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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ge of Ampire 1875-1914 : 제국의 시대 - 에릭 홉스봄

gowooni1 2009. 4. 14. 20:00

 

 

 

에릭 홉스봄의 유명한 3부작은 혁명의 시대, 자본의 시대, 제국의 시대 순으로 이루어져 있다. 산업혁명이 생겨 자본주의가 발달하고 이것이 제국주의로 변하여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의 100년을 다룬 시리즈가 바로 이 3부작의 주된 내용이다. 제국의 시대는 이 100년 중 마지막 부분을 통해 이 시대를 마무리 하고 있다.

 

에릭 홉스봄은 영국의 사회주의자인 학자이다. 사회주의자라 해도 자본주의나 사회주의에서 객관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지만 영국 중심, 정확히 말하자면 지나치게 유럽 중심적으로 서술되어 있다.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한국, 중국, 일본 등의 사정 서술이 미약하기는 하지만 그 부분이야 우리 입장에서 머릿속으로 역사를 일치시켜가며 읽으면 감안할 수 있다. 우리 쪽에서 이러이러한 일이 일어나고 있을 때 지구 반대편에서는 어떤식으로 사회가 돌아가고 있었는지 파악하기에는 훌륭하다.

 

산업 혁명은 자본주의를 낳았고, 자본주의는 보이지 않는 손과 마르크스 주의를 동시에 낳았다. 보이지 않는 손으로 인해 활개를 치던 자본가들은 무지막지하게 피착취자들의 노동력을 갈취했고 있으나마나한 정부를 대신하여 노동자들의 단합을 유도했던 노동운동과 프롤레탈리아의 사회주의가 생겼다. 이러한 모순으로 인해 자본가 즉, 부르주아들은 점차 정치의 중심에서 떨어져나가고 자신들이 일구어 놓은 자본의 기반에 기생하여 살게 되었다. 반대로 사회주의는 점점 권력을 갖고 정당을 키웠다.

 

분명 제국주의는 인간 사회에서도 약육강식이 적용된다는 전제 하에 생겨났다. 고용인이 피고용인을 지배하듯 강한 나라는 약한 나라를 지배해야 한다는 논리가 전 세계적으로 번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1914년(제 1차 세계대전 발발 연도) 전의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을 중심으로 한 유럽의 중심국들은 '아름다웠고 돌아가고 싶던 시절'로 연상된다는 사실은 사실 새로울 것이 없었는데에도 식민지 국가였던 나라의 후손으로서는 놀랍게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조선 말에서 대한제국이 경술국치로 인해 멸망하고 일제 치하에서 온갖 수모를 받은 우리 민족의 입장에서는 그 시기는 결코 '아름다웠던 시절'이 아니라 '생각도 하기 싫은 시절'이기 때문이다.

 

에릭 홉스봄의 중심국과 주변국의 기준에서 그의 영국(유럽) 중심주의적인 시각이 드러난다. 제국의 시대는 구대륙의 큼직큼직한 나라 6개 정도가 지구 나머지의 대부분을 나누어 지배하던 시기였으므로 그의 시각이 틀린 것은 아니지면 그것을 중심국과 주변국으로 본 것에 문제가 있다. 그는 중심국과 주변국이라는 용어보다 제국과 식민지라는 용어를 썼어야 적절하다.

 

'제국의 시대'를 통해 위안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 시절 우리의 억울했던 역사가 결코 우리만 당했던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피지배국의 현실이었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위안을 얻은 사실도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분명 우리만 식민지 역사를 지니고 있었다는 것보다는 지구 중 6개 정도의 유럽 국가를 제외한 나머지 나라들이 공통적인 입장에 놓여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조금 덜 억울한 것도 사실이다.

 

아무래도 제국이 아니었던 국가의 후손으로서 피지배자의 입장을 고려하고 또 우리나라의 역사를 겹쳐서 이해하게 되었다. 일본이 우리나라에 사상이나 정신적 교육이 아닌 기술적 교육과 세뇌교육을 통해 우민정책을 실시했던 것은 식민지를 다스리는 제국의 입장으로서는 전세계적인 현상이었으니 당연할 수 있다. 정당한 역사적 사실이 아닌 왜곡된 역사-가령 임나일본부설 같은-를 가르친 것 역시 우민화의 한 방책이었다.

 

그런데 일본은 우민 정책을 어지간히 좋아하는 모양이다. 우민화교육을 시킬만한 나라가 존재하지 않는 21세기 이 시점에서 그들은 이제 자국민에게까지 왜곡된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것을 보면 참 어지간하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만 자각이 있고 깨어있는 일본인들이라면 이런 '제국의 시대' 같은 책만 봐도 자신들의 교육이 얼마나 왜곡되었는지 알 수 있고 거짓 역사 교육에 회의감을 느낄법한데도 꾸준히 그것을 밀고 있는 일본정부가 참으로 존경스럽다. 자국민에게 고의적 우민 교육을 시키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일본 뿐일 것이다.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제국의 시대'를 쓴 에릭 홉스봄의 다각적인 시각과 엄청난 식견에는 감탄할 수밖에 없다. 사회학자로서의 자세는 많은 자료를 조사하여 그곳에서 일관적인 현상을 발견하는 일종의 대량생산의 자세가 필요하긴 하다. 분명 이 두꺼운 책에 많은 페이지를 차지하는 사회적 통계들은 그가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자료를 수집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그 현상만 분석한 것이 아니라 그 100년에 일관적인 시각을 갖고 그것을 관철시키려고 노력했다. 일관된 시각을 가진 그의 책에는 단순히 대량생산하는 사회과학자로서의 자세를 넘어 장인정신으로 연구하는 인류학자의 자세까지 엿볼수 잇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강화도 조약을 체결했을 때부터 3.1운동이 일어나기 전 즈음의 전 세계적인 변화 양상을 알고 싶은 독자라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봐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전반적인 사회의 변화를 나타냄은 물론 전 국가적인 변동까지 아주 잘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광범위한 책이 한 학자의 힘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정말 놀라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