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관심가는책200+

혼魂창創통通

gowooni1 2010. 10. 31. 14:21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혼창통은 기업의 간부급 이상을 대상으로 쓰인 책이다. 아직 개인적 인생철학에 더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조금 핀트가 엇나간다. 저자도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 저서의 취지를 명확히 밝혔고 책 대부분의 예시에는 전세계적인 기업들의 사례와 그 CEO들이 품고 있던 철학들만 담겨있다. 조직의 부흥을 구하지 않는 한 개인이, 혼과 창과 통이 있어야만 제대로 된 인생을 살겠구나, 하는 기대감으로 읽을만한 책이라고 하기엔 많이 부족하다.

 

그러나 이미 혼, 창, 통이라는 이 세글자에 매료되었다면 아무리 기업이나 사회조직과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도 읽지 않고는 못배긴다. 혼창통이 기업의 쇄신을 위한 필수적인 철학임을 넘어 개인의 쇄신을 위한 필수적인 삶의 조건임을 독자는 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혼창통이라는 이름이 아니어도 다른 많은 명사들을 통해 그 철학들을 접했지만, 어째서 저자는 하필 이런 세글자를 선택해서 자신의 메시지를 어필하려 했는지가 궁금하다.

 

혼은 영혼이다. 비전이고 꿈이고 이상이다. 기업의 머리라고 볼 수 있는 간부들이 가장 먼저 가져야 할 자세이기도 하다. 크고 원대한 비전이 없는 머리가 위대한 기업을 이끌어나갈 수는 없다. 머리가 혼을 품고 있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을 따르는 많은 사람들의 꿈까지 책임지고 있는 이유다. 돈이 목적인 기업에서 간부들이 오직 돈을 벌기 위해 회사를 세웠다면, 그 조직원들 역시 돈을 벌기 위해 회사에 들어왔을 것이다. 그런 조직원들은 더 많은 돈을 주는 회사가 생긴다면 바로 그만두고 만다. 하지만 돈이 목적이 아니라 꿈이 목적인 회사라면, 조직원들 역시 돈이라는 당근에 좌우되지 않는다. 혼, 동기라는 더 큰 목적이 있기 때문에 진정으로 한 배를 탈 사람이 된다. 기업의 비전이 곧 개인의 비전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꿈만 있고 실현할 의지나 방법이 없으면 탁상공론에 그치고 만다. 혼을 확실한 실체로 이끌어주는 창이 있어야 실현 가능하다. 혼과 창은 상호 보완적이다. 혼이 있으되 창이 없으면 공허하지만 창만 있고 혼이 있으면 방향을 잃는다. 확실한 혼을 가지고 있고 꾸준하게 추진할 창이 있어야만 보다 확실한 현실이 된다. 그러기 위해 저자는 말콤 글래드웰이 주장한 1만시간의 법칙으로도 부족하다고 말한다. 하루에 3시간씩 10년을 투자해야 빛을 보는 1만 시간의 법칙이 아니라 전 인생을 부어야 한다는 게 창의 핵심이다.

 

그럼 혼과 창만으로도 충분히 성공 가능할 듯 한데 어째서 또 하나의 철학, 통이 필요한지 궁금하다. 통은 썩지 않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흐르지 않으면 썩고 썩은 후에는 돌이킬 방법이 없다. 사람의 몸은 죽는 그순간까지 항상 순환해야 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받아들여 몸이라는 유기체를 유지시킬 수 있다. 더 이상 외부적 에너지가 필요없는 순간, 즉 더 이상의 통通이 필요없는 순간 죽는다. 조직도 여러 개인으로 이루어진 그 어느것보다 활발한 에너지가 순환하고 있는 유기체라서, 통하지 못하면 망하고 만다. 특히 요즘처럼 흥망의 사이클이 더욱 짧아지고 있는 사회에서 통은 그 자체로 에너지이다. 모든 소통을 차단하는 조직은 이미 조직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셈이다.

 

혼창통을 개인적 삶에 비교해봐도 유익하다. 우리 개개인은 각자 원대한 이상과 하고자 하는 열망으로 혼을 내부에 품어야 한다(혼魂). 하지만 꿈을 꿈으로만 그치지 않기 위해 자신의 혼을 되새기며 그것을 추구하는 근면과 인내와 성실로, 루틴이 즐거워지는 게 일상화 되도록 해야한다(창創). 자신의 혼과 창에만 몰입해서 살아가는 것도 좋지만 우리는 이 사회의 일원이므로 자신이 전 생애를 바쳐 행하는 그것이 이 사회를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혼이 현재 살고 있는 세상과 부합한지 늘 깨어있는 정신으로 바깥과 소통하는 정신이 필요하다(통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