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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시대, 더 나은 인류사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

gowooni1 2010. 11. 17. 22:37

 

 

 

공감의 시대

저자 제레미 리프킨  역자 이경남  원저자 Rifkin, Jeremy  
출판사 민음사   발간일 2010.10.10
책소개 경쟁의 문명에서 공감의 문명으로!유러피언 드림, 소유의 종말의 저자 제러미 리프킨의 신작『공감의 시...

 

장 자크 루소는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서 태고적부터 평등 사회를 유지해왔던 인류에게 처음으로 불평등이 나타나게 된 계기는 '존경'이라는 감정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떤 특별한 능력을 갖춘 한 개인에게 평범한 사람들은 보통 이런 식의 반응을 보인다. '저 사람은 나와는 뭔가 근본적으로 달라'.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은 대개 비교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그의 능력이 나보다 뛰어나다고 해서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점이 아니다. 존경을 받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우리와 다른 부류이므로 시기하거나 질투를 해도 부질없다.

 

오히려 시기, 질투,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것은 나와 근본적으로는 다르지 않은 사람들, 즉 동족이다. 같은 부류의 사람들은 자신보다 동료가 잘 되는 것을 축하해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의문을 품는다. '쟤도 저런 좋은 걸 얻었는데 나라고 왜?'. 자신과 비교가 가능한 사람에게는 존경 보다 좀 더 만만한 감정들이 개입되는데, 이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근본적으로 다른 자들의 좋은 것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자기 능력 밖의 것이지만, 동족의 좋은 것은 나와 능력이 비슷하므로 노력 여하에 따라 내 것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불평등이 당연시 되던 봉건시대의 미덕은 윗사람을 향한 존경이었다. 존경은 사회를 안정적으로 유지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므로 지배층은 종교 같은 장치를 마련하여 자신들의 사회적 기반을 공고히 하고 존경을 더욱더 확실한 사회의 미덕으로 삼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존경은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기본적으로 통해야 하는 감정인 공감이 최소한 개입되거나 아니면 전혀 개입되지 않았을 경우에나 가능하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평등을 내세우는 현대 사회에서 불평등의 기원이던 감정이 어울리는지 아리송하다. 반대로 질투하고 부러워하는 사이에서는 공감이 베이스로 깔려 있다는 전제가 성립된다. 우리는 존경하는 사람에게보다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에게 더 감정 이입을 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감의 기본은 감정이입의 능력이다. 나와 전혀 다른 개체에게 자신의 경험적 감정들을 총동원해 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타인의 생각과 삶을 공감하기 힘들다. 공감은 우리를 사회적 동물로 만드는 능력이며 포괄적으로 이 세상이 돌아가도록 만드는 원천적 힘이다. 성악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 인간은 타인을 이해하려고 하기보다 짓밟으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고는 해도, 우리가 어린시절 부모님의 사랑을 갈망하고 친한 사람들의 행동거지를 따라하며 심리의 패턴을 동일하게 하는 이유는 역시 타인을 자신과 일치시킬 수 있는 능력이 인간 본성 안에 기본적으로 내재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가 영화를 보는 것도 등장인물과 공감하기 위해서이고 책을 읽는 것 역시 저자와 공감하기 위해서이다.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친구와 공감을 하기 위해서, 역사를 이해하는 것도 옛사람과 공감하기 위해서이다. 인류의 모든 문화적 소산은 결국 공감이라는 인간 기본 능력이자 본성이 없었더라면 절대 발전하지 못했다. 봉건사회가 모순이고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것도 현대 사회가 공감이라는 본능을 더 자유롭게 느낄 수 있는 사회적 장치를 제공해주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공감은 현대를 살아가는 인류에게 본능을 너머 필수 조건이 되어가고 있다. 평생 같은 지역에 살면서 한정된 수의 이웃을 가졌던 옛날과 달리 엄청난 소통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더욱 많은 사람들과 공감을 나눌 수 있게 됐다. 미국의 정서가 한국에 와서 영화를 통해 보편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게 바로 21세기의 모습이다. 제레미 리프킨은 이런 국부적인 면을 훌쩍 뛰어너머 극단적인 미래의 모습 때문에라도 우리의 공감 능력이 고차원적으로 발달되어야 한다고, '공감의 시대'에서 말한다. 그가 제시하는 미래상은 조금은 엉뚱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기후 변화로 지구가 멸망해가는 이 시점에서 우리 인류가 공통적으로 이 심각한 현실을 공감하고 한 가족이라는 기분으로,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만 할 것이라고, 그래야 우리가 더 긴 인류역사를 이루어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미래학자의 주장을 얼마나 가슴으로 받아들일지는 각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