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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을 위한 비판, 박노자의 만감일기

gowooni1 2010. 1. 7. 19:52

 

 

박노자의 만감일기

저자 박노자  
출판사 인물과사상사   발간일 2008.01.21
책소개 인간 박노자의 사적이면서도 사회적인 통찰의 기록 박노자의 만감일기는 '인간' 박노자의 사적이고 사...

 

 

비판은 반드시 필요하다. 비판없는 생각은 왜곡되기 쉽고 비판없는 삶은 허무한 인생의 지름길이다. 비판은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피드백 역할을 하며 그것이 잘만 적용되면 매일을 어제보다 나은 나로 살 수 있다. 게다가 비판적인 생각의 가장 큰 매력은 남들과 똑같이 생각하는 군중적 우매함에서 벗어날수 있게 만든다는 점이다. 하지만 뭐든 중도가 좋은 법. 중도를 지나친 비판은 발전을 위한 창조적 발상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나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는 사람, 트레잡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고 만다.

 

<박노자의 만감일기>는 텍스트의 발상적 특징-그 어떤 매체를 위하지도, 시의성을 고려하지도 아니한 개인 블로그에 기재되었던 공개일기-때문에 하나의 내포된 주제가 없다. 공통된 주제는 없어도 처음부터 끝까지 내내 견지된 자세가 있는데 바로 비판적이라는 점이다. 그의 비판은 상당히 과격하고 적나라하여 그의 글을 읽는 독자는 저자를, 세상의 모든 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쉬이 평해도 도리없을 것이다. "이렇게 불만이 많아서 어디 행복하게 살겠어?" 하지만 그는 평생 현실적 정치에 발을 담글 위인은 못된다. 그가 인정하듯이 자신은 사회의 모순된 부분을 적나라하게 지적할뿐 개혁을 할만큼 담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박노자, 러시아명 블라디미르 티호노프.

현재 노르웨이 오슬로 국립대학에서 한국어 교수로 재직중. 한국인 아내와 아들이 있다.

 

이미 많이 알려져있다시피 박노자는 러시아태생(정확히는 소련생) 귀화 한국인이다. 서류상으로는 한국인이지만 한국인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가짜 한국인인 입장이 그의 비판적 시각을 더욱 날카롭게 연마하게 했다. 원래부터 그 사회에 속하지 않은 자들이야말로 그 사회의 불합리한 점을 가장 적확하게 포착할수 있는 법이다. 더군다나 스스로 사회주의자라고 말하는 사람이므로 미국이나 일본의 불안정한 민주주의나 자본주의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남한사회의 모습은 그의 박식함에 힘입어 세련된 비판을 끊임없이 창출하게 만드는 원천으로 탈바꿈했다.

 

그의 비판은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건설적 비판도 있지만 아웃사이더로서 느끼는 한에 유사한 정서는 순수비판을 가능하게 했을 것이다. 모든 일기의 글이 다 이런식이다보니 비판을 위해 사는 사람같다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그의 비판은 개인적 비판은 물론 한국에 대한 비판을 넘어 이웃 일본에 대해, 그가 살고 있는 노르웨이에 대해, 나아가 미국과 유럽사회등 세계 전반적인 사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비판을 하고 있다. 이런 점이 그의 비판을 무시할수 없게 만드는 이유다. 비판을 위한 비판만 일삼는 자라면 자신의 안위를 떠난 점에는 관심이 없을 터인데 그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전세계의 모든 사건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것처럼 보인다.

 

그의 비판을 무시할수 없게 만드는 또하나의 이유는, 그의 해박함이 그대로 묻어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지껄이는 푸념이 아니라, 한국인 또는 일본인보다 더 박식한 동북아시아의 정세와 시대를 넘나드는 역사적 지식, 뛰어난 언어 구사 능력은 모르는 사람이라면 절대 하지 못할 비판을 통쾌하게 가능하게 한다. 그의 텍스트를 읽다보면 한국에 대한 광범위한 지식의 수준에 놀라고, 한국 정세에 갖는 관심과 그의 한결같은 견해에 익숙해지며, 옛사람이나 속담을 들먹이며 글을 전개하는 한국어 실력에 경탄한다. 그가 그만큼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구사한다는 것은 한국의 책을 많이 읽었다는 뜻인데, 그만큼의 책을 읽으려면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했을 것이다. 이런 어줍잖은 추측으로 그의 나이가 굉장히 많을거라 짐작했는데 알고보니 그는 고작 1973년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