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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의 꿈(Jonathan Livingston Seagull A Story)-리처드 바크

gowooni1 2010. 8. 12. 16:22

 

 

 

 

조나단 리빙스턴은 갈매기다.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일어나면 제일 먼저 항구에 나가 어부들에게 먹이를 얻기 위해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 갈매기이다. 먹기 위해 살고 오직 그것만이 가치 있고 유용한 인생의 목표인 그 세계에서 다른 생의 목표를 가진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그랬기 때문에 조나단은 좀 달랐다. 그는 꿈이 있는 갈매기였다. 좀 더 빨리, 높이, 멋지게 자유자재로 나는 것이 꿈이자 살아가는 이유였기 때문에 다른 수천의 갈매기들의 입장에서 조나단은 별난 갈매기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세상에 태어났으니 먹는 것이 최우선이고, 번식을 위해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낳고 또 다시 먹이를 구하기 위해 치열하게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이 무한 반복되는 삶의 고리에서 조나단은 회의를 느꼈다. 그저 먹기 위해 살고 그것을 위해 부여된 날개를 적당히 움직이는 인생은, 조나단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일개 '모기'라도 살 수 있는 인생이었다. 하지만 조나단은 일개 모기가 아니라 주어진 날개를 가지고 마음껏 창공을 날면서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갈매기였다. 그리고 진정 갈매기다운 삶을 추구하는 것은 조나단이 생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가족과 친구들은 그런 조나단을 보고 걱정을 하였다. 왜 너는 그렇게 사서 고생이니, 네 몸 좀 봐라 뼈와 가죽밖에 없잖아. 너도 '다른 갈매기들처럼' 먹이를 위해 경쟁하고 '다른 갈매기들처럼' 적당히 살지 그러니. 고작해봤자 넌 갈매기야. 매처럼 빨리 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처음에는 조나단도 그 말에 수긍을 하고 다른 갈매기들처럼 살아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미 '나는 기쁨'을 알게 된 조나단이 남들과 같은 방식의 인생에 적당한 만족을 얻으며 살기란 힘들었다. 비록 매도 아니고 올빼미도 아니더라도 조나단은 매처럼 빠르게 날고 싶었고 올빼미처럼 야간 비행도 하고 싶었다.

 

자신들의 세계가 세운 법칙을 깨고 갈매기 이상의 갈매기가 되려는 조나단은 조직의 안정을 위협하는 존재로 치부되고 추방된다. 조나단은 억울했다. 드디어 매처럼 빨리 나는 법을 터득하고 온 조나단은 동료들에게 '단순히 먹이를 추구하기 위한' 삶보다 더 가치있는 삶을 전수해줄 수 있었는데 거부당했기 때문이다. 아무도 조나단처럼 나는 기쁨을 원하지 않았다. 다들 그저 배불리 먹고 충분히 잘 수 있는 삶에 만족하고 있는데, 조나단처럼 그 이상을 추구하고 싶지도 않은데, 매일 비행연습을 하고 있는 조나단을 보면 자신들이 만족하는 삶에 부족함을 느껴야 할 것 같은 그 불안정한 상태가 싫었던 것이다.

  

조나단은 무리로부터 추방되었고 외로웠지만 쓸쓸하지는 않았다. 다른 동료 갈매기들을 위해 사용하려던 시간을 온전히 자신의 비행 연습에 투자하면서 더욱 빠르고 자유로운 갈매기가 되어갔다. 조나단에겐 삶의 목표가 확고했다. 완전한 비행을 하는 온전한 갈매기가 되는 것. 때문에 다른 갈매기들처럼 인생에 권태를 느낄 겨를도 없었고, 권태에 찌들어 금방 늙어 죽는 다른 갈매기들과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삶에 대한 즐거움과 활기로 살아갈 수 있었다.

 

그렇게 오랜시간 홀로 자유롭게 살아가던 조나단에게 자신과 같은 빛을 발산하는 동료들이 접근해왔다. 그들은 서로 같은 목표를 추구하는 갈매기들이었다. 조나단은 자신과 같은 생각으로 같은 생의 목표를 위해 살아가는 동료들이 있었다는 사실에 기뻐했고 기꺼이 그들의 일원이 되었다. 그들이 모여있는 곳에 가보니 자신이 추방당했던 수천 마리의 갈매기 무리와는 달리 고작 십 수 마리의 갈매기들만이 모여 있었다. '어째서 이렇게 갈매기들이 적은가요? 제가 있었던 곳에는 적어도...', '수천 마리의 갈매기들이 있었겠지. 하지만 여기는 수백만 갈매기 중 하나의 갈매기들만이 모인 곳이야. 그러니 작을 수밖에'

 

드디어 최상의 스승과 동료들을 얻은 조나단은 마음껏 비행 기술을 연마한다. 그곳은 조나단에게 천국과 같은 곳이었다. 더욱 완전한 비행을 하고 싶은 조나단에게 동료와 스승이 아낌없이 조언을 해주었다. 그러던 어느날 조나단은 드디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완전한 비행' 기술을 터득한다. 좀처럼 그 기술을 터득하는 갈매기는 없었으므로 동료들은 부러움 섞인 축하를 해주고 스승은 자신이 할 일은 다 했다는 듯 더 높은 세계로 떠나 버린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조나단은 자신이 원래 있었던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처음에 동료들은 그런 조나단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곳에 남아 좀 더 수준이 업그레이드 된 신입 갈매기들을 가르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고 중요한데 어째서 굳이 그런 가장 밑바닥 세계에, 날고자 하는 욕망조차도 없는 그 무리로 돌아가 선생을 하겠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게다가 그곳은 이미 조나단을 한 번 추방했던 곳이므로 환대는 커녕 죽음을 당할지도 모르는 곳이었다. 하지만 조나단의 결심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확고해졌다. 만약 자신이 있던 그 처음 세계에서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스승을 한 명이라도 만났더라면 그런 고생은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면 더욱 그랬다. 자신과 같은 전철을 밟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혹시 하나라도 있을지 모를 자신의 제자를 위해 원래 무리로 돌아가야했다.

 

조나단 리빙스턴 갈매기의 이야기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갈매기의 삶의 과정과 단계를 통해 우리의 인생이 각각 어느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정신과 자세가 무엇인지 고찰해보는 시간을 얻는다. 내 인생의 단계에서 더 나가면 이룩할 것이 없다고 자만하는 자에게 특히 필요할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발전하는 인생 속에서도 끝이란 없는데 어제와 같은 오늘 속에 만족하면 '수천의 갈매기'중 하나로 전락해 버리고 말 것이라는 경각심을 뼛속 깊이 느끼는 게 좋을 것이다. 자만하면 벽을 못보고 벽을 보지 못하면 인생은 거기서 끝나버리고 말기 마련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