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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도 한때는 인간이었다

gowooni1 2010. 3. 18. 00:01

 

 

 

그들도 한때는 인간이었다

저자 막심 고리키  역자 서은주  원저자 Gorky, Maksim  
출판사 큰나무   발간일 2007.05.15
책소개 러시아 작가, 막심 고리키의 대표작. 주인공 쿠발다 대위가 운영하는 여인숙에 모여든 사람들이 하루 ...

 

근대 러시아 대표 문학 작가 중 한명인 막심 고리끼는 그 출생의 미천함과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학력에도 불구하고 굉장한 명예를 거머쥔 사람이다. 아버지는 다섯 살에 죽고, 고생만 죽도록 하며 살아온 할아버지는 어린 11세 소년을 거리로 떠민다. 한창 정규교육을 받아야 할 나이에 페쉬고프(고리끼의 본명은 알렉세이 막시모비치 페쉬코프)는 자신의 생계를 스스로 책임져야 했다.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한 소년이 길거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일은 모조리 다 하면서 자란 그는 하층민의 삶을 처음부터 뼈저리게 경험한 셈이다.

 

러시아 혁명이라는 대 격동의 물결을 최하층 계급의 입장으로 살아간 그는 자연스럽게 막시즘에 빠져들었다. 태어나서 거의 모든 생계를 스스로 꾸려온 그 삶의 고단함 때문에 이십대 초반에는 자살을 기도하지만 실패하고, 그는 생의 고단함을 독서에 광적으로 빠짐으로써 잊었다. 정규 교육을 거의 받지 못한 그는 거의 스스로 글을 깨치게 된 셈인데, 거기다가 하층민으로서의 경험까지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그는 그 누구보다 혁명 전후 러시아 서민들 삶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건 '그들도 한때는 인간이었다'에도 역시 고스란히 드러난다.

 

막심 고리키, 본명 알렉세이 막시모비치 페쉬코프

(1868-1936)

 

그들도 한때는 인간이었다,에는 현재는 인간이라고 불릴수 없는 인간들이 등장한다. 한때는 잘 나가던 대위가 운영하는 여관은 여관이라 하기엔 무리가 있는 곳이다. 유리창은 거의 붙어있지 않고 그을음이 그대로 드러난 벽돌벽 옆에 길게 늘어진 나무 널판지들이 곧 침대인 곳. 이곳은 숙박만 제공하는데다 파격적인 가격으로 마을의 모든 부랑자들을 끌어들인다. 부랑자들은 전부 한때는 어엿한 인간이었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가장 싼 여인숙에서 등을 붙이고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 하루는 어떻게 배를 채워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들도 처음부터 무조건적으로 부자들을 싫어하지는 않았을거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해지고 희망마저 박탈당한채 인간으로서의 삶까지 이어나가기 힘든 사회구조가 부르주아를 혐오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마을의 유일한 부자인 상인 페투니코프는 그들의 하나밖에 남지 않은 거처를 부수고 새로 공장을 만들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계획에 혈안이 되어있다. '한때는 인간이었던' 그들은 여관 주인이자 '한때는 대위였던' 아리스티드 쿠발다를 중심으로 돼지같은 악덕상인 페투니코프의 지갑에 약간의 출혈을 주기로 했다. 그가 지으려는 공장부지 소유자에게 소송을 걸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자신의 의지에 따라 소송을 건 게 아닌 주인은 금세 상인 페투니코프와 금전적 합의를 보고, 그들의 낙이었던 계획은 물거품으로 돌아간다. 예정대로 공장은 지어질 것이고 부랑자들은 다시 집 없는 생활을 이어나가야 한다. 거기에 악덕 상인인 페투니코프는 법원에 소송장을 쓴 대위의 기자 친구를 반송장으로 만들어 '한때는 인간이었던 동물들'에게 보낸다. '인간이었던 동물들'은 기자 친구 필립이 쓴 소송건에 대한 보상을 땅주인에게 요구해 받아낸 돈으로 굶주린 배를 술과 음식으로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술에 취해 정신을 잃고 있을 때, 그 술값을 만들어 낸 기자는 나무 널판지로 만든 침대 위에서 죽었다.

 

러시아 혁명을 이끈 볼셰비키를 적극적으로 지지한 고리끼는 이후 정권인 스탈린에게도 친스탈린 의사를 표명했는데 당시 상당한 세계적 명성을 거머쥔 작가인 셈치고 지나치게 정치적이었다는 느낌이다. 정권자들은 세계적 명성의 작가를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정당하게 보이려고 노력했고 고리끼는 거기에 기꺼이 부응했다. 그리고 원인 불명의 이유로 사망했는데, 나중에 스탈린을 싫어했던 우파들이 고리끼를 암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게 밝혀졌다. 그가 지병으로 죽었는지, 암살당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치에 이용당했다는 느낌은 지우기 힘들다. 그래서인지 한때는 인간이었던 사람들의 기자 선생과 그가 조금은 오버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