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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경제에 대한 위기의식을 고조시키는 긴급 처방서-토털 쇼크...

gowooni1 2009. 1. 22. 00:09

 

 

 

토털 쇼크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저자 강용운  공저자 방현철  
출판사 비아북   발간일 2008.12.19
책소개 외환위기보다 더 거대한 해일 '토털 쇼크' 경고! 이 책은 전 세계를 마비시키고 있는 금융위기의 ...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내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돈에 관한 사항이라 민감한 부분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쓰라린 경험이기도 하지만, 경제나 재테크에 관하여 얼마나 무지하였는지 설명하고 반성하기에는 이보다 더 좋은 예는 없을 듯하다.

 

경영이나 경제학과 또는 돈에 매우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고, 졸업 후 취직이라는 관문을 통과하느라 진땀을 빼는 대부분의 20대는 재테크나 시장경제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 나 역시 처음으로 경제생활을 하기 시작하면서 통장에 돈이 조금씩 쌓일 즈음에야 비로소 재테크 책에 관심을 갖고 경제신문을 들춰 보았는데 그 때 한창 많은 사람들이 펀드로 재미를 보고 있을 때였다. 바로 옆자리에 앉았던 1년 선배도 미OO셋 펀드로 60%가까운 수익률을 올리고 있었고, 적금 드는 사람은 손해보는 사람이라는 풍조가 만연했다. 펀드에 가입하느냐 마느냐는 문제가 아니었다. 어떤 펀드를 가입해야 좋을까를 가늠해야 하는 것이었다.

 

나름 소중한 돈이었고 남들이 하는대로 따라하지는 말자며 소신있는 척을 했다. 주식, 재테크 책을 몇 권 사서 보고 틈 나는 대로 경제신문을 보았으며 펀드 수익률 랭킹을 체크했다. 퇴근 후에는 증권, 경제 TV를 보면서 추천종목을 눈여겨 보기도 하고 향후 우리나라 주식 시장의 가능성은 얼마나 있는지 골똘히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이 모든 일들이 말짱 도루묵이 되는 사건이 하나 생겼다.

 

'자산 포트폴리오'까지 짜면서 펀드와 주식에 비중을 각각 얼마 둘 것인지, 펀드의 종류와 매수할 주식 종목은 무엇으로 할 것인지 결정을 내렸다. 펀드를 처음 매수하는 것이라 나름 신중을 가한다고 했는데(키보드 조작을 잘못했는지 마우스 클릭을 잘못한건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나쁜 기억은 잊고 싶은 법이니까)그만 50만원을 500만원으로 입력해 넣은 것이었다! 급히 증권사에 전화를 해서 물어보니 매수 취소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당연히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아무튼 못했다)

 

나는 그만 한순간의 실수로 신입사원으로서 몇 달간 아끼고 모은 귀중한 돈을 그렇게 사용해야만 했다. 그래도 내가 돈을 허투루 쓴 것도 아니니 괜찮겠지 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주식 매수할 때는 실수하지 말아야지 하면서 우량주만 골라 소액 매입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실제로 매입 후 일주일 이상은 계속 플러스 수익률을 유지했다. 그러나 사실 이 때가 바로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터지기 바로 전 달이었다. 그 이후의 상황은 말하지 않아도 훤히 보인다.

 

이렇게 화끈하게 데이고 나자 의구심이 고개를 들었다. 내가 사전조사를 전혀 안 한 것도 아니고 부족하긴 하지만 공부도 하며 신중을 기했는데 왜 이런 결과가 생겼을까. 결론이 두가지 나왔다. 첫째, 확신도 없이 매스컴에서 하라는 대로만 했기 때문에. 둘째, 그러므로 절대 매스컴에서 나오는 시장정보는 믿지 말아야겠다는 것. 실제로 매스컴에서는 일부러 세력을 위해 허위정보나 부실정보를 내보내는 경우가 많다. 아무것도 모르는 개미들만 그 정보들을 덥썩 물다가 유혈사태를 맞이하는 것이다. 그럼 정말 고급정보는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금융권에서 종사를 하면 그런 정보처를 알 수 있을까? 고급정보란 것이 존재하기는 하는가? 아니면 시중에 나도는 정보 중에 있기는 하지만 아직 옥석을 구분할 줄 아는 눈이 없는 것일 뿐인가?

