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거짓말: 무엇이 우리의 판단을 조작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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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일이다. 세계 2차 대전 발발 전후의 나치즘과 히틀러의 광기, 그리고 독일 국민들의 맹목적 지지에 대한 어리석음에 대해 친구와 이야기를 하던 중 충격적인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만약 내가 그 당시의 독일 국민이었다면, 나도 그렇게 했을 거 같아."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람과 동시에 군중심리의 절대적 위력에 대해 생각해보고, 또 인류의 발전이 그리 희망적이지는 않을지도 모른다는 비관적 전망까지 하게 되었다. 만약 다시 히틀러 같은 혹은 못지 않은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한 상황이 도래하고, 그보다 더 지독한 지도자가 등장을 한다면 사람들은 다시 한 번 그에게 맹신을 퍼부을 것이라는 생각에 두려워졌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윤리적이고 약한 지도자보다 덜 윤리적이고 강한 지도자를 더 선호한다.
인간이 동물과 달리 세상을 지배할 수 있었던 절대적 무기는 바로 이성이다. 하지만 인간에게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이성이 아니라 감정이다. 그럴만한 가치가 없는데에도 명품을 선호하는 이유는 타인이 거기에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이다(즉 명품을 구매하는 군중 심리는 부러움을 구매하는 것이다). 나치즘이나 홀로코스트가 인류 최대의 죄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거기에 동조했던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것이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태고적부터 인류의 최대 공포감을 유발하는 것은 소외에 대한 두려움이지, 결코 진리에서 어긋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아니다.
이성적으로는 그르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감정에 기대어 결론을 내리게 되는 경우는 이뿐만이 아니다. 과장광고에 속아 쓸모없는 물건을 사는 것이나 도박에 중독되는 것, 권위자들의 권위에 압도되어 자신의 사고 능력을 잃는 것, 주식이 한없이 떨어지고 있어 팔지 않으면 더 큰 손실을 입을 것이 눈에 훤히 보이는 데도 차마 매도하지 못하는 것, 자신이 왜 남들보다 가치 있는지 객관적으로 설명하지도 못하면서 막연히 내가 가장 잘났다고 믿는 것, 이것은 분명 이성적으로는 설명하기 힘들지만 감정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과장광고에 속지 않으면 괜히 손해보는 것 같고 도박은 재밌고 권위자들은 있어보이고 떨어지는 주식을 팔면 실패를 인정하는 것 같고. 그리고 내가 잘났다고 믿지 않으면 남들도 나를 잘났다고 믿어주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감정에 휘둘리기 쉬운 군중부터 이성적이라고 자부하는 학자들까지 사람들은 매순간 판단의 오류에 빠진다. 판단의 오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없지는 않다고, <뇌의 거짓말>의 저자는 말한다. 너무나 명백히 우열을 가릴 수 있는 -그리고 쓸모 없는- 물건들을 사는 대신에 영원한 자신만의 체험으로 기록될 경험을 사는 것이 현명한 소비이다. 자신이 옳다는 것을 남들에게 증명하기 위해 모든 정보를 자기 중심으로 왜곡시켜 모으고 결론을 내리는 대신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지 않음을 인정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통찰력을 길러야 한다. 세상은 군중심리에 휘둘리는 사람들이 아니라 군중심리를 지배하는 현자들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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