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문학*문사철300

슬럼독 밀리어네어

gowooni1 2009. 9. 17. 23:00

 

 

 

슬럼독 밀리어네어: Q&A

저자 비카스 스와루프  역자 강주헌  
출판사 문학동네   발간일 2009.02.15
책소개 일자무식 가난한 웨이터의 파란만장 인생 역전기! 불행한 남자에게 찾아온 일생일대의 행운을 그린 소...

전세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빈민가에 살면서 웨이터로 연명을 하던 한 남자가 최대 상금을 내건 퀴즈쇼에 출연했다. 먹는 것과 자는 곳을 해결하는 데만도 바쁘게 살아온 최하층의 빈민인 이 남자. 당연히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았을 리 만무하다. 의식주의 기본 욕구 해결에 급급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흔히 그러하듯, 사람들은 이 남자가 퀴즈쇼에 출연한 이유를 쉽게 생각했다. 상금 때문이라고 말이다. 십억 루피를 내건 이 퀴즈쇼는 금액 덕분으로라도 높은 관심과 시청률을 자랑했다. 숫자 0 이 9개 달린 이 천문학적인 숫자는 가히 인생역전을 가능케 할 금액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남자가 퀴즈쇼에서 문제를 맞췄다. 한 두 문제가 아니라 최종 관문인 열 두 문제 전부 다 맞춘 것이다. 사람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고 퀴즈쇼 주최측에서는 속임수가 있을 거라고 여겼다. 그래서 남자는 밤에 소리 소문도 없이 경찰에 잡혔다. 빈민가 사람들이 흔히 그러하듯 저항도 하지 못하고 그냥 개처럼 끌려갔다. 그리고 경찰의 모진 고문에 속임수를 사용했다고 거짓 자백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퀴즈 회사는 십억 루피를 지급할 돈이 없었고 경찰은 거짓 자백을 받아내면 돈을 받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경찰과 퀴즈 회사가 합심하여 가난한 남자 한명 입막음 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남자가 고문에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거짓 자백을 하려는 찰나, 그에게 선임되었다는 변호사가 고문실로 들어온다. 가난해서 변호사를 선임할 돈이 없는 그는 뭔가 착오가 있을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일단 지옥같은 처지에서 벗어났으므로 그녀를 믿기로 했다. 변호사는 그의 편이 되어 줄 것이라며 안심을 하라고 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열 두 문제를 모두 맞출 수 있었던 증거를 명확하게 제시해야 했다. 남자는 자신이 열 두 문제를 맞춘 것은 단순히 찍었기 때문이 아니라, 우연히 자신이 아는 문제들만 골라서 나왔을 뿐임을 말했고 또 그 답들을 알게 된 사연을 말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전부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하여 이 인도의 최대 빈민 중 한명이 살아온 이야기가 퀴즈 12개에 엮어 조금씩 전개된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1963년에 태어난 비카스 스와루프의 첫 장편소설이지만, 출간되자마자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고 영화로도 제작되어 큰 인기를 끈 작품이다. 외교관으로 근무하며 틈틈이 시간을 내어 작품을 쓴 그가 비교적 상류층 생활을 영위했을텐데도 최하층 사람들의 생활에 대해 자세히 묘사했다는 것이 흥미롭다. 소설의 주인공인 람 모하마드 토머스는 힌두, 이슬람, 기독교가 총 망라된 특이한 이름을 가지게 되는데 이를 통해 인도사회의 종교적 갈등이 상당히 깊다는 것도 알 수 있어 흥미롭다.

 

주인공은 비록 최하의 생활을 누리며 거지처럼 여기저기를 전전하는 삶을 살았지만 양심껏 정직하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온 인물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살아오면서 그냥 지나쳤을 크고 작은 모든 것들을 퀴즈쇼에서 정확히 기억해 내고 답을 맞추는 기적을 일으킬 수 없었다. 한물 간 여배우의 집에서 하인 노릇을 했던 것도, 본업이 스파이였던 대령의 궁궐같은 집에서 성실하게 일했던 것도, 타지마할에서 무허가 관광가이드를 했던 모든 것들이 그에게는 소중한 경험이었던 셈이다.

 

흠이라면 마무리가 약간 억지로 끼워 맞추었다는 느낌을 준다는 건데, 처음부터 빈민 웨이터의 인생역전과 권선징악을 통한 해피엔딩을 꾀한 작가의 밝은 주제 선택을 고려하면 오히려 깔끔한 엔딩이다. 영화화 하면 딱이겠다는 느낌이 드는 소설이었으니 진작에 영화로 인기를 몰았다는 것이 뭐 당연한 사실로 여겨진다. 아직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인도 하층 사회에 대해 겉핧기 식으로라도 훔쳐볼 수 있었다는 점도 이 책의 매력이다. 가볍고 재미있고 깔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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