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세계문학전집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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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은 다자이 오사무의 자전적인 소설이다. 그는 생애 총 다섯번의 자살을 기도했다. 그 이상의 기도는 없었는데, 결국 다섯번째의 기도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세상에 태어나는 것은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니, 죽고 싶을때만큼은 기꺼이 자의로 선택하는 것이 옳은가? 살기 싫은 사람에게 억지로 주어진 삶은 그저 고통이었을테니 그 최후의 성공에 기꺼이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하지만, 인간으로서는 실격이다.
스스로 인간의 자격을 실격시킨 채 살았던 다자이 오사무의 본명은 쓰시마 슈지. 그는 1909년 고리대금업으로 부자가 된 아버지 밑에서 태어났다. 그 시대 태어난 젊은이들이 흔히 그러하듯 마치 유행에 뒤떨어질 수 없다는 묘한 마음에 좌익 운동에 빠졌고, 그래서 자신의 집이 부자라는 사실에 수치를 느꼈다. 자전적 소설인 인간실격을 통해 유추해보았을때, 그는 스스로 인간의 자격을 상실시킨 첫번째 사건 연인 다나베 아쓰미와의 투신자살을 통해 집안과의 연을 끊는다. 아니, 끊긴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인간 실격은 주인공 요조를 통해 자신의 삶과 인간에 대한 생각을 투영한 소설이다. 데카탕스 문학의 대표라는 간판에 걸맞게 요조는 인간으로서 퇴폐할 수 있는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몸소 보여준다. 인간을 두려워하기만 했지 진심으로 대하는 방법을 본능으로 몰랐던 요조는 '정말 인간이 두렵기 때문에' 자신의 진심을 한번도 내비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이 두렵기 때문에' 사랑받아야만 살아갈 수 있다. 요조가 사랑받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익살이었다. 그의 익살은 대부분 사람들에게 통했고 웃음을 주었으며 그로 인해 요조는 사랑을 받았다.
요조의 익살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통했던 건 요조에게 유용했을까? 그는 살아가면서 단 두번, 자신의 익살이 거짓이라는 것을 들킨다. 청소년 시절 같은 반이었던 친구와, 첫번째 자살 기도 후-연인은 자살에 성공했으므로-자살 방조죄로 요조를 취조한 검사. 그들의 예리한 눈빛은 요조의 가면을 뚫고 그의 본성을 보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의 가면만을 보고 살았다. 그리고 그것이 요조를 더욱 불행한 삶으로 몰게 되었는데, 익살을 통해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을수록 자신은 정작 인간을 믿고 사랑할 줄 모르게 되었기 때문이다.
요조가 인간으로서 제대로 실격되는 최고의 사건은, 자신의 아내가 강간을 당하고 있는데에도 그저 지켜보기만 할 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일이다. 그는 대들지도 못하고, 그 남자와 싸우지도 못하고, 목격한 장소에서 도망쳐 그저 목놓아 울 뿐이다. 이미 한번 자살을 했고, 술과 담배를 사기 위해 삼류 만화를 그리고, 아내의 물건을 전당포에 맡겨 돈을 마련하고, 알코올에 중독된 요조. 결국 각혈을 하게 되는데 그런 그가 마지막으로 찾아낸 술책은 마약이다. 알코올에 의지하지 않는 대신 맞는 주사가 점점 늘어나는 요조는 다시한번 수면제를 통해 자살을 기도하고, 삼일만에 깨어나 그가 옮겨지는 곳은 바로 정신병원이다.
다자이 오사무(Tsuzima Shuji)
1909년 6월 19일 ~ 1948년 6월 13일
그의 시체는 그의 생일인 6월 19일에 발견되었다.
인간 실격은 인간으로서의 자격을 잃은 자의 삶을 제대로 보여준다. 실제로 다자이 오사무는 정신병원에 입원되었을 때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가 마약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입원한 나이 스물 일곱에 요조도 정신병원에 입원되었는데, 그 후 요양을 위해 옮겨진 어느 시골집에서 그의 수기는 끝이 난다. 요조 인생의 풍파를 일반인이 실감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시각적인 효과다. '저는 올해로 스물 일곱이 되었습니다. 백발이 눈에 띄게 늘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흔살 이상으로 봅니다.' 인간실격은 다자이 오사무가 다섯번째 자살에 드디어 성공한 해이자 그의 나이 서른 아홉이던 1948년, 그의 사후에 발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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