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문학*문사철300

이반 데니소비치의 행복한 하루

gowooni1 2010. 3. 23. 00:44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세계문학전집 13)

저자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역자 이영의  원저자 Solj´enitsyne, M. Alexandre  
출판사 민음사   발간일 1998.09.30
책소개 한 개인의 비극적 운명을 통해 지배권력의 허상을 적 나라하게 폭로한 노벨상 수상작가의 대표작. 작가...


 

배가 죽도록 고플지도 모르는 자유와 그럭저럭 감당할만한 배고픔의 구속 가운데서, 공산주의 국가는 두번째를 선택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따랐던 이유는 시대적 배경 때문일거다. 인류 역사상 귀족이 아닌 이상 평생을 배부르게 살아본 적이 없는 피지배층은 전보다 덜 일해도 최소 배고픔은 없애준다는 말에 현혹되어 공산주의 아래 억압을 자연스레 받아들였다. 하지만 조지 오웰이 동물 농장에서 보여줬듯, 결국 자신의 정권을 유지시키기 위한 탐욕에 빠지기 마련인 인간의 본능에 굴복된 지배층의 학정 아래서 피지배층은 한층 업그레이드 된 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해야 했다.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은 스탈린 정권 아래 반정치적인 행동을 일삼았다는 명목으로 수용소에서 십년을 살아야 했지만, 그 자신조차 납득할만한 이유를 찾은 것은 아니다. 그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적어도 수용소 안에서나마 목숨을 연장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인정하고 수용소 생활을 감내했다. 그 시대 수용소 생활을 해야 했던 대부분의 사상범, 정치범들은 같은 이유로 강금되었고 그 안에서 자신이 무엇 때문에 강금되었는지도 점점 잊어버려갔다. 자신들이 자유를 옹호했기 때문에 독재 스탈린 정권 하의 불순분자로 낙인되어 수용소 생활을 하였던 것인데, 그러한 스탈린의 정책은 나름 효과만점이었다. 일단 수용소라는 공동낙원에 들어가면 자유고 사상이고 전부 잊어버린 채 보다 현실적인 문제에 치중하여 '자기 자신'을 잊게 되었기 때문이다.

 

알렉산드르 이사예비치 솔제니친(1918-2008)

 

10년 간의 수용소 생활을 하고 나온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은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라는 인물을 통해 자신이 그 안에서 겪었던 일을 담담한 목소리로 엮었다. 슈호프가 된 솔제니친은 그의 눈으로 수용소 생활을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영하 이십칠도의 날씨에 작업을 하러 가야 하는 죄수들, 그 와중에도 조금 더 나은 작업을 배정받기 위해 소금에 절인 돼지 비계로 열심히 뇌물을 갖다 바치는 반장들, 죽 한 그릇이라도 더 먹으려고 온갖 꾀를 부리는 죄수들, 그릇에 붙어 있는 죽을 전부 긁어 먹기 위해 딱딱한 빵 껍질을 안주머니에 보관하는 슈호프의 모습 등 세세한 생활 묘사는 물론이고 죄수 각자가 등에 짊어진 '수용소에 오게 된 내력' 마저 슈호프는 덤덤하게 말한다. 하지만 이는 소련 정부가 보았을때 자신들 정권의 정당성을 위협하는 목소리였고 그래서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은 조국에서 추방 당하고 만다.

 

그가 자신의 오랜 수용소 기간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을 펴내면 펴낼수록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소련 정권의 모순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결과로 작용하면서 그는 조국으로 돌아갈 희망이 점점 줄어든다. 작품은 조국에서는 금지당하고 다른 나라에서 널리 출판되어 그는 세계적인 작가로 부상하게 되었는데, 그가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을 때 소련 정권은 자본주의 체제가 정당함을 주장하려는 돈에 발린 작자들의 수작이라고 치부하며 그의 수상을 열심히 폄하했다. 하지만 결국 세계는 지독했던 소련 정권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고,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은 이 시대를 반영한 대문호가 되었으며 스탈린, 흐루시초프를 이은 소련 정권은 무너졌다. 그는 오랜 시간 끝에 겨우 조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는, 그의 10년 형기만큼 쇠털같이 많았던 그리고 그 수만큼 반복되었을 수용소에서의 하루를 아침 기상부터 저녁 취침시간까지 상세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하지만 그저 그렇고 그런 날이 아니라, 나름대로 '행복한 하루'다. 왜냐하면 그는 아침에 늦게 일어났다는 이유로 영창에 갈 뻔하다가 간수실 바닥 청소만 하고 풀려났고, 점심에는 요령껏 빼낸 귀리죽 한 그릇을 더 먹을 수 있었으며, 동료 죄수의 담배 마지막 한 모금을 얻어 깊숙이 들이마실수 있었고, 저녁에는 흔치 않은 잎담배도 살 수 있었던 날이기 때문이다. 죄수에게 희망은 형기가 끝나는 날이 아니라 그런 소소한 것들에서 비롯되는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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