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철학*문사철100

신기관 - Novum Organum by Francis Bacon

gowooni1 2009. 5. 5. 22:43

 

 

 

신기관 (한국학술진흥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서양편 1)

저자 프랜시스 베이컨  역자 진석용  원저자 Bacon, Francis  
출판사 한길사   발간일 2001.06.20
책소개 프랜시스 베이컨의 대표작 신기관.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널리 알려진 경구에서 시작해 인간의 정신을 ...

 

 

뉴턴에서부터 아인슈타인에 이르기까지, 이 혁명적인 과학자들 덕분에 우리는 많은 혜택을 누리며 살고 있다. 그들의 이론에서 발달한 현대과학의 편리함도 단연 으뜸의 혜택이지만 무엇보다 자연과 우주에 대한 무지몽매한 상태에서 깨어나게 해준 정신적인 혜택이 더 크다. 그들 덕분에 후대의 사람들은 미신에 기대거나 사변적인 지식 놀음을 발생시킨 터무니없는 신앙적 믿음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과학자라고 하기에는 애매하지만 여기 현대인들의 체계적인 사고를 확립하는데 기여한 또 한명의 사람이 있다. 프란시스 베이컨. 그는 그의 유명한 저서 [신기관]을 통해 인간의 편견을 혁파하고 귀납적 방법으로 보다 진리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도록 하는데 힘을 기울인 사람이다. 그가 남긴 말 중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말에는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명언이 있다. 이 말이야말로 그의 정신을 한번에 요약한 말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프란시스 베이컨[1561-1626]

 

프란시스 베이컨[1561-1626]은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치세 기간에는 큰 빛을 보지 못하다가, 그녀가 죽은 후 뒤를 이은 제임스 1세 아래 급속이 권력을 휘어잡은 인물이다. 그러나 비교적 검소함이나 청렴결백과는 거리가 멀었던 베이컨은 뇌물수수 혐의로 공직에서 쫓겨나고 이후 저술을 하다가 삶을 마쳤다.

 

그는 고대 그리스 철학 즉 플라톤에서 아리스토텔레스에 이르는 사변적인 철학을 싫어하였다. 베이컨이 봤을때, 그들은 탁상공론만 일삼으며 실질적인 생활의 발전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았기 때문에 그 비효율적인 측면을 혐오하였다. 그는 일상적인 삶이 발전할 수 있는 지식만이 진정 가치있고 쓸모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베이컨이 봤을때 연역법이란 조금의 가치도 없는 것이었다. 기존에 이미 알고 있는 사실로만 명제를 만들고 그것에서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결국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일 뿐이며 곧 말장난에 불과할 뿐이었다. 말장난이 불과한 연역법을 통해 실생활에 유용한 지식체계가 설립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베이컨은 귀납법이야말로 가장 획기적이며, 실생활에 유용한 지식을 얻을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였다. 기존에 있는 여러 경험들을 통하여 거기서 공통점들을 도출해내고 절대적인 기준을 세울수 있으리라 믿었다. 귀납법을 통해 절대적인 기준이 확립되기만 하면 인간 생활에 유용한 지식들이 무한히 생겨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그는, 경험론자들의 자세와 기존철학자들의 생각하는 힘을 적절히 가져다 귀납법적 지식체계를 세우는데 사용할수만 있다면 그야말로 최고의 방법이 도출될 것임을 확신하였다. 지나치게 적은 경험만으로 '우연히' 얻은 지식만을 기대하는 경험론자들에게선 우연을 배제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경험적 사실을 끌어모아야 한다고 보았고, 지나치게 생각만 하는 철학자들에게서는 그들의 생각하는 능력을 통해 많은 경험적 사실들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 관찰력과 사색력을 필요로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런 아무리 훌륭하고 많은 경험이 있고, 관찰력과 사색력이 있더라도 절대적 진리를 얻을수 없다. 절대불변의 진리를 도출하려면 유리창처럼 맑게 볼 수 있는 사고력이 필요하다. 인간은 편견에 지배되는 우매한 종족이기 때문에 객관적 사실을 파악할 수 있으려면 각자가 가지고 있는 편견을 버려야 했다. 베이컨은 여기서 그 유명한 4대 우상을 설파한다. 종족의 우상, 동굴의 우상, 시장의 우상, 극장의 우상이 바로 인간이 가지고 있지만 반드시 타파해야할 지독한 편견인 것이다.

 

4대 우상은 너무나 유명해서 설명할 필요는 없지만,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이러하다. 종족의 우상은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중심적으로 세계를 보는 편견을, 동굴의 우상은 인간이기 전에 한 개인이기 때문에 개인적 경험에서 나올수밖에 없는 편견을, 시장의 우상은 인간이 언어를 가지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이 아니더라도 여론이 만들어내는 언어에 의해 휘둘릴수밖에 없는 편견을, 극장의 우상은 지금까지 만들어진 철학적 체계의 권위때문에 그것이 무조건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데에서 기인하는 편견을 말한다.

 

즉 인간이 편견을 없애려면, 지나치게 인간 중심적인 안목이나 자기 경험에 기안한 개인중심적 안목을 버릴줄 알아야 하고, 여론에 휘둘리지 않는 중립적 자세를 견지할 수 있어야 하며, 기존의 권위적인 것을 무조건 옳다고 보는 무지적 경외감을 느끼면 안된다는 것. 이것이 4대 우상을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자세다. 베이컨은 이런 자세와 함께 수없이 많은 경험적 사실을 통해 절대적인 기준을 확립할 수 있는 귀납법을 사용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절대적이면서도 획기적인, 실생활에 유용한 지식세계가 열릴 것이라고 믿었다.

 

신기관은 총 2권으로 되어 있는데(이 책은 하나로 묶여 있다) 1권에서는 이런 베이컨의 기본 사상을 서술하고 있고, 2권에서는 '열'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실질적으로 귀납법을 이용하여 절대적 기준을 도출하는 방법을 말한다. 하지만 그 역시도 결국은 완벽하지 않다. 실제로 그의 책에서는 모순적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은, 베이컨 자신 역시 지나치게 경험적인 사실을 지나치게 의지하고 결론을 도출하려 했다는 점이다. 그의 모범적이고 이상적인 이론에 따르려면 그는 분명 경험적 사실만을 지나치게 의지해서도 안되었다.

 

하지만 귀납법의 제창과 실제적 이용법, 그 중요성을 생각했다는 점만 보아도 그는 분명 훌륭한 철학자였고, 모든 생각이 실생활에 유용한 방법으로 발전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훌륭한 실학자였다. 무엇보다 16세기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신과 권위적 지식에 절대적으로 휘둘리고 있었던 그 시기에 편견을 절대악으로 판단하고 그것을 없애기 위해 체계적 이론까지 세워 서술한 그를 보면 그가 얼마나 실질적인 사고를 하기 위해 고심하고 노력했는지를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