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관심가는책200+

10000 시간과 끈기, 지구력, 의지. 아웃라이어들의 비밀.

gowooni1 2009. 8. 30. 23:03

 

 

 

 

아웃라이어(OUTLIERS)

저자 말콤 글래드웰  역자 노정태  감수 최인철  
출판사 김영사   발간일 2009.01.27
책소개 '특별한 기회'와 '역사문화적 유산'의 두 측면에서 상위 1%의 성공비결을 분석! 이 책은 글로벌...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되어 있다. 이는 비관적 숙명론적인 운명론의 관점이 아니다.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고 수많은 원인들이 축적된 결과 일어난다는 말이며 조금 더 구체적으로 범위를 좁혀 이야기하자면 성공할 사람은 어떻게든 성공하게 되어있다는 식으로 말을 할 수도 있겠다. 우리는 성공한 사람에 대하여 이렇게들 말한다. 그 사람이니까 성공했다, 그 정도 되는 사람이라면 어디에서든 성공했을 것이다. 이는 성공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개인적 자질이라는 비교적 좁은 범위에 한정시킨 것이다.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

1963~

 

글쎄, 과연 그러할까? 블링크 외 수많은 저작으로 유명한 단신 곱슬머리의 말콤 글래드웰은 여기에 반기를 들었다. 성공이라는 결과는 개인적 자질에만 운운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라 성공을 낳을 수 있도록 조성된 환경적 요인이 절대적이라는 거다. 글래드웰은 그의 저서 아웃라이어에서 이러한 자신의 견해를 강력히 말하고 있다. 아마 그는 '성공은 개인적 자질이 아니라 사회 문화 환경적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가설을 미리 설정하고 수없이 많은 자료를 찾아본 것임에 틀림없다. 비교적 신빙성 있는 사례들로 구성된 아웃라이어는 정말 성공이란 개인적 자질을 넘어서야 하는 것인가, 하고 생각해보게 만든다. 그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사례 중에는 너무도 기발해서 참 잘 갖다붙였구나 하고 손뼉을 치게 만드는 것들도 있다. 참 재미있는 책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빌 게이츠는 빌 게이츠만의 자질때문에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된 것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우리는 보통 빌 게이츠의 성공을 그 개인적 자질, 즉 성실함과 근면함,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사랑하던 그의 개인적 열정과 자세 에서 생각해왔다. 하지만 글래드웰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빌 게이츠는 자신의 뒷바라지를 충실히 해줄수 있었던 유능하고 넉넉한 부모 밑에서 나고 자랐다. 그 당시 대중적으로 보급되지도 않았던 컴퓨터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도 그런 부유한 부모들이 지원해주는 교내 프로그램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1960~70년대 컴퓨터도 별로 보급되지 않았던 미국에서 무제한적으로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았던 것은 전세계에서 빌 게이츠 한사람 뿐이었기 때문에 그가 탄생했다는 것이 글래드웰의 말이다.

 

사실 조금 억지가 느껴지는 부분들도 꽤 있다. 하지만 역시 주장에 설득력은 있다. 억지스러움은 그가 자신의 주장이 옳음을 증명하기 위해 지나치게 사례를 세부적으로 파헤졌기 때문인데 이것이 책을 읽는데 재미를 반감시키지는 않는다. 오히려 기발하다 싶어 몰입하게까지 만든다. 그리고 글래드웰은 환경의 중요성을 매우 가치있게 생각하기는 하지만 역시 개인적인 자질을 놓치지는 않았다. 성공을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역시 매우 좋은 질의 토양과, 그 토양의 양분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적극성이다. 글래드웰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 개인적 자질에는 천부적인 재능같은 것은 축에도 들지 않는다. 끈기와 지구력과 남들과 확연하게 비교되는 강한 개인적 의지. 비슷비슷하게 들리지만 미묘하게 다른 이 세가지 미덕은 또 다른 기적을 만들어낸다.

 

끈기, 지구력, 의지의 공통점이 과연 무엇인가. 그건 바로 뭔가 하나를 꾸준히 추구하는 자세를 지닌 사람들의 몸에 밴 덕목들이라는 점이다. 여기서 재능은 눈곱만치도 중요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재능은 한가지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자세라는 말이다. 제법 세상에 이름을 날린 사람들은 그 결과적인 명성때문에 재능이 있다고 인정을 받을 뿐이지 그들의 명성을 만들어낸 것은 그들이 그 일에 투자한 시간이라는 것이다. 10000시간의 법칙. 1만 시간은 어떤 일을 하루에 3시간씩 할때 10년이 걸리는 시간이며 이는 우리 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10년 법칙과 일맥상통한다. 어느 한 분야에서 제법 성과를 보기 위해서는 어쨌든 그만큼의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것이다. 비틀즈도 일주일에 7일씩 하루에 9시간 연습만 했다. 신동이라고 알려진 모짜르트의 초기작도 실은 다른 곡들의 짜깁기에 불과했다. 진정 모짜르트의 색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스무살이 넘어서부터이니 결국 모차르트도 1만시간을 거기에 투자하고 나서야 그 천재성을 발휘했을 뿐인 평범한 인간이라는 말이다.

 

그 외에도 아웃라이어에는 여러 흥미진진한 사례들이 많이 나온다. 한국의 KAL기 사고를 자세히 조사하여 자신의 주장에 뒷받침할 근거로 사용한 것도 흥미롭다. 아시아인들이 서양인들에 비해 수학을 잘하는 이유는 정말 기가 막히다. 뒤로 갈수록 그가 사용한 근거는 흥미위주로 재미있게 읽히는 경향이 있지만 나쁘지 않다. 어쨌든 여기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이거다. 환경과 1만 시간. 아웃라이어를 덮고 나면 내가 1만 시간을 투자할만한 곳이 어느 분야일지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