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문학*문사철300

롤리타

gowooni1 2009. 8. 24. 20:02

 

 

 

 

롤리타(세계문학전집 30)

저자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역자 권택영  원저자 Nabokov, Vladimir  
출판사 민음사   발간일 2009.01.20
책소개 어린 소녀를 향한 성적 동경,10대 소녀와 중년의 사랑과 파멸을 그린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원작 완...

 

러시아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를 세계작가 반열에 올려놓은 롤리타는 영미권 작가들에게 있어 최고문학작품 4위에 오른 꽤나 인정받은 작품이지만 한국에 사는 일개 독자인 나의 입장에서 볼 때 '글쎄'였던 작품이다. 다들 알겠지만 롤리타는 롤리타 콤플렉스의 약자 롤리콘의 기원이 되는, 성인 남자가 사춘기 전후의 어린 소녀에게만 흥분을 하는 변태적 성욕을 지칭하는 대명사의 근원이 된 소설이다. 그리고 꽤나 보수적인 나로서는 이 작품의 문학적 가치에 대하여 상당히 회의적인 시각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작가인 나보코프 본인도 변태 성욕을 지칭하는 단어가 자신의 작품에서 나왔다는 것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이었다고 한다.

 

롤리타의 의미 파생도 그렇고 작품의 전체적 분위기를 봐도 그렇고 이 작품은 전혀 교훈적이지 않다.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없다. 어찌하여 소설에 주제가 없는고 하면 그게 바로 작가가 의도한 바이기 때문이다. 나보코프는 억지로 가르치려고 드는 많은 소설들에 대해 못마땅해했다. 그림만 봐도 결코 설명을 요구하지 않는 예술이다. 그런데 그게 문자를 사용하는 예술이라 하여 반드시 메시지나 교훈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수천년에 걸쳐 형성된 지독한 편견이다. 그래서 작가는 그저 한 남자, 지식인이고 유창한 몇개국어 실력을 가졌지만 떠돌이에다가 어릴적의 트라우마로 인해 어린 소녀에게만 사랑을 느끼는 험버트 험버트를 주인공으로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험버트 험버트는 일반인들의 기준으로 봤을때 머릿속에 든 것은 많아도 전혀 배울만한 점이 없는 남자이기 때문이다.

 

그럼 어째서 전혀 메시지가 없는 이 소설이 영미작가들이 선택한 최고 문학작품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그건 이 소설이 담고 있는 내용에 비하여 너무나 아름다운 단어들만을 선별하여 씌여졌고 암시성이 매우 짙기 때문이다. 보통 변태 성욕적 내용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외설스러운 단어와 표현들이 사용되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롤리타를 쓰는데 선별된 단어들은 고급스럽고 아름답다. 게다가 광대한 미국 여기저기가 소설의 배경이다. 아름다운 미국 전원적 풍경을 배경으로 묘사한 롤리타는 영미권 작가들에게 (적어도 심리적 측면이 아닌 부분에서는) 공감을 살 수 있었을거고 그 부분이 문학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었을 것이다. 뭐, 나중에 이 소설이 정신분석학의 의학적 용어를 나타내는 기원이 되었다는 점에서도 충분히 가치는 생겼을거다.

 

주인공 험버트 험버트는 프랑스에서 교과서를 만들만큼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유럽의 지식인이지만 어릴때 이루지 못한 사랑 때문에 어린 소녀에게만 사랑을 느낀다고 주장하는 이 소설의 화자다. 천진난만하지만 천한 단어를 쓰면서 자신을 유혹하는 사춘기 전후의 어린 소녀들을 자신만의 용어 님펫으로 정의하면서 님펫을 보는 것과 돈을 주고 사는 것에 행복을 느끼는 비뚤어진 성욕의 중년 남자다. 그러던 그가 미국으로 건너가 렘즈데일의 한 하숙집에 머물게 되는데 그 이유는 하숙집 주인의 딸 롤리타에게 한눈에 반하기 때문이다. 롤리타야말로 험버트가 꿈꾸던 님펫의 전형이며 어릴적 이루지 못한 사랑의 여성을 그대로 연상시키는, 오직 하나뿐인 사랑스러운 연인이다.

 

그러나 하숙집 주인이자 롤리타의 엄마인 샬로트는 험버트에게 애정을 느끼고 자신을 선택하지 않을거면 하숙집을 나가달라고 요구한다. 험버트는 별로 고민하지 않는다. 자신의 진정한 사랑 롤리타에게 합법적으로 접근하면서 그 얼굴을 만지고 키스하고 보듬어줄 수 있는 아버지로서의 위치가 확실하게 얻어지는데 샬로트와의 결혼이 대수로울리는 없다. 게다가 샬로트는 롤리타의 원조인 셈이니 불만스럽지도 않다. 비록 샬로트에게 애정을 느끼지 않더라도 험버트는 그녀와 결혼하고 롤리타의 아버지로서 렘즈데일에 머물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샬로트는 험버트의 비밀 서랍을 열고 그의 일기를 보게된다. 험버트의 일기에는 그가 롤리타를 처음 본 순간부터 느낀 애정의 진행상태가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전형적인 미국의 여성으로서 자신의 남편에 대한 살아있는 소유욕을 가지고 질투를 할 줄 아는 샬로트는 이를 보고 분개한다. 자신의 딸에 대한 질투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딸을 지켜야한다는 미묘한 감정, 그리고 어떻게든 험버트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심리는 결국 샬로트를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뜨리고 우체국으로 정신없이 달려가던 중 자동차에 치여 즉사하고 만다. 그로부터 롤리타의 법적인 아버지이자 보호자이자 연인으로서 험버트는 그녀와 둘이서 미국을 돌면서 여행을 하게 된다.

 

만약 롤리타에 대한 험버트의 사랑이, 단지 롤리타가 님펫으로 통할 때인 어릴 적 몇 년 간만 지속되는 사랑이라면 험버트의 사랑은 변태적 성욕으로 끝날 것이다. 하지만 험버트는 롤리타를 통해 님펫만을 사랑하던 자신의 이상한 성욕에서 승화되는 듯하다. 어른이 되고, 자신을 버리고,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롤리타에게 끝까지 사랑을 느끼며 돌아와달라고 한 험버트에게서 독자들은 마지막에 각기 다른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롤리콘의 원조라고 생각했던 험버트에게서 궁극적으로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는 사랑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러니를 느낀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롤리타를 사랑했다고 해서 험버트의 사랑이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느냐의 문제는 별개가 된다. 청교도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미국인들에게 험버트의 사랑은 변태적으로 받아들여지겠지만 80세의 할아버지가 10살도 안된 어린 소녀를 아내로 받아들이는 아랍 문화권에서는 전혀 문제로 여겨지지 않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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