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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新자유주의는 곧 신新불평등주의 : 나쁜 사마리아인들

gowooni1 2009. 4. 16. 22:40

 

 

 

나쁜 사마리아인들

저자 장하준  역자 이순희  원저자 Chang, Ha-Joon  
출판사 부키   발간일 2007.10.10
책소개 우리 시대의 각종 현안에 관한 해답! 현실로서의 경제학 전반에 대한 부담없는 교양 경제서! 이 책...

 

 

많은 사회주의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소리가 하나 있다. 카를 마르크스의 공산주의의 본질은 정말 이상적인 시스템이라는 거다. 원래는 이상적인 체제가 현실에 적용되었더니 권력을 잡은 일부 세력의 '너무나 인간적인' 이기심의 발로때문에 최악의 체제로 변해버렸다는 소리다. 신과 같이 청렴결백하고 강직하지 않은 인간이 또 다른 인간을 지배하는 한 아무리 이상적인 체제도 최악으로 변질될 수 있는 것이 인간 사회이다. 그러므로 인간이 서로를 견제하며 절충하고 나아가는 민주주의가 비효율적으로 느껴질지라도 '차라리' 공산주의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미국이 소련을 이기고 소련이 붕괴하는 그 때 이미 세상은 자본주의가 지배하게 되었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성격은 사실 정 반대이다. 자본주의는 착취자가 피착취자를 지배하는 구조로 발생하였다면 민주주의는 그런 부당함을 견제하는 목소리를 수렴하기 위해 마련된 체제다. 20세기 초반의 전세계적인 희생을 치르고 나서야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함께 가야만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음을 깨닫고 이 두가지는 바늘이 가는데 실이 가듯하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세계 2차 대전이 끝난 이후로는 자본주의는 19세기의 단순한 자본주의가 아니게 되었다.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를 시장으로 하여 등장한 것이다.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 인'은 이런 신자유주의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비판한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책 날개에도 매우 잘 나와있다. 내용은 이러하다. 자신의 여섯살 배기 아들은 세상에 나가서 충분히 돈을 벌어올 능력이 있다. 세상 많은 아이들이 그 나이부터 밖에 나가서 경제적 활동을 하도록 요구받고 있고 실제로 돈을 벌어오고 있다. 구두닦기를 할 수도 있고 소매치기를 배울 수도 있다. 좀 더 일찍 세상에 던져진만큼 눈치도 빨라지고 약삭빨라질 수도 있으며 사람들을 파악하는 능력도 키울 수 있다. 이런 장점들이 있으니 자신의 6살짜리 아들을 곧장 경제활동에 뛰어들도록 해야 하는 것인가?

 

당연히 말도 안된다는 소리다. 그 아이는 나가서 분명 돈을 벌어올 수는 있겠지만 엄청 낮은 수준의 돈만 벌게 될 것이다. 더군다나 배운 것이 없으니 더 나은 경제적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도 키울수 없다. 1억원을 준대도 혹은 머리에 총구를 대고 요구해도 뇌수술을 할 수 있는 능력은 절대 갖추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말이다. 그리고 이 현상을 전 세계적으로 비춰봤을 때, 아무 능력없이 시장에 던져진 여섯살짜리는 극빈국 및 개발도상국이고, 나가서 돈을 벌어오라고 교육시키지도 않고 시장으로 내 몬 비정한 아버지는 이미 경제적 주도권을 쥐락 펴락하고 있는 강대국들이다.

 

이런 현상을 장하준은 다른 책의 제목에서 아주 적절하게 비유하고 있다. 이는 '사다리 걷어차기'이다. 이미 높은 곳에 올라간 사람은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위치에 오르는 것을 원치 않으므로 자기가 올라온 사다리를 걷어차버린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도저히 그 곳에 오를 수 없게 된다. 여기서도 물론 이미 올라간 자는 강대국이고 올라간 사다리 없이 항상 위만 쳐다보고 있어야 하는 사람은 개도국 및 극빈국이다. '나쁜 사마리아 인'은 바로 기득권을 획득하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나쁜 사마리아 인'은 성경에 나오는데 그 개념은 다음과 같다. 자기 집 앞에서 추위에 떨어 죽어가고 있는 사람이 있어도 나쁜 사마리아 인들은 '그 사람은 나와는 상관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모른 척 한다. 그 자가 바로 자기 집 앞에서 죽어가고 있어도 말이다. 그리고 저자가 말하는 '나쁜 사마리아 인'은 짐작했겠지만, 바로 기득권을 가진 강대국들이다.

