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관심가는책200+

소설은 걸어야지-소설 속을 거닐다

gowooni1 2010. 2. 1. 18:21

 

 

 

소설 속을 거닐다

저자 김경옥  
출판사 장서가   발간일 2009.10.01
책소개 김경옥 작가와 함께 떠나는 소설 여행 『소설 속을 거닐다』. 어렸을 때부터 책 읽는 걸 좋아했던 저...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 얼마전 어느 영화를 보다가 나온 구절인데, 참으로 관대함이 넉넉히 녹아있는 말같아 마음 한구석에 고이 적어두었다. 더군다나 좋아하는 사람(남자)이 좋아하는 사람은 여자이고 그 말을 한 사람도 여자이니 조금 비현실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 논리를 사람에게만 적용하지 않는다면 상당한 공감을 얻을수 있을것 같다.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을 좋아하는 것이나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그림을 좋아하는 것처럼.

 

김경옥 작가가 평소 수줍음이 많은 편인데도 길에서 친구를 한명 주웠단다. 그녀의 분위기에 반해 말을 걸고 이야기를 트다가 그녀가 말하는 내용에 그만 호감도가 쭈욱 상승했다나. 김경옥 작가에 대해 잘 모르고 배철수의 음악캠프도 잘 안듣지만 개인적으로 그녀를 건지는데 성공했다. 그녀가 사용하는 문체며 고르는 단어들은 물론이고 그녀가 글로 뱉어놓은 내용에 호감도가 급상승해서, 좋아하는 작가를 한명 더 얻게 된 셈이다. 그녀는 팬을 한명 확보했고, 더불어 그녀의 뇌를 거쳐 소개된 소설을 쓴 작가들 역시 독자 한명을 확보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책을 좋아하기로 어느 누군가가 결심했으므로.

 

제목 그대로, 그녀는 소설 속을 거니는데 탁월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다. 그녀는 소설의 줄거리나 대충 소개하는 것보다 소설 속의 분위기를 소개한다. 자신이 본 소설의 이미지를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와 단어로 재배치하여 독자들을 소설의 문간까지 들여놓는다. 책을 소개한 책은 시시하므로 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편견을 깨고 책을 재료로 한 자신만의 세계를 꾸며냈다. 그녀가 소개한 책의 분위기는 그녀가 사용하는 단어들이 아름답기 때문에, 원작의 어둡고 우울한 이미지도 조금 다르게 비친다. 덕분에 이미 읽은 책인데도 내가 이 책을 읽었던가 하는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거릴 때도 간혹 생긴다.

 

그녀가 소개하는 책들은 하나같이 외국 소설들이다. 그리고 가볍게 읽기만은 어려운 소설들이기도 하다. 로맹가리에서 안톤 체홉, 코맥 매카시, 르 클레지오 등 무슨무슨 상을 휩쓴, 그러니까 이미 공적으로 작품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은 작가의 책인데 그래서 그런지 작가의 생각을 전달하려는 생각은 애초에 시도도 하지 않는다. 어설프게 자신이 생각하고 결론지은 작가의 생각을 말하기보다 차라리 작가의 삶을 이야기하고 그 작품의 배경을 이야기한다. 우리나라 소설을 하나도 소개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작품성을 전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책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녀는 조금 날카롭기도 하다. 고은 시인이 노벨 문학상에 매번 노미네이트 되는데서 마는 현실에 분개하지 말고 차라리 영어로 작품을 쓰는 한국 작가가 나오는 편이 그 상에 다가가는데 더 빠른 수단일거라고 말한다.

 

책 뒷표지에 있는 배철수의 추신이 재밌다.

추신: 이 책의 제목이 진짜 마음에 듭니다. 소설 속은 거닐어야지 뛰면 절대 안 됩니다.

동감이다. 소설을 뛰어 다니는 사람은, 줄거리만 파악한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