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문학*문사철300

독일인의 사랑

gowooni1 2010. 4. 23. 00:39

 

 

 

독일인의 사랑(BESTSELLER WORLDBOOK 16)

저자 막스 뮐러  역자 박용철  
출판사 소담출판사   발간일 1991.09.01
책소개 막스 뮐러의 독일인의 사랑. 이 작품은 일생을 병상에서 보내다가 생을 마감한 마리아라는 여자와 주인...

 

어린 소년은 아직 남과 나를 구분할 줄을 몰라서, 호감이 가는 사람 누구에게나 호감을 표해도 괜찮은 줄 알았다. 그래서 아버지를 따라 처음으로 들어간 성 안에서 영주의 아내-비전하-를 뵈었을 때, 그만 어머니에게 하던 것처럼 목을 껴안고 키스를 하고 말았다. 비전하는 그런 어린 소년의 천진난만한 행동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용서해주었지만 그 이상을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어머니와 달랐다. 집으로 돌아간 소년은 어머니에게 울면서 이렇게 말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호감을 표하는 것이 나쁜건가요?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모르는 어린 아들에게 어머니는 이렇게 위로한다. 너도 이 다음에 크면 알게 될거야.

 

세월은 흘러 어린 소년은 청년이 되었다. 먼 도시에서 공부를 하다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은 즐거움이었다. 하지만 어린 시절 함께 놀았던, 친구라고 생각했던 소년은 영주가 되어 버리고 그 둘의 관계는 어색해져 버렸다. 어른이 된 소년은 이 세상에 신분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호감을 멋대로 표시하는 것은 예의라는 사회적 잣대에 어긋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자신의 일방적인 마음 가짐으로 상대방에게 친구가 되어주길 요구하는 것이 무리라는 것을 잘 알게 된 청년은 어린 시절 함께 놀았던 마리아 공녀(영주의 누이)와의 사이도 막연하게 그리워하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던 청년에게 성에서, 마리아 공녀로부터 편지가 왔다. 늘 아프기만 했던 공녀가 어린 시절의 친구를 그리워하며 자신을 방문해주기를 희망한다는 내용이었다. 청년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가슴에 안고 부푼 가슴으로 성으로 향했다. 청년의 기억 속의 마리아는 늘 병상에서 창백한 얼굴을 하고 누워 있는 가련한 영혼이었지만 대신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는 깊은 눈을 가진 이지적이면서도 순수한 영혼이었다. 오랜만의 재회에서도 역시 공녀는 하인들이 미는 병상 위에 누워 약속된 장소로 이동되었다. 그녀는 여전히 아름답고 그윽한 눈매의 여성이었고 상대방의 상하귀천에 구분없이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는 고결한 사람이었다. 어른이 된 청년을 존중하기 위해 그녀는 독일어가 아닌 영어로 말하겠다고 했다. "나는 어린 시절 친구를 당신(Sie:지)이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너(Du:두)라고도 할 수 없으니 영어로 말하겠어요."

 

영혼이 너무나 비슷한 두 사람은 머지않아 자신들이 어린 시절의 영원한 친구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었고 다시 말을 편하게 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청년은 매일같이 지속되는 공녀와의 만남을 통해 그녀의 깊은 영혼을 알게 되고 그녀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공녀에 대한 청년의 사랑은 순수한만큼 공허한 것이었다. 공녀는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허약한 육체의 소유자였고 설령 그녀의 영혼이 좀 더 강건한 육체에 깃들었더라도 둘의 신분의 차이는 뛰어넘기 힘들었다. 더군다나 그녀에 대한 사랑을 키우고 있을 때 나타난 공녀의 주치의는 청년에게 공녀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더이상 만나지 말것을 당부했다. 공녀의 허약한 심장이 언제 멈출지 모르는 상태에서 청년과의 만남은 그녀의 몸에 극히 좋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녀를 위해, 그리고 주치의에게 일종의 오기를 보이고자 청년은 티롤 지방으로 여행을 떠났다. 하지만 그녀가 없는 생활은 아무리 낯선 지방으로의 여행이라 하더라도 청년에게 감흥을 불러 일으키지 못했다. 청년은 공녀만을 그리워하고, 그녀에 대한 생각만으로 몇주 간을 보내다가 결국 한가지 결론에 도달한다. 언제 만날지도 모르는 완벽한 두 영혼이 어째서 일부러 떨어져 있어야 하는지, 어차피 지상에서의 짧은 여행을 할 거면 그녀와 함께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은지, 완벽한 결합은 육체와 영혼이 시공간적으로 함께 일치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청년은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확신을 가지고 그날로 공녀가 있는 성에 도착한다. 그리고 공녀에게 그동안 숨겨왔던 자신의 사랑을 열렬하게 고백한다.

 

둘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청년의 입술이 공녀의 입술을 가로막음으로써 청년의 일방적일 것만 같았던 짝사랑은 쟁취되는 듯 하지만, 그날 밤 공녀는 인생 내내 앓아왔던 병에서, 그녀에게 고통만 주던 육신에서 해방된다. 불길한 기운에 밤잠을 설치던 청년에게 찾아온 공녀의 주치의는 마지막으로 그녀가 청년에게 남긴 편지를 남기고 돌아간다. 편지 안에는 그녀가 청년에게 보내는 자그마한 선물이 담겨져 있다. 어린 시절 공녀가 그에게 주려던 반지를 다시 되돌려 주면서 공녀에게 했던 말 '당신의 것은 내 것입니다, 마리아'라는 구절이 쓰인 종이조각과, 그것에 싸인 반지. 결국 반지는 청년에게 '하느님의 뜻에 따라'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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