 

강대국들은 '신자유주의'라는 말이 번지르르한 체제를 앞세워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나쁜 사마리아 인들이다. 바로 옆 나라에서 기아에 굶주리고 헐벗고 죽어가도 그들에게서 커피 원두를 착취한다. 물론 그들은 자신들이 착취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당한 돈을 주고 사온다. 신자유주의라는 체제는 관세도 없애고 자신들이 구입하기 편한 값으로 자신들만 이득을 보기 위해 마련한 기득권의 수법이다. 가격은 파는 사람이 매기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는 파는 사람이 가격을 정하도록 하지 않는다. 이미 시장경제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그 힘을 이용하여 자신들 마음대로 가격을 조정한다. 과연 정당한 가격이란 것이 존재하는지 알 수 없다.

 

여러 방면을 검토하여 신 자유주의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밝히고 조목조목 그 이유를 뇌세포에 달라붙게 문장까지 잘 꾸며졌다. 결론은 이렇다. 신자유주의는 모순성이 너무 크니, 아직 덜 자란 나라들에게는 어느 정도 핸디캡을 인정해 주어서 함께 다 잘 살자는 세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 뜻은 물론 좋고 이상적이긴 한데, 한나라당 어느 위원이 말한 것처럼 '머리는 커졌지만 여전히 배고픈' 결론이다. 인간은 자신의 안위를 유지하려는 이기심을 이타심보다 우선하게 되므로 곧장 이런 생각의 꼬리가 따라온다. 그렇다면 '후진적이지만 반드시 누군가는 꼭 해아야만 하는' 일을 대체 어느 나라가 하게 될 것인가?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원가 절감을 위해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야 할 것이고 누군가는 인간이 먹어야 할 음식을 농사지어야 할 것이며 누군가는 여전히 공장에 앉아 기계의 부속품처럼 일을 해야 한다. 요즘 같은 세상에 이상적인 부의 창출 동력이란 다름 아닌 지식이나 서비스인데 저자의 이상적인 사회로는 대체 누가 1,2차 산업에 종사해야 할 것이냐는 말이다.

 

장하준(대한민국, 1963년 - )은 널리 알려진 비주류 경제학자 중 한 사람이다.

전공은 발전경제학으로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발전 정치 경제학 강의를 하고 있다(위키백과)

 

저자는 마지막 부분에서 자신만의 결론을 내리고 있다. 아직 후진적인 국가는 '제조업'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조업이야말로 부국을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하는 정도正道라면서, 우리나라도 그랬고 미국도 그랬고 전혀 그럴것 같지 않은 스위스도 제조업에서 기초가 튼튼했기 때문에 경제적 강국으로 부상했다고 설명한다. 글쎄, 어딘가 조금 미흡하다. 함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자고 그렇게 제안해 놓고서는 결국 반쪽짜리 사다리만 주어야 한다는 식으로 들린다. 함께 3, 4차 산업으로 점프해가자는 것이 아니라, 기득권들은 4차 산업으로, 극빈국들은 1차 에서 2차 산업으로 올라가는 것이 그가 제시한 최선의 제안이라면 이론만 이상적이었지 결국 언젠가는 그렇게 될 일을 과대포장하여 떠벌였다는 생각만 든다. 이미 선진국들은 제조 공장을 값싼 노동력과 원료를 흡수할 수 있는 극빈국이나 개도국으로 옮기고 있는지 꽤 오래되었으므로 그것을 해결책으로 내놓기에는 식상하다.

 

하지만 이러한 결론에서 기득권들 즉, 나쁜 사마리아 인들은 안도하게 된다. 결국 자신들의 밥그릇은 안전하게 지켜질 테니 말이다. 아무리 획기적인 이론이 나온다 하더라도 세상은 뒤집어지지 않는다는 사실과 설령 뒤집어진다 하더라도 엄청난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사실은 씁쓸한 웃음을 자아낸다. 정말 생각할 것은 많아졌지만 결론에 대해서는 계속 배가 고프다. 그건 각자가 숙고해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적어도, 이런 생각을 할 '꺼리'를 던져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이 '꺼리'때문에 대한민국 국방부 불온서적으로 선정되었다니, 우리나라도 어지간히 보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일찌감치 영국으로 건너가 교수가 된 것은 정말 현명한 처사였다. 그가 이런 자신의 생각을 한국어로 써서 한국 출판사에 가져갔다면 출판금지나 판매 금지가 되었을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