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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gowooni1 2009. 11. 10. 23:15

 

 

 

알무스타파. 그는 자신의 고향과 멀리 떨어진 오팔리스 시에서 12년 동안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을 고향으로 실어줄 배. 터무니없이 긴 시간이 지나고 이엘룰 제7일, 드디어 멀리서 고향에서 오는 배가 보이기 시작했다. 알무스타파는 기뻤지만 이별의 슬픔 없이 이 오팔리스라는 타향을 떠날 자신은 없었다. 그가 배를 타기 위해 나오자 오팔리스 사람들은 알무스타파를 잡으며 가지 말라고 호소하고 그는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떨어뜨린다. 그러자 신전에서 무녀 알미트라가 나와 그에게 말한다. 배가 온 지금 알무스타파는 떠나야 하는 것이 맞지만 그냥 가지는 말아달라고, 자신들에게 알무스타파의 지혜의 열매를 조금씩 나누어 달라고 부탁한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자신들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항상 생각해온 화두들을 하나씩 입에 올리며 알무스타파의 대답을 기다린다.

 

그들의 주제는 평범하다. 사랑에 대해, 결혼에 대해, 아이들에 대해, 주는 것, 먹고 마시는 것, 일, 기쁨과 슬픔, 집, 옷, 사고 파는 것, 죄와 벌, 법, 자유, 이성과 정열, 고통, 자기를 아는 것, 가르침, 우정, 말하는 것, 시간, 선과 악, 기도, 쾌락, 아름다움, 신앙, 죽음에 대해 생각해온 그들은 이에 대해 알무스타파의 지혜를 구한다. 그리하여 선택받은 자며 사랑받은자, 자신의 나날들을 비추는 태양, 예언자 알무스타파는 이 26가지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오팔리스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기 시작한다.

 

알미트라가 입을 열었다. "사랑에 대해 말해주세요."
사랑은 오로지 자기를 바치고,
오로지 자기를 얻는 것입니다.
사랑은 그 자체만으로 충분하기에
소유하는 것도,
소유되는 것도 아닙니다.

 

알미트라가 다시 물었다. "그럼 결혼에 대해서는 어찌 생각하십니까."
서로 사랑하십시오.
단, 그 사랑이 구속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두 사람의 영혼의 바닷가 사이를,
사랑이 자유로운 파도처럼 오갈 수 있도록.
...그러나 서로를 인정해주고
혼자이게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마치 제각각 당겨지는 류트의 현이
함께 울리면서 하나의 곡을 연주하듯이.
함꼐 서 있으십시오.
단, 너무 가까이 가면 안 됩니다.
신전의 기둥은 제각각 떨어져 서 있는 법.
떡갈나무와 삼나무도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으니까요.

 

어느 유복한 남자가 물었다. "주는 것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당신이 가진 것을 줘봤자
아무것도 주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당신 자신을 바치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주는 것입니다.

 

한 연설가가 말했다. "자유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사람이 진정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은
자유를 추구하는 마음조차도 족쇄라는 것을
느끼는 바로 그때며,
자유가 종착점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바로 그 순간입니다.
낮에 걱정거리가 있고
밤에 슬퍼할 일이 있어야
비로소 당신은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인생을 둘러싼 그러한 것들을 극복할 때에야,
비로소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어떤 것에도 구속받지 않고,
진정한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한 청년이 말했다. "우정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친구와 뿔뿔이 흩어지는 일이 있어도
비탄에 잠길 필요는 없습니다.
그대가 가장 사랑하는 친구의 진정성은
그 사람이 없을 때 비로소 잘 알게 되는 법이니까요.
서로의 영혼을 깊게 하는 우정에
목적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친구를 위해 당신의 최선을 다하십시오.
친구에게는 당신의 밀물과 썰물의 시기를 알리십시오.
그저 허무하게 시간만 흘려보낼 친구를 찾는다면,
도대체 친구란 무엇일까요?
언제나 시간을 살리기 위한 친구를 찾으십시오.
공허함을 채우는 것이 아닙니다.
감미로운 우정 속에서 서로 웃으며
기쁨을 나눌 수 있도록.

 

한 학자가 말했다. "말하는 것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사람은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수 없게 되면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고독한 마음속에 더 이상 살 수 없게 되었을 때에도
사람은 입술에서 머물 곳을 찾으며,
그때의 목소리는 기분전환을 위한 오락거리입니다.
여러분 중에는 혼자가 되는 것이 두려워서
말하길 좋아하는 상대를 찾으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고독의 정적이 벌거벗은 자신을 드러내기 때문에
거기에서 도망치고 싶은 것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지식이나 통찰력도 없이,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하는 진리를 말하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길이나 시장에서 친구와 만났을 때는
당신의 영혼이 입술을 움직이게 하고
혀를 다스리게 하십시오.
목소리 안의 목소리로 하여금
그의 귀 안의 귀에 말하게 해야만
당신 마음속의 진리가
듣는 이의 영혼에 머물게 됩니다.

 

시인이 말했다. "아름다움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오팔리스 사람들이여.
아름다움이란 생명 그 자체입니다.
생명이 신성한 맨얼굴을 드러낼 때
나타나는 것이 아름다움입니다.
그리고 당신 자신 또한 생명이며,
그 베일이기도 합니다.
아름다움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영원.
그리고 당신 또한 영원이며,
그 거울이기도 합니다.

 

1883년 12월 6일 (레바논) - 1931년 4월 10일

 

1883년 레바논에서 태어난 칼릴 지브란은 15세에 아랍 어로 예언자의 초고를 썼고, 12년 후에는 영어로 다시 쓴 뒤 수차례 퇴고를 하여 40세가 되던 1923년에 책으로 출간을 했다. 그는 이 책으로 유명해지긴 했지만 지브란 스스로가 "나는 예언자를 쓰기 위해 태어났다."고 할 만큼 예언자에 대해 상당한 시간과 생각, 애정을 쏟아부었다. [20세기 미국에서 성서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인 예언자는 60년대 젊은이들에게 특별히 사랑을 받았는데 전후라는 점 등의 사회적인 불안이 정신적 안식처를 찾던 그들에게 힘이 되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