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Daily/영화-MOVIE

들어는 봤니? 모건부부-깃털처럼 가벼운, 그러나 그것에도 무게가..

gowooni1 2010. 1. 29. 10:34

<이 영화 리뷰는 Daum 무비로거 리뷰 포스트입니다.>

 

 

인간의 미숙함은 드라마를 만든다. 모든 인간이 완벽한 인격을 갖추고 있다면 서로 갈등하고 싸우는 일도, 화해하는 일도, 그럼으로 해서 서로에게 깊은 감동을 느끼거나 증오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어쩌면 진정 인간이기 위한 조건은 바로 불완전함일지도 모르겠다.

 

 

휴 그랜트와 사라 제시카 파커가 만난 영화 <Did you hear about the Morgans?>는 미숙함이 나은 갈등으로 시작하는 영화다. 별거 중이지만 아직은 법적으로 부부사이인 모건들. 폴 모건(휴 그랜트)은 잘 나가는 변호사이고 메릴 모건(사라 제시카 파커)은 잘 나가는 부동산 중개업자로 부와 명예를 거머쥔 환상적인 커플같지만 그들에게도 사정이 있다. 폴 모건이 실수로 다른 여자와 한번 잔 것이다. 집에서 쫓겨난(?) 폴은 호텔 생활을 하면서 아내와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온갖 선물공세와 전화를 하는데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메릴은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다. 천신만고 끝에 겨우 저녁약속을 잡은 그들은 식사후 밖으로 나와 걷다가 그만 살인현장에서 범인에게 얼굴을 들키고, 두 사람은 '증인보호 프로그램'에 따라 극비리에 어떤 시골로 보내진다.

 

 

도착하고 나서야 자신들이 어느 곳으로 보내진지 알게 된 두 사람. 토박이 뉴요커이던 그들이 은신해야 할 곳은 바로 미국 내에서도 깡촌인 와이오밍 주. 남한 면적의 두배를 훌쩍 뛰어넘는 그 거대한 땅덩어리에 사는 사람이라고는 고작 50만명 안팎(서울만 해도 1000만인데!)인 그 곳에서도, 그들은 몇십키로나 더 들어가야 있는 시골 통나무 집에서 범인의 눈을 피해 지내야 한다. 문제는, 그들이 별거중이라는 사실이다. 별거중인데도 같은 집에서 은신해야 하는 모건부부. 그건 바로 화해의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영원한 이별이 될 수도 있다는 상황이다.

 

 

영화의 설정부터가 황당하고 억지스럽다. 증인 보호 프로그램이라는 어이없는 명목 하에 전용 제트기를 타고 부부를 깡촌에 떨어뜨려 놓는 상황부터,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과 별로 어울리지도 않게 '국제적인 전문 킬러'가 어떻게든 부부를 죽이려고 든다. 스토리 위주의 전개 양상을 보이는가 싶다가도 갑자기 개인간의 심리적 갈등을 부각시키며 불편하고 어색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인간의 내적 갈등을 보여줄만한 시간적 상황이 없는 영화 내에서 폴은 휴 그랜트 자신일 뿐이고 메릴은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 그 자체 캐릭터일 뿐, 모건 부부의 역할을 연기했다는 기분은 별로 들지 않는다. 오히려 상황극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지 싶다.

 

 

그럼에도 <Did you hear about the Morgans?>에서 건질 것이 있을까? 물론 있다. 일단 휴 그랜트와 사라 제시카 파커라는 간판 배우들이 만났을 때 펼쳐지는 그림-그 중에는 이 유명한 두 배우가 얼마나 자신의 나이에 맞는 외모로 변해가는지도 포함된다- 그것이 첫번째, 가볍게 웃을 수 있는 황당함이 두번째, 그리고 이 세상 수없이 많은 부부 또는 커플들이 서로를 믿고 사랑하기 위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세번째다. 극중에서 메릴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만약 다시 살게 된다고 해도... 서로 기대치를 낮추며, 서로에게 모든 것을 걸지 않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걸요." 그 말을 들은 모건 부부의 보호 경찰관 曰, "기대치를 낮추며 살기는! 부부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서로에게 모든 것을 걸으며 살아가야 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