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문학*문사철300

백야-도스토예프스키

gowooni1 2010. 2. 13. 17:18

 

 

 

백야

저자 F. M. 도스토예프스키  역자 이상각  원저자 Dostoevskii, Fedds Mikholicsic  
출판사 인디북   발간일 2009.09.25
책소개 순수한 사랑의 본질과 이중성을 빛나는 서정성으로 담아낸 작품『백야』.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

 

지나간 사랑은 사랑이 아닐수 있을까? 헤어진 남녀중 많은 이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 하나가 바로 옛사랑은 젊은 한때의 불장난이었을 뿐 진짜 사랑은 현재 하고 있는 사랑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야 현재 하고 있는 사랑만이 오직 유일한 진실된 사랑이라는 걸 상대방에게 각인시키고 자신의 마음마저 정당화시킬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어제의 서투른 사랑이 있었기에 오늘의 보다 나은 사랑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을 가능성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아집이다. 인정은 발전의 씨앗이다. 인정하지 않는 자들이 반복하는 사랑이란 결국 어제의 사랑을 되풀이하는 꼴밖에 안된다.

 

젊은 시절의 사랑이란 어딘가 모자라기 때문에, 무언가가 지나치기 때문에 그래서 아름답고 그 자체로 완벽한 것이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도 감동을 주는 것은 자신들의 섣부른 옛사랑의 감회에 빠질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랑은 그 나이가 아니면 가능하지 않다.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사랑을 그 나이때에 하는 것. 그게 바로 진정한 사랑일 것이다. 투르게네프의 '첫사랑' 역시, 사십이 훌쩍 넘은 화자에게도 자신의 열여섯살 어린 시절의 사랑이 매우 소중한 추억이었기 때문에 하나의 이야기로 탄생되었다. 그런 소중한 자신만의 재산인 추억을 부정하는 것은 그래서 어리석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야'는 투르게네프의 첫사랑 주인공의 나이보다 열살이나 많고 괴테의 베르테르보다도 약간 나이가 많은 것처럼 보인다. 스물여섯.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다고 할 수 있는 나이이긴 한데 그 나이가 되도록 한번도 사랑을 해보지도 않았고 더군다나 여성과 제대로 이야기를 해본 적도 없다하니 21세기 기준으로 봤을때 좀 쑥맥이다. 그리 많은 수입도 없고 늙은 하녀 한명을 거느리고 사는 이 청년은 어느날 불쑥 찾아든 외로움에 못이겨 페테르스부르크 거리를 정처없이 걷다가 한 여성을 만난다. 오밤중이지만 그는 여자가 서있는 다리 위에서 그가 흘리는 눈물까지 정확히 목격한다. 때는 여름이었고 높은 위도의 도시에서는 밤이 되어도 해가 지지 않는 백야. 그 속에서 둘은 이야기를 나누고 친구가 된다. 친구가 되기에는 조건이 있다.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지 않을 것. 이것이 바로 그녀, 나스첸카가 청년에게 내건 요구사항이었고 청년은 흔쾌히 승낙한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청년은 여자를 본 한눈에 그만 그녀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둘은 다 아직 어리고 경험이 없기 때문에 서로의 역사를 탐험하는데 그리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 몽상가인 청년은 친구가 없는 대신 몽상을 많이 했고 그 이야기를 나스첸카에게 들려준다. 나스첸카가 청년에게 꺼내어놓는 자신의 역사는 바로 첫사랑이자, 지금까지 사랑하고 있는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다. 나스첸카의 인생에 있어서 남에게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란 바로 그 남자와의 짧지만 소중한 추억인데, 청년과 나스첸카가 처음 조우하던 백야에 그녀가 울고 있었던 이유도 바로 그 남자때문이었다. 나스첸카의 집에서 하숙을 하다가 1년 전 모스크바로 떠난 남자는 여자가 울던 그 백야에 그녀를 만나러 오기로 했었던 것이다.

 

청년은 자신의 마음속에 양면성을 띠고 타오르는 감정을 조절하느라 정신이 없다. 사랑하는 나스첸카를 위해서라면 당장이라도 그 남자를 여자 앞에 데려와 그녀의 눈물을 멈추게 하고 싶지만 그러노라면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는 보상받을 방법이 없어진다. 하지만 청년은 처음부터 나스첸카를 사랑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그녀와 친구가 되지 않았던가. 자신의 마음은 철저하게 숨긴채 별로 기쁘지도 낳은 사랑의 큐피드 역할까지 하면서 나스첸카의 편지를 남자에게 전달한다. 그러는 동안 청년은 점점 더 마음속 깊이 나스첸카를 사랑하게 되고 나스첸카 역시 그를 친구로서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나스첸카의 마음 속에는 여전히 원망스러우면서도 사랑하는 그 남자밖에는 아무도 없다.

 

끝내 남자에게선 연락이 없고 원망끝에 그를 잊겠다던 나스첸카. 그런 그녀에게 청년은 분위기에 휘말려 자신의 감정을 그만 쏟아버리고 그런 청년의 마음을 알게된 나스첸카는 깜짝 놀라고 만다. 그리하여 먼 미래에 대한 약속과 함께 상세한 계획까지 세우며 앞날을 즐거이 바라보던 두 남녀는 어느덧 실연의 아픔도 묻고 정답게 웃으며 다리 위를 건너게 되는데 그만 나스첸카의 모든 동작이 멈춰버린다. 그 약속의 다리에서, 나스첸카가 1년을 넘도록 애타게 기다려온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껏 청년과 했던 모든 미래의 약속을 내팽겨치고 결국 남자에게 가버린 나스첸카는 다음날 청년에게 편지를 보내온다. 자신을 미워하지 말아달라며, 미안하다며, 그 남자와 결혼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보내온다. 자신을 미워하지 말아달라는 나스첸카의 말에 청년은 관대하다.

 

'사랑하는 나스첸카, 나의 마음을 의심하지 말라. 당신 마음속의 하늘이 언제까지나 높고 푸르기를, 당신의 아름다운 미소가 언제까지나 아늑하게 지속되기를 그리고 더없는 기쁨과 행복의 순간에 하느님의 은총이 함께하기를.
그것은 당신이 다른 한 사람의 고독과 감사에 넘치는 마음에 건네주는 행복이기도 한 것이다. 아아! 더없는 기쁨의 완전한 순간이여. 인간의 기나긴 삶에 있어서, 그것은 결코 부족함이 없는 한순간이 아니겠는가.'

 

 

도스토예프스키(1821-1881)

죄와벌과 도박벽으로 유명하지만,

그에게도 백야를 쓸만큼 서정적인 감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