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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책을 읽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책 읽는 뇌와 난독증

gowooni1 2010. 1. 9. 22:24

 

 

 

책 읽는 뇌

저자 매리언 울프  역자 이희수  원저자 Wolf, Maryanne  
출판사 살림   발간일 2009.06.23
책소개 독서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심리학적으로 풀다.독서와 뇌의 관계를 파헤친 인문서『책 읽는 뇌』. 우리...

 

저절로 책속의 세계에 빠져들게 된 사람이 아니고서야 독서는 의도적인 행위이다. 의도가 자발적인지 타율적인지는 별개의 문제로 치더라도, 요즘 세상에서 독서를 해롭게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다. 스스로 읽으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억지로 등을 떠밀어 독서를 강요하는 시대니까. 독서는 미덕이며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은 문화적 소양이 부족한 사람으로 여겨지기 일쑤다. 하지만 불과 이천 오백년전 고대 그리스의 소크라테스는 문자로 기록된 지식이라는 것을 가장 천박하게 생각했고 진정한 배움-지혜, 덕-은 일대일로 마주보고 입으로 전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한 연유로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직접 쓴 저서가 하나도 없다. 구술언어가 최고였던 시기에 필요한 정보를 문자를 사용하여 기록한 자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사회 저급계층이었다.

 

소크라테스가 그토록 문자언어를 혐오했던 이유는 바로 인간 고유의 기억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였다. 부차적으로, 지식이라는 고귀한 열매가 우매한 사람들에게 마구 퍼져 진리가 오용되고 남용될 현실을 걱정했다고는 하지만 주된 이유는 첫번째다. 엄청난 량의 서사시와 이야기들을 고스란히 두뇌에 간직하고 다니면서 웅변술을 가장 중요시 여기던 고대 그리스 시민들은, 문자로 머릿속의 것들을 옮겨적기 시작하면 굳이 외우려는 노력을 하는 자들은 점차 사라질것이고 그리하면 생각하는 인간으로서의 권위는 추락할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 옛날 살았던 대성인 소크라테스도 선견지명이 살짝 부족했다. 문자로서 지식이 기록이 되면 확실히 기억력은 줄어들게 되겠지만, 방대한 량의 지식을 마음껏 섭렵하고 '고유의 사색을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을 획득하게 되니 말이다.

 

적어도 한반도에 70만년 전부터 구석기 시대인들이 살았다는 것과, 그들이나 우리나 뇌구조나 용량의 차이에 크게 차이가 없는걸 보면 아무리 오래 봐주려고 해도 인간이 문자를 발명해 사용한 역사는 고작해야 몇천년이다. 그야말로 새발의 피다. 몇천년 전만에도 그러니까, <독서>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고 그 이전에 살았던 모든 인류는 문맹이었다. 인류 전부가 문맹이었던 시기로부터 고스란히 유전자를 재조합해서 번식해 살아남은 우리들의 유전자는 어쩌면 선천적으로 문맹일지도 모른다. '책 읽는 뇌'의 저자 매리언 울프는 "인류는 책을 읽도록 태어나지 않았다."는 전제하에 그녀의 이야기를 펼친다.

 

그녀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독서의 역사 이전에 문자의 역사를 다루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그녀는 인류의 유전자 속에는 독서를 하기 위한 유전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독서는 절대적으로 후천적인 기능이며, 2000년에 걸쳐 발달해온 언어를 생후 2000일 안에 기본 인프라를 구축해야만 성인이 되어서도 독서장애나 학습장애를 겪지 않을수 있다고 말한다. 생후 2000일 안에, 유아가 얼마나 많은 단어와 정서발달의 환경에 노출되어 있느냐가 독서 능력을 좌우한다고 말하는 그녀는 난독증 환자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그녀 자신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울프는 난독증 환자를 옹호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오귀스트 로댕, 에디슨, 아인슈타인 등 세기를 뒤흔든 천재들 역시 난독증 환자였으며, 어릴적 책읽는 좌뇌를 발달시키지 못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우뇌를 더욱 발전시켰을 것이란다. 더군다나 상대적으로 열등하다고 판단된 유전자가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은 까닭은 열등한 점을 커버할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전개하며 난독증 환자들이 문자사회에서 살아남길 바란다. 소크라테스에서 플라톤으로 넘어오면서 구술시대에서 문자시대로 변환되었고, 지금은 문자시대에서 영상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라고들 한다. 문자시대가 난독증이라는 사회적 열등유전자를 발생시켰다면 영상시대는 또다른 열등유전자를 발생시키지는 않을까? 혹시 난독증 환자들이 영상시대에서 천재로 재조명될수도 있는 노릇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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