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문학*문사철300

우울한 코브 마을의 모두 괜찮은 결말 The lust lizard of melancholy cove

gowooni1 2010. 8. 28. 00:19

 

 

 

 

여름 휴가철 장사때에만 돈의 흐름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그 외에는 느릿해지는 바닷가 마을에서는 사람들의 생활 패턴 역시 돈의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모든 여행객들이 도시로 돌아가버린 마을 주민들의 생활은 평화롭고 여유롭다.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던 9월, 다른 해와 다를 것 없던 9월 코브 마을에는 작지만 단순하지 않은 사건이 발생한다. 평범한 가정주부 한 명이 목을 매 자살을 한 것이다.

 

작은 마을에서 작은 사건이 발생하면 큰 사건으로 뒤바뀌지만, 이 사건은 여러 미심쩍은 부분들이 있는 데에도 그저 단순 자살 사건으로 종료된다. 미심쩍은 부분은 일단, 의자 위에 서서 목을 맨 다음 다리로 의자를 쓰러 뜨려서 죽은 시체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증상이 없다는 거다. 괄약근 이완으로 인한 지저분한 현장이 없다는 것으로 봐서 누군가에게 살해를 당한 후 목이 매인 것이 확실한데 상부에서도 그저 단순 사건으로 처리하고 빨리 종결시켜 버린 것도 이상하고, 주부가 청소강박증으로 결벽증이 심한 환자이긴 했어도 우울증을 앓은 것은 아니므로 자살할 이유도 없었다는 점도 이상하다.

 

대마초 중독자인 순경 시오는 마을에서 일어나는 자잘한 사건들이나 처리하는 순경에 불과하므로 이런 중대 사건을 처리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 사건이 이상하다는 점과 상부에서 뭔가를 덮으려 한다는 것을 느낀다. 자신의 대마밭을 직접 일궈 중독의 양식을 조달할 정도인 시오의 약점을 꽉 잡고 있는 버튼 보안관 때문에 겉으로는 모른척하며 넘어가는 것같이 보이려고 하지만 시오는 순경으로서의 권한을 넘어서까지 조사에 착수한다. 게다가 요즘 이 마을에는 이상한 징조들이 너무나 많이 보이고 있어 여러가지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 투성이다.

 

마을의 이상 징조를 눈치챈 것은 시오 만이 아니다. 작은 코브 마을의 정신을 담당하고 있는 밸 리어든 박사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작은 시골 마을을 담당하고 있는 밸이므로 고작해야 1500 여명의 우울증 환자에게 프로작 처방전이나 내려주는 것이 일과의 전부였는데, 요즘은 상황이 이상해졌다. 일단 우울증 환자 중 자살할 확률이 15퍼센트라면 그 15 퍼센트에 속할 낌새를 전혀 보이지 않았던 주부의 자살도 이상했다(밸의 진단으론 우울증 환자도 아니었고). 자신의 무관심에 환자 하나를 희생시켰다는 죄책감에 가짜 약 처방을 하기 시작한 이후론 상황이 더 이상해졌다. 자신을 찾아오는 환자들 거의 대부분이 이상 성욕 증가 현상을 보이는 것이었다. 밸은 자신이 정신과 상담의인지 성 도착증 상담 센터 직원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였다.

 

물론 이런 현상에 원인이 없을 리가 없다. 원인은 바다에서 올라온 거대한 괴물.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괴물은 방사능 누출을 감지하고 육지에 올라와 사람을 잡아 먹기 시작한다. 그리고 괴물의 등장은 그가 나타난 코브 마을 사람들에게 최음제 역할을 한다. 돌고래 성도착증 환자에게도, 남편과 사별후 홀로 잘 살고 있는 60대의 노인에게도, 슬픈 블루스 노래를 부르며 80년을 떠돌이로 살아온 흑인 가수에게도, 그리고 모든 싱글 남녀에게도 말이다. 덕분에 작은 코브 마을은 오히려 사랑이 싹트는 마을처럼 보이기도 한다. 단 한 사람, 예전에 한창 잘 나가던 B급 여배우이자 미친 여자로 명성이 드높은 코브 마을의 명물, 몰리 미숑을 제외하고는.

 

상대에게 두려움만을 가지고 있으면 '먹이'가 될 뿐이라는 것을 미친 몰리는 본능으로 알고 있었다. 미쳤으니까. 모든 이들이 괴물을 본 순간 공포에 굳고 먹히는 와중에도 몰리는 희한한 바다괴물의 등장에 전율했다. 괴물 역시 자신에게 공포를 느끼기는 커녕 먹이를 조달해주기까지 하는(미친 몰리는 자신을 미쳤다고 희롱하던 사람들을 차례로 바다 괴물에게 먹이로 선사했는데, 그래도 죄책감을 느끼진 않았다. 결코. 왜냐면 몰리는 정말 미쳤으니까) 몰리를 먹이로 생각하지 않고 의지하기 시작한다. 몰리는 자신의 죽은 금붕어 스티비의 이름을 살짝 바꿔 스티브로 괴물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그를 길들인다.

 

바다괴물의 등장은 작고 우울한 코브 마을을 발칵 뒤집어 논다. 몰리 미숑의 기준으로 나쁜 사람들이 스티브의 먹이로 눈 깜짝할 사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버튼 보안관이 대마초 중독자인 시오를 왜 몇 년 간이나 순경으로 써먹어 왔는지, 코브 마을에서 일어나고 있던 별 것 아닌 사건들에서 별 것 아닌 사람들의 삶까지 까발리고 뒤엎는다. 말도 안되는 상황 속에서 가지가지의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에 있는 인간의 이기, 조롱, 자기 중심에 해학을 느끼고 희생, 우정, 믿음에서는 간간히 희망도 보인다. 바다괴물 스티브와 몰리의 사랑, 몰리와 시오의 이상 기류, 스티브가 시오에게 느끼는 질투와 자기연민은 하이라이트.

 

 

말도 안되는 설정과 재밌는 캐릭터들로

압도적인 서사를 이끌어 나가는 데다

문체를 따라가는 데서 피식피식 터지는 즐거움까지 선사하는

저자 크리스토퍼 무어.

태평양 어느 요새에 살고 있어 접근이 쉽지 않다는 괴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