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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의 힘

gowooni1 2009. 10. 19. 18:21

 

 

 

 

직관의 힘

저자 엘프리다 뮐러 카인츠 외  역자 강희진  원저자 Sonning, Christine  
출판사 시아출판사   발간일 2004.01.28
책소개 이 책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차르트, 베토벤, 토머스 에디슨, 아인슈타인의 예를 들며 세상에서 유...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가치 있는 것은 바로 직관이다."

 

오로지 상상력만으로 자신이 빛의 속도로 움직인다고 가정한 실험을 통해 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근대 최고의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이 한 말이다. 정말 그러한가? 아마 그럴 것이다.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를 저지르자면, 그건 아인슈타인이 한 말이기 때문에 진리일 것이라 확신한다.

 

나는 몇가지 제한된 품목에 대해 터무니없는 물욕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내 인생관을 정립하는 데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라 직감하는 책이다. 내가 읽은 혹은 읽을 예정인 모든 책을 갖고 싶은 것도 아니니까 그리 문제될 것은 없다. 하지만 가끔씩 정말 곤란한 일이 생길 때도 있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책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꼭 한 권 가지고 싶은데 절판되어 더 이상 그 책을 구할 수 없을 때. 헌 책방에 가도 별로 유명하지 않아 구할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일 때가 바로 그러한 때다. 이럴 때는 흑심이 슬그머니 고개를 든다. 분실했다고 신고하고 다른 책으로 보상을 하고 싶어지기까지 하다. 다행스럽게도 내 양심은 그런 흑심을 꾹꾹 억눌러준다.

 

이번에 만난 내 흑심을 동하게 한 책은 바로 이 책이다. '직관의 힘'. 엘프리다 뷜러-카인츠와 크리스티네 죄닝이라는 독일식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썼다. 2004년에 우리나라에서 초판이 발행되었는데 안타깝게도 별 반응을 얻지 못하였는지 절판되고 말았다. 보물을 알아보는 눈이 나밖에 없는 것인가 하는 은근한 자부심도 들기는 하지만 역시 내가 좋아하고 감명받은 책은 많은 사람들도 함께 좋아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책도 다시 출간될 가능성도 있고, 내가 한권쯤 소유할 수 있는 소박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인데.

 

내용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는 단순한 것이다. 직관에 모든 힘이 있고, 각자 자신의 직관적 지능을 발달시켜 보다 풍요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여기서 카인츠 박사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하나 내놓는다. 자신이 말하는 신, 영혼, 내면의 목소리는 모두 같은 의미를 갖고 있으니 그것을 참고하고 읽어 달라는 건데 사뭇 진지하다. 진지할 수밖에. 신이라는 말처럼 포괄적이면서도 분쟁의 씨앗을 담고 있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잘못 했다가는 유일신을 믿는 사람들의 반감을 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의 종교만이 무조건적으로 옳다는 편협한 생각을 버리고 인류는 하나라는 관점에서 보자. 대부분의 인간들은 자신이 연약한 존재임을 은연중에 인지하고 있으며 그리하여 우리를 초월한 어떤 상징적인 존재에 의존하고 싶어한다. 그것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이며 우주일 수도 있고 신일수도 있으며 각자 내면의 깊은 곳에서 흘러 나오는 목소리일 수도 있다. 영혼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인도의 나마스테라는 인사말을 떠올리면 좀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나마스테는 당신 안에 있는 신에게 평안을, 이라는 뜻을 담은 인삿말로서 모든 사람의 내부에는 신이 깃들어 있다는 인식의 구조를 보다 이해하기 쉽게 해준다.

 

여기서 말하는 자아는 자기 자신이 아니다. 이기적인 자아 즉, 에고다. 에고는 진정 자신의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를 듣는데 결정적으로 방해한다. 내 진실한 영혼의 목소리는 나더러 음악을 하라고, 시를 쓰라고 하는데 나의 표면을 이루고 있는 이기적인 자아는 그걸 막는다. 그래서 이 세상의 수많은 잠재적 음악가들과 시인들은 그대로 사장되어버리고 만다. 뭐, 예가 그렇다는 것이다. 여하튼 진정한 내부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면 영혼이 아닌 자아가 시키는 대로의 삶을 살수밖에 없다는 건데 직관적 지능을 기르면 신의 소리, 영혼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예술가들이 특히 직관적 지능을 이용하여 자신의 삶을 산다. 그들은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영감을 듣고 그것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인생을 산다. 그들에게 있어 영혼의 소리를 듣지 않는 삶이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천재적인 예술가들이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은 선천적으로 직관적 지능을 타고나서 자신의 내부 목소리를 소중히 여길줄 아는 능력을 지녔다는 점이다. 하지만 좌절할 것은 전혀 없다. 여기서 카인츠 박사는 천재들이 타고난 직관적 지능에 대해 윤회의 개념을 적용시키지만 그건 내가 봤을 때 많은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을만큼의 설득력을 지니지 못했으니 넘어가겠다. 중요한 건 저자가 직관적 지능이란 기술처럼 꾸준한 반복과 인내와 실천을 통해 계발시킬 수 있는 성질의 능력이라고 말했다는 점이다. 에리히 프롬이 사용한 사랑의 기술에 대한 개념을 여기에 적용시켰다. 프롬이 사랑도 기술이 필요한 것이어서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고 한 것을 저자 역시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도 후천적 연습을 통해 개발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만약 직관적 지능이 후천적으로 획득할 수 있는 성질의 재능이라면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개인적 노력과 함께 어떤 방법이 필요할 것이다. 총 3부로 되어 있는 이 책의 2부와 3부에서는 이 방법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있다. 내용이 워낙에 방대하고 또 대략적인 설명을 시도한다면 오히려 진짜 읽은 사람으로서의 감명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그것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것은 중간자인 내 능력의 부족이긴 하다. 인정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략적인 그 방법의 핵심단어를 나열하자면 다음과 같다. 책임의식, 정직함, 열린 마음, 용서, 관용, 용기와 겸손, 감사, 자제력, 근면, 끈기, 집중력, 제대로 포기하기, 영적 정신적 인간관계를 하나씩 차례로 획득하고 또 반복해서 획득하는 길이 바로 직관적 지능을 발달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이다.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중요시 할 줄 알게 되면 용기가 생길 것이다. 자기과시욕이 없어질 것이다. 진정 자신의 내면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실천하는 데 있어서 회의심이 들리도 없고 두려움이 들 이유도 없다. 옳은 길을 가고 있다는 전적인 확신에서 우러나오는 용기가 내면에 가득 찰 것이다. 자기 자신을 납득시킨 일을 하며 가슴에 용기와 믿음으로 가득찬 사람은 굳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과시하면서 자기의 가치를 인정받아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것이므로 자기과시욕도 자연스레 없어질 것이다. 진짜 중요한 일이 뭔지 알았으니 쓸데없이 이것도 해보고 싶고 저것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것이다. 제대로 포기할 줄 알게 된다. 포기한 것 대신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경건한, 겸손한 마음이 들며 그것에 만큼은 집중할 수 있다. 집중력이 생기는 것이다. 용기와 겸손, 집중. 적어도 이 세가지 덕목을 온전히 획득할 수만 있다면, 정말 직관의 힘을 믿고 직관적 지능을 키워볼 만 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