 

이런 궁금증에 목말라하면서 여전히 시장을 거시적으로 볼 줄 모르고, 대한민국의 경제를 한 눈에 파악할 줄도 모르고, 그렇기 때문에 경제의 흐름은 물론 전 세계적인 현재의 경제공황 상태에 대한 분석을 못하는 사람.분명 나 외에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갈증을 해소시켜 줄 수 있는 책이 바로 '토털 쇼크,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이다. 저자도 에필로그에서 말하고 있지만, 이건 일반인을 위한 책이다. 이미 금융권에 깊이 관여하고 있거나 종사하고 있는 사람, 아니면 시장을 한 눈에 볼 줄 알고 자기만의 투자 철학이 있는 큰 손들에게는 상식처럼 알고 있거나 한 물 간 정보일 수 있다.

 

한때는 -70%에 육박했던, 그러나 지금은 그런대로 반토막 난 펀드를 여전히 보유하고 있으며, '에이 언젠가 오르겠지, 워렌 버핏도 적어도 3년 이상은 보유하고 있으랬잖아?'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저자가 '주가 500포인트, 환율 1700원 시대가 온다'라고 쓴 부분을 읽을 때는 울컥 하여 책을 덮어버리고 싶었다. 아니 뭐 이렇게 우울하게 만드는 책이 다 있나, 싶다. 이뿐만 아니다. 저자는 펀드에도 급級이 있다고 하는데 고등어와 갈치와, 회가 그것이란다. 고등어는 반토막난 펀드를 일컫고, 갈치는 반토막의 반, 회는 그야말로 처참한 수익률의 펀드란다. 사실, 펀드란 반토막만 나도 생명이 다했다고 봐야하며(원금을 회복하려면 현재에서 수익률이 100%는 나야하니까) 언젠가 좋아지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은 버리라고 한다. 현실적으로 기분 나쁜 소리에 '욱' 하다가도 조금 생각해보면 '맞는 소리'여서 그냥 꾹 참고 읽었다.

 

저자는 이 책을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썼다고 말한다. 10 여년 전(IMF때) 신문기사를 들춰보면 마치 지금의 상황을 말하고 있는 것 같은 기사들 뿐이라면서, IMF 때에 그렇게 당해놓고 우리는 아직 정신을 못차렸다고 한다. 그 때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상황인데에도 우리는 한발 나아가지 못하고 그저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며 고로 대한민국은 기억상실에 걸렸단다. '우리는 괜찮겠지'라는 생각만큼 바보스러운 생각도 없다. 아직 실물경제의 침체가 일어나지 않았는 데에도 이모양 이라며, 10년 전, 98년 IMF 시대보다 99년 후폭풍이 훨씬 어려웠다는 점을 상기시켜준다. 그러면서 우리가 대비해야 할 자세도 일러준다. 회사에서 절대 짤리지 말것, 현금을 확보하고 동산 부동산은 팔아치울 것 등이 그것이다. 글쎄, 만약 정부에서 시장 경제 활성화를 위해 돈을 찍어 유통시킨다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여 기껏 확보한 현금의 가치가 떨어질텐데. 물론 저자도 이 점을 고려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현금확보는 중요하다고 말한다. 얼마만큼을 팔고 남겨둘지는 각자가 알아서 해결할 부분일 것이다.

 

이 책을 보면 전체적인 시장의 규모와 전세계적인 경제의 어려움을 파악할 수 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규모가 얼마인지, 부동산 시장의 규모가 얼마인지를 알 수 있다. 또 지금껏 우리 정부가 시장에 긴급수혈을 한 것이 얼마나 새발의 피같은 양인지도 알 수 있어서 좋다. 너무 큰 금액의 규모에 실감이 나지 않더라도 계속 읽다보면 감이 생긴다. 역시, 전체적으로 보는 안목은 무엇을 하든 중요한 것 같다. 가령,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규모를 알고 있을 때, 외국인들이 얼마를 매수했는지 혹은 매도했는지를 들으면 얼마나 영향을 줄 수 있을지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시나리오의 전개로 인해 다소 우울해지는 책이긴 하지만, 저자 역시 우리나라의 위기불감증을 한번 일깨워주려는 의도에서 썼을 뿐이고 반드시 이렇게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만약 정말 우리 경제가 저자들이 예측한 대로 진행된다면 그야말로 최악이긴 하지만 우리는 이런 위기의식을 고조시켜서 10년 전의 어리석음을 반복하면 안되겠다. 물론 미리 대비하여 이렇게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책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