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문학*문사철300

완전한 기쁨

gowooni1 2009. 9. 13. 23:12

 

 

 

 

 

완전한 기쁨.다니엘라(혜원세계문학 86)

저자 루이제 린저  역자 김태희  
출판사 혜원출판사   발간일 1995.04.01
책소개 루이제린저의 대표작 모음집. 완전한 기쁨은 불구자인 마리 카타리느의 시각을 빌어 한 가정이 변모하는...

 

전 생애를 통해, 그리고 전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해 낸 작가는 이 세계에 수도 없이 많지만 그 중에서 나와 맞는 세계를 찾아내어 온전히 빠져들 수 있는 작가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작가와 세계를 찾아내어 그 세계에 흠뻑 젖는 행복감은 매우 소중하고 고귀한 체험이며 적어도 내게 있어선 얼마 되지 않는 완전한 기쁨 중 하나다.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는 독자가 나이를 먹으면서 한 번씩 더 읽을수록 그 재미와 깊이를 맛볼 수 있는 작품이다. 적어도 나는 이 책을 일 년에 한 번은 의식적으로라도 읽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등장인물의 대사와 행동에서 새로운 감명과 생각을 얻는다. 여기서 좀 더 나아가보기로 했다. 서른 일곱의 린저는 서른 일곱의 니나를 창조했으므로 오십의 린저는 또 어떤 인물을 창조해냈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그 인물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그만큼의 인생을 살면서 또 어떤 생각을 새롭게 해내었는지 작가 세계관의 성숙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완전한 기쁨은 린저가 작가로서의 완숙기인 오십대에 들어서 써낸 작품이며, 그녀가 상당히 많은 작품을 통해 추구하고자 했던 여인의 모습이 마리 카타린이라는 여자를 통해서 묘사되고 있다. 화자는 마리 카타린의 시아주버니인 '나'이며 자신들이 집이 무너지는 날 마리 카타린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는 결심을 시작으로 회상형식을 빌려 서술된다.

 

매력적이고 지적인 여자 마리 카타린은 '나'의 동생이자 대학 교수인 클레멘스의 제자였다. 클레멘스는 그녀를 사랑하지만 음울하고 자신에 대한 회의에 가득찬 그가 그녀를 차지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먼 길을 돌아 결국 클레멘스와 마리 카타린은 결혼을 하게 되고 그들의 집에서 함께 살게 된다. 오래된 가문이자 부자인 그들의 집에서 사는 사람은 나와 클레멘스, 어머니, 마리 카타린의 딸인 시몬이다.

 

안타깝게도 주인공인 나는 서른살 무렵 시작된 병 때문에 불구자가 되고 만다. 정신은 남성성을 잃지 않았지만 몸은 남성성을 잃은 그는 마리 카타린을 사랑한다. 그러나 불구라는 신체적 제약상 그런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다. 마리 카타린은 철학 박사학위를 받고 쳄발로를 연주할만큼 재능이 많은데에도 불구하고 클레멘스의 내조를 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그러나 태어날때부터 속이 비뚤어진 클레멘스는 그런 그녀의 희생을 오히려 더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클레멘스는 마리 카타린이 자신을 사랑하는 감정이 어설픈 연민과 동정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날 주인공을 치료하기 위해 온 의사와 마리 카타린은 흡인력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사랑에 빠진다. 그런 낌새를 마리 카타린을 사랑하는 '나'와 클레멘스가 못알아 챌 리 없다. '나'는 그녀에게 의사와 함께 떠나라고 말하고 클레멘스는 어설픈 동정따윈 그만 두고 이혼을 하자고 한다. 둘은 마리 카타린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집에 들어와 불행하기만 했던 그녀의 삶에 종지부를 찍고 이제 행복한 삶을 살라고 그녀에게 말하지만 그녀는 성실한 가톨릭 신자로서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기 보다 의무를 수행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클레멘스의 비뚤어진 사랑으로 둘은 이혼을 하게 된다.

 

마리 카타린은 의사에게 가지 않는다. 그녀는 빈민가에 들어가 이웃들에게 봉사를 하다 결국 과로와 병으로 죽고 만다. 그런 그녀를 보며 '나'는 어째서 마리 카타린이 사랑하는 사람과의 행복을 선택하지 않았는지 괴로워하지만 그녀를 딸처럼 아끼던 신부는 이런 식으로 말한다. 그들은 함께 있음으로써 고독해지는 것보다 멀리 떨어져 있음으로서 영혼이 하나가 되어있음을 느끼고 완전한 기쁨을 느끼게 된 것이라고.

 

이 세상에는 함께 있음으로서 외로워지고 고독해지는 사이가 너무나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있는 것은 그래야만 외로움을 줄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떨어져 있음으로써 오히려 서로가 하나됨을 느끼고 내적으로 충만하여 완전한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된다면 우리는 이루지 못한 사랑 때문에 가슴 아파 하거나 인생을 헛 살았다고 자책하는 일은 없을지도 모르겠다. 마리 카타린과 의사는 따로 떨어져 있으면서 전 인류적인 사랑을 추구하여 각자의 길을 가고 영원히 서로를 사랑할 수 있었을거다. 지나치게 아가페적인 사랑이나 성녀화 시킨 그녀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분명 완전한 기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그건 그들이 완전한 기쁨을 느끼기 위해 행했던 여러 가지 일 중 하나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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