문학*문사철300

스푸트니크의 연인

gowooni1 2010. 11. 13. 14:20

 

 

 

 

스푸트니크의 연인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역자 임홍빈  원저자 村上 春樹  
출판사 문학사상   발간일 2010.03.30
책소개 어째서 우리는 고독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까? 무라카미 하루키가 들려주는 기묘한 러브 스토리『스...

 

지구에서 가장 먼저 우주 여행을 한 생명체는 인간이 아니었다. 소련의 스푸트니크 호의 작은 공간에 몸을 눕히고 절대 진공 속으로 들어간 그 작은 생물은 라이카라는 이름의 개였다. 일단 인류 역사에 특이한 사건을 남겨보자는 안이한 생각은 스푸트니크의 회수에까지 미치지 못하였고 그래서 라이카는 죽을 때까지 위성 속에서 지구를 바라봐야만 했다(아마 그랬을 것이다). 불쌍한 라이카, 그 어느 누구보다 절대 고독을 맛보며 생명을 소진해야만 했던 생명체.

 

하지만 우리 인간의 모습이라 해서 라이카와 크게 달라보이지는 않다. 스푸트니크 호에 타서 죽을 때까지 지구 주위를 맴돌았던 개의 모양이 지구라는 별에 몸을 싣고 역시 생명이 다할 때까지 태양의 주위를 몇십 바퀴씩 돌아야 하는 인간 생의 모양과 근본적으로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라이카와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는 주위에 같은 처지의 동료들을 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에 그 절대 고독이라는 것을 마음만 먹으면 쉽게 외면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래서 어쩌면 인간은 죽음을 기다리기보다 삶을 즐길 수 있는가 보다.

 

절대 고독은 외면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결코 피할 수 없는 문제다. 우리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아도 고독하고 사람을 사랑하고 있으면 더욱 외롭다. 사랑을 한다는 건 사랑하지 않고 있을 때 느끼는 고독보다 훨씬 큰 고독을 견뎌낼 수 있고 또 그래야 함을 의미한다. 그런 절대 고독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고 상대를 사랑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과정에서 인간은 더욱 성숙한 사랑을 만들어 갈 수 있다. 행복도 고독이 수반되지 않으면 행복이라 자각할 수 없는 것이므로 우리는 고독과 외로움을 오히려 자신의 편으로 만들 줄 알아야 한다. 그런 과정이 없는 사랑은 소유와 집착과 의심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하루키의 '스푸트니크의 연인'은 굳이 장르를 가리자면 로맨스 소설이다. 하루키의 이야기에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절대적으로 고독한 '나'라는 화자 덕분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과 고독을 한 번 더 성찰하게 하는 이야기이고 그래서 더욱 스토리에 몰입되며 분위기에 빠져든다. 스푸트니크의 연인들, 한국 국적을 가진 서른살 후반의 매혹적인 여자 뮤, 열 일곱살의 연상인 뮤에게 대책없이 빠져들고 만 스물 두살의 여자 스미레, 그리고 그런 스미레에게 강한 사랑을 느끼지만 가망이 없어 신체적 걸프렌드를 만드는 나. 이 세 사람의 이야기를 쫓고 있다 보면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데 얼마만큼의 자신을 챙겨야하고 얼마만큼의 마음만을 표현해야 하는지에 대해 조심스럽게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