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철학*문사철100

나는 고발한다 (J'accuse)

gowooni1 2009. 8. 27. 20:59

 

 

 

나는 고발한다

저자 에밀 졸라  역자 유기환  
출판사 책세상   발간일 2005.05.10
책소개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행동하는 지식인 에밀 졸라가 드레퓌스 사건과 관련하여 쓴 시론들을 모은 책이다....

 

정부기관과 국가가 자신들의 기존 틀을 보존하기 위해 무고한 한 개인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고 은폐한다는 일이 가능한가? 이는 1789년 프랑스 대혁명 이후로 전세계적으로 확산된 자유, 평등을 기본으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결코 일어나서도 안되는 일이다. 원칙은 그렇다. 하지만 21세기에 존속되고 있는 수많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그런 일은 절대 없다고 확신할 수 있는 나라는 과연 몇이나 될까? 그리고 그 중에 속하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주체적 민주성은 어느 정도나 될까? 사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에 높은 점수를 매길수 있는 사람은 우리 국민 중에서도 얼마 되지 않을거다. 아직도 우리는 거대한 권력에 무참히 고개를 숙이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대다수의 군중을 민중으로 착각하고 유지되는 나라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막막함을 느낀다.

 

드레퓌스 사건의 장본인,

유태인 장교 드레퓌스 대위

 

지금으로부터 약 100 여년 전에 프랑스에서 이와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1894년 유태인 장교가 독일군의 스파이 활동을 했다는 죄목으로 감옥에 갇혔다. 그러나 사건엔 미심쩍은 부분이 너무 많았다. 군부가 증거물로 제시한 서류의 글씨체는 그 장교의 것이라고 할 수 없을만큼 달랐고 죄목이 상당히 큰데도 비공개로 처리되었다. 사실 이는 인종차별적인 측면이 너무나 강했다. 드레퓌스가 유태인이 아니라 가톨릭인이었다면 결코 그런 누명을 쓰는 일은 없었을거다. 때는 19세기 후반이었고 여전히 반유태주의가 팽배한 사회에서 그는 국가의 희생양으로 채택되고 만것이다. 민주주의의 선구자라고 자처하며 전세계의 모범이 되어야 할 프랑스에서 이건 엄연한 잘못이었으며 나아가 다른 국가에 실망감을 안겨주는 사건으로 번졌다. 드레퓌스 사건. 사건 자체보다는 그 사건 이후의 반향이 너무나 커 전세계적으로 알려진 사건이었으며 국가와 개인의 인권 문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사건은 그냥 미궁속에 묻힐 뻔했던 사소한 일이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국가가 자신의 정당성을 확립하기 위해 아무렇지도 않게 개인을 희생시키는 일이 허다하며 대부분의 사건이 그냥 그러려니 하며 묻히고 만다. 개인이 국가를 상대로 억울함을 호소한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깨겠다는 발상보다 더 허무맹량하게 느껴지며 또 설령 그런 처지를 당했다 하더라도 자신의 무고함을 입증시킬만큼 정열을 지닌 사람이란 거의 없다. 귀찮기 때문이다. 그런 일로 자신의 정신적 경제적 비용을 쏟고 정열을 불살를바에야 차라리 좋은게 좋은거지 하며 그냥 넘어가는 심리. 이게 바로 대다수의 군중들이 가진 심리며 사실 이것이야말로 가장 큰 민주주의의 적이다. 하나, 거대한 권력 앞에서 한없이 비굴해지는 심리와 둘, 대다수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을 옳다고 여기며 무조건적으로 옹호하는 심리. 이 두가지의 군중심리가 군중을 더욱 아둔한 군중으로 만드는 원인이다.

 

산 지식인의 표본,

에밀 졸라 1840-1903

 

그래도 역시 프랑스였다. 100 여년이나 지난 지금도 우리나라에는 이런 사람이 나올지 의문이다. 에밀 졸라. 그는 전 국가를 상대로 고발했다. 하마터면 그냥 가라앉을 뻔 했던 드레퓌스 사건을 수면밖으로 끌고 올라온 사람이다. 그는 이 천부당만부당한 사건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된 것은 이미 드레퓌스가 형을 살고 있던 한참 후였지만, 자신이 그걸 알게 되었고 또 그것이 엄연히 부당하다는 것을 안 이상 프랑스를 대표하는 지식인의 이름으로 당당하게 싸웠다. 그가 아무리 문호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하더라도, 전 국가를 상대로 싸운다는 것이 한 개인의 입장에서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자신의 전 생애를 건 싸움이 될지라도 스스로의 이상에 떳떳한 사람이 되는 편을 택한 그는 나는 고발한다를 기고한 후 실제로 수많은 살인협박에 시달렸고 자신이 고발한 사람들에게 줄줄이 기소를 당했다. 하지만 그건 이미 졸라가 예상한 일들이었다. 그 귀찮은 것들까지 다 혼자 안고 국가에 맞서 정의를 구현하려 했던 졸라의 결연한 자세에서 한 사회를 대표하는 지식인이 가져야 할 자세를 배운다.

 

사실 드레퓌스 사건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매우 많다. 인간적인 매력이 그리 많지 않았던 드레퓌스는 그 사건의 중대성에 어울리지 않게 심약한 인물이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나중에 전세계적으로 시끄러워진 후에 프랑스 정부가 그에게 사면을 내렸을 때 그는 그 결정을 덥썩 받았다. 일반인으로서 마음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도 있지만 그는 그래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사면을 받는다는 것은 자신의 유죄를 인정한다는 뜻이며 이는 그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노력했던 에밀 졸라는 비롯한 수많은 지식인의 노력을 헛되이 하는 일이었다. 게다가 에밀졸라는 '나는 고발한다'를 기고한 후 몇년 안 되어 가스중독사고로 사망했다. 하지만 이는 암살이라는 설이 유력하며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 또 드레퓌스 사건을 조작한 진짜 죄가 있는 장본인들은 에밀 졸라가 그 이름과 죄명을 낱낱이 밝히며 고발했는데에도 불구하고 전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결국 드레퓌스 사건은 법적으로 영원히 미제로 남는 사건이 되었으며 민주주의의 근본을 자처했던 프랑스 정부에 전세계 국가들이 역겨움을 느끼게 만든 사건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