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문학*문사철300

우리 시대의 암흑의 핵심

gowooni1 2010. 1. 11. 22:33

 

 

 

암흑의 핵심(세계문학전집 7)

저자 조셉 콘래드  역자 이상옥  
출판사 민음사   발간일 1998.08.05
책소개 문명사회가 보장하는 안이한 삶을 박차고 나와 궁극적 자기인식을 성취할 수 있었던, 의식이 깨어있는 ...

제국주의 시대가 종식된지 반세기가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그것은 우리에게 흥미로운 탐구대상이다. 세계 곳곳에 제국주의 잔재가 여지껏 남아있기도 하지만 그건 표면적인 이유다. 제국주의를 탄생시킨 자본주의가 승리한 지구에 살고있는 우리들이, 자신도 모르게 제국주의적 정신에 지배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미 지배를 넘어 종식당했을지도 모른다. 강한것이 약한것을 잡아먹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에 '나는 그렇지 않아'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지라도 동네 구멍가게가 근처 대형마트 때문에 문을 닫는 현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 혹은 그래서 측은지심을 느끼기는 하였더라도 그 자신 역시 대형마트를 선호했더라면 말이다.

 

예로부터 지배계층은 피지배계층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이념적으로나 사상적으로 그들을 사로잡을 필요가 있음을 알았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철학이고 종교였다. 그러나 근 20세기동안 굳건할줄로만 알았던 종교로서의 지배 기반이 흔들리면서 새로운 이념들이 등장했는데 제국주의도 그런 이념중 하나였다. 제국 치하의 국민들은 자신들이 지녀야 할 미덕까지 세뇌받았다. 야망과 정복, 모험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슴벅찬 삶의 방식이라 프로그래밍되었고 정복해야 할 대상마저 미화되어 그들의 가슴에 열정의 불꽃을 나았다. 유럽 대륙의 백인이던 조셉 콘라드 역시 그런 계획된 열정에 매료된 젊은이였고 그들에게는 흔히 아프리카가 정복대상이 되었다.

 

조셉 콘라드(Joseph Conrad)

1857년 12월 3일 ~ 1924년 8월 3일

 

폴란드 출신이지만 스물 한살때 영어를 접하면서 훗날 영국인으로 귀화하는 조셉 콘라드는 이미 배의 세계와 미지의 땅에 깊이 매료되어 17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선원으로서의 인생을 시작한다. 그의 이러한 인생 경험은 <암흑의 핵심>을 창조하는데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그건 그의 작품을 넘어 인생관에까지 관여한다. 비록 그가 아프리카 땅에 머문것은 고작 몇개월 뿐이었지만 그 시기는 콘라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그는 자신이 아프리카에 가기 전에는 그저 한마리 짐승에 지나지 않았다고 할 정도다. 자신만의 뚜렷한 인생관과 사상은 그 암흑의 땅에서 건져온 경험이 시드seed가 된 것이다.

 

콘라드는 압도적인 필력으로 전체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자신의 경험을 '말로'라는 등장인물의 입을 통하여 독백으로 대부분의 이야기를 맡긴다. 자신의 눈을 거친 모든 것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모든 단어를 동원하여 세세하게 묘사하는 콘라드의 작가적 역량에 독자는 기를 죽이고 가만히 문장을 따라가야 한다. 주절거리는 말로의 이야기에 어느덧 몰입하게 되고 우리는 점점 '암흑의 핵심'을 향해 간다. 숙모의 재량 하에 한 배의 선장이 된 말로는 자신의 회사 아프리카 주재소의 직원 '커트'를 데려와야 한다. 커트는 엄청난 량의 상아를 보내오고 그 능력을 인정받지만 자신은 그 아프리카 깊숙한 땅에서 나오지 않는다. 말로는 여정 내내 커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하면서 그에 대한 친밀감을 키운다.

 

커트는 말로의 목적이고, 짐승같은 삶에서 벗어나게 만든 생각의 먹이였지만, 원주민의 야만적 식인풍습을 즐기고 살인을 일삼으며 자신이 곧 법이고 신이 된 그는 암흑의 핵심이었다. 이야기 전체에서 끊임없이 이름이 등장하지만 정작 인물은 끄트머리에서 등장하는 커트는 공포와 강압을 매우 효과적으로 이용할줄 안 광인이었다. 식인종을 동원하여 막대한 상아를 회사에 넘긴 커트는 훌륭한 공로를 쌓았다는 점에서 제국주의가 만들어낸 이상의 표본이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때 그가 원주민들에게 취한 행동들은? 광포한 살육을 도락하면서도 공포의 감정을 모르던 그는 죽기 직전에야 겨우 무섭다는 말을 한다.

 

조셉 콘라드의 암흑의 핵심은 제국열강들이 아프리카 '검둥이'들을 어떤식으로 정복하고 침략하고 지배했는지 자세히 그렸다는 점에서 제목처럼 어둡고 무거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당시의 사람들과 생각이 얼마나 비슷한지를 비교하면 서늘해지기까지 한다. 실질적이고 국제적인 경찰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서 얼마나 많은 강대국들이 약소국들을 농린하고 자기네들의 이념과 논리에만 맞추어 횡포를 정당화하는지, 그리고 나아가 우리 시대 모든 젊은이들이 공통적으로 생각하는 성공하는 삶의 모습이 누구에 의해 새겨졌는지 한 번 생각해 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