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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생각하다

gowooni1 2010. 1. 14. 23:08

 

 

 

사랑을 생각하다

저자 파트리크 쥐스킨트  역자 강명순  
출판사 열린책들   발간일 2006.02.15
책소개 좀머 씨 이야기, 향수, 콘트라베이스의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9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에세이집 ...

 

나이와 성별을 막론하고 전인류적인 최대의 관심사가 사랑인데도 어찌하여 여지껏 대학에 '사랑과'나 '사랑학'이 개설되어 있지 않은것인지, 만약 그런 학과만 개설된다 해도 사람들은 좀 더 성숙한 사랑을 하게 될텐데(적어도 성숙한 사랑을 시도하려는 노력은 더욱 커질터인데) 하며 아쉬워했다면, 그래서 사랑에 대한 바이블을 애타게 찾아본 사람이라면, 레오 벅스카글리아의 'LOVE'나 에리히프롬의 'the Art of Loving'을 예전에 읽어봤을 것이다. <LOVE>가 전인류적인 사랑의 이상적인 마음가짐과 모습을 보여준다면 <the Art of Loving>은 성숙한 사랑을 하기 위해선 전인격적인 성숙이 필요함을 논한다. 전자나 후자나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은 '사랑'이란 것은 자신이 상대를 사랑함으로서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이상적인 사랑을 꿈꾼다. '완벽한 상대'를 만나 '완벽하게' 사랑에 빠지고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행복하게' 살다 '같은 날 같은 시'에 죽는 것. 프롬은 말한다. 완벽한 상대를 만나겠다는 전제부터 '조건'적 사랑을 하겠다는 목적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으며, 사랑에 빠진다는 전제에는 자신이 먼저 기꺼이 사랑을 베풀지 않겠다는 수동적인 자세가 선행한다고 비판한다. 이런 불완전한 인격에서 시작된 사랑은 불완전하기 그지없다. 조건이 사라지면 사랑도 사라지고, 처음의 광적인 열정이 식으면 사랑의 불꽃도 금방 꺼져버린다. 유통기간이 짧은 사랑은 사랑이라고 하기보다 그저 자연스러운 하나의 현상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합하다. 프롬은 진정한 사랑은 상대의 오류와 인간적인 결함마저도 기꺼이 수용하고 사랑할수 있는 자세이며, 상대를 사랑하는 마음을 통해 세상을 사랑하는 자세를 확립하는 것이라고 한다.

 

인격적으로 미성숙한 우리들은 프롬이 말하는 사랑의 기술들을 들으면 무릎을 침과 동시에 고개를 떨군다. 더이상 완벽할 수 없는 그의 사랑에 관한 이론에 보일락말락하던 어렴풋한 형상이 명료한 개념으로 머릿속에 자리잡긴 하지만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사랑이라고 믿었던 감정들이 그 이상적인 모습에서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생각해보면 좌절감을 느낀다. 대체 이런 완벽한 사랑이 지구상에 존재하긴 하는건지, 성숙한 사랑을 하려면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랜 세월동안 인격수행을 해야하는건지. 반항심도 생긴다. 이렇게 완벽한 이론을 쓴 저자들은 정말 한번이라도 완벽한 사랑을 해본 사람들인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물어보고 싶을 정도다.

 

 

쥐스킨트의 <사랑을 생각하다>는 사랑에 대한 그의 짧은 단상이다. 고대 그리스와 신화에서 괴테에 이르기까지 역사와 이야기속의 다양한 사랑의 모습들을 통해 사랑을 생각해본 에세이다.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면서도 대중과의 소통을 절대거부하고 알려진 사진이라곤 단 한장밖에 없는 이 작가는 얼핏 느껴지기엔 깐깐하고 완벽주의적이며 융통성이라고는 전혀 없을 것 같은 이미지다. 하지만 의외로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관대했다. 베르테르의 죽음으로 완성된 사랑도, 클라이스트의 광기와 결합된 사랑도 그는 사랑이라 인정한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고 그런 인간들이 서로 나누는 사랑의 모습이므로 필연적으로 불완전함이 수반된다. 오르페우스의 너무나 인간적인 감정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두어발자국 뒤에서 잃어버린 모습까지도 긍정하는 쥐스킨트의 정의 아래서, 우리는 오늘의 사랑을 긍정하고 여유를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