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문학*문사철300

하늘에 달이 두개 떠 있는 세계-1Q84

gowooni1 2009. 11. 26. 00:17

 

 

 

1Q84. 1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역자 양윤옥  원저자 村上春樹  
출판사 문학동네   발간일 2009.08.25
책소개 당신의 하늘에는 몇 개의 달이 떠 있습니까?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을 집대성한 5년 만의 신작!무라카...

 

무라카미 하루키 (村上春樹 1949년 1월 12일~)


무라카미 하루키는 1949년생, 올해로 60살이라는 나이를 기록했다. 그와 함께 1Q84라는 상당히 두툼한 책을 써냈는데 세간에서 그의 문학을 집대성했다느니 어쩌니 하는 말을 굳이 갖다붙이지 않더라도 작가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의미가 있는 작품일 것이다. 그는 서른살의 나이에 군조문학상에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올해는 그가 작품활동을 시작한지 30년이 된 해이다. 본인은 이러한 숫자적 의미를 별로 중요시 생각하고 있지 않을지 몰라도 그의 작품들을 유심히 지켜보는 한 독자로서 부여하는 의미는 꽤 큰 편이다.


1Q84는 국내에 번역도 되기 전부터 상당히 들썩이던 작품이다. 출판계의 대기업인 문학동네가 작가에게 지불한 선인세 논란도 있었고 책 치고는 이례적으로 라디오 광고도 엄청나게 했다. 하루키의 작품성에 대한 논평을 떠나서 그는 일단 잘팔리는 작가다. 언제나 그렇듯이 작품 내에는 같은 종류의 오락성이 존재한다. 섹스에 대한 묘사, 단숨에 읽히는 문체, 아무렇지도 않게 살짝 스쳐지나가듯 말하는 작가의 음성이 그의 작품을 항상 하루키식으로 만든다. 그리고 이 작품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 책은 정말 두툼하다. 2권 합쳐 1250 여 페이지를 훌쩍 뛰어넘는데 묵직한 무게가 그를 좋아하는 독자의 마음을 기쁘게 만든다. 그의 작품은 너무 술술 읽히기 때문에 아껴읽지 않으면 금방 읽어버리고 만다. 그래서 두툼하다는 것은 아껴 읽을 걱정을 잠시 보류한채 읽어도 좋다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어느새 작품의 세계에 몰입이 되면 그 압도적인 량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아껴 읽어야만 하는 상태에 이른다. 그가 문학 인생 30여년 안에 구축한 세계와 스토리텔링 방식은 그만큼 뭐랄까, 완성되었다는 느낌이다.


1Q84의 주인공은 두명이다. 마셜 아츠 강사로 스포츠 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서른살 여성 아오마메와 입시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서른살 남성 덴고. 1권과 2권 모두 24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홀수 챕터는 아오마메의 이야기, 짝수 챕터는 덴고의 이야기로 병렬 전개된다. 두 명의 주인공이 똑같은 비중으로 나오는데 처음에는 어찌하여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이 차지하는 비중이 비슷한지 의아하다. 당연히, 어느 순간부터 두 주인공의 사이에는 공통점이 드러나고 접점이 생긴다.


아오마메는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스포츠 강사지만 사실은 '사회에서 제거되어야 할 인물을 쥐도 새도 모르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처리하는' 킬러다. 그녀가 저편으로 보내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더 이상 살아보았자 타인에게 피해만 주는 남자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의 이중적인 일에 대해 사명감마저 가지고 있다. 그러나 사람의 목숨을 인위적으로 빼앗은 이상 언젠가 그 보상을 죽음으로서 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덴고는 정말로 평범한 시간제 수학 강사에 불과하다. 덴고가 다른 수학 강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소설가 지망생이라는 것 정도다. 아직 당선은 한 번도 되지 못했지만 자신의 남은 모든 시간을 소설을 쓰기 위해 수학 강사라는 불안하고 자유로운 직업을 선택한 나름 소신을 가지고 있는 독신 남자다.


아오마메가 비교적 직접적으로 1Q84년의 세계에 진입한 데에 비해, 덴고는 간접적으로, 자기도 모르게 그 세계에 발을 넣게 된다. 소설가 지망생으로서 신인 소설상 응모작의 1차 검토를 하는 일도 겸하고 있던 덴고는 어느날, '가능성이 풍부하지만 문장력이 약한 소설'을 만나게 된다. 편집장 고마쓰는 이 소설을 덴고보고 다듬으라고 한다. 후카에리라는 소녀가 쓴 이 참신하고도 환상적인 소설에 덴고의 탄탄한 문장력이 첨가된다면 신인상 당선은 물론 베스트셀러가 되고도 남을 거라는 것이 편집자 고마쓰의 의견이었다. 일종의 사기 행위라는 생각에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그 이야기가 가진 매력에 이끌려 덴고는 결국 그 소설을 '완벽하게' 고치게 되고 예상되로 그 소설 '공기 번데기'는 화제의 베스트셀러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이것이 소설을 본격적인 궤도에 올리는 계기가 된다.


1Q84년의 세계는 아오마메가 하늘에 뜬 두개의 달을 보고 임의적으로 붙인 이름이다. 소설 안에 흐르는 지구 시간은 1984년이다. 하지만 1984년은 일반인들의 세상, 하얗고 누르스름한 달이 하나만 보이는 보통 세상이다. 아오마메는 그 달 옆에 좀 더 작고 어스름한 초록빛을 띄는 또 하나의 달을 본다. 처음부터 그 달을 인식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하늘에 달이 두개 떠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세계가 지금껏 자신이 살아왔던 세계는 더이상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그녀 자신이 붙인 1Q84라는 세계는 하늘에 달이 두개 떠 있는 세상이다.


이 소설을 하루키다움으로 만드는 것은 비교적 농밀한 섹스에 대한 묘사 외에도 요리 과정에 대한 묘사, 위스키, 재즈, 클래식 등인데 그건 언제나 그의 소설에 단골적으로 등장하는 소품들이다. 또 서른살 안팎의 주인공들, 하루키의 또 다른 소설들의 주인공들과 오버랩되는 덴고라는 캐릭터, 기타 등장인물들의 비슷비슷한 성격, 상실되어 버린(죽었다거나 사라졌다는 표현이 아닌) 사람들도 하루키 문학 전반에 흐르는 비슷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주된 요인이다. 조금 식상한 느낌도 들지만, 그 분위기를 원하는 독자에게만큼은 한없이 친절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소설은 쉽게 읽히지만 독자는 어리둥절한 상태에서 책의 마지막을 덮게 된다. 쉽게 읽히는 문체와 달리 주제에 있어 하루키는 결코 친절한 작가는 아니다. 그의 문학이 집대성되었다는 것에는 그가 평소에 다루었던 아리송한, 절대 완쾌한 답이 나오지 않는 주제들이 한번에 녹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항상 다루었던 상실의 문제는 이제 메인에서 한단계 내려온 느낌이다. 하지만 진짜 메인디쉬가 무엇이었는지 알아내는 독자는 몇몇 되지 않을 것 같다.


책의 구성이 상징적이다. 노란 글씨의 1권과 초록 글씨의 2권 표지는 원래의 달과 또 하나의 작은 달을 나타낸다. 2권이 1권보다 약 50페이지 정도가 부족해서 얇은 느낌이 드는데, 그건 아마 1Q84 세계의 또 다른 초록 달이 원래의 달보다 조금 작기 때문에 일부러 그렇게 만든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