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문학*문사철300

자유인 조르바, 그리스인 조르바

gowooni1 2009. 8. 13. 19:24

 

 

 

 

 

그리스인 조르바

저자 니코스 카잔차키스  역자 이윤기  
출판사 열린책들   발간일 2008.03.30
책소개 그리스의 대문호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현대 그리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장...

서구 역사상 최초의 서사시 일리아드와 오딧세이를 지은 호메로스가 태어난 땅 그리스에서 19세기 말 다시 한 번 그리스 문학을 대표할 자가 태어났으니 그가 바로 니코스 카잔차키스다. 그가 만약 그리스인이 아니라 러시아인이나 스페인인이었다면 노벨문학상에 노미네이트만으로 그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한다. 그리고 그런 카잔차키스를 일약에 세계 문호의 반열에 오르게 한 책이 '그리스인 조르바'다.

 

인도의 힌두교도들은 정신적 스승을 구루라고 하는데 카잔차키스가 자신의 구루를 조르바로 서슴지 않고 꼽았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자신이 지은 책의 등장인물을 구루로 모신다는 것이 얼핏 보면 자만스러울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그리스인 조르바'의 조르바는 저자의 일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친구이자 스승이자 동업자였던 실존인물이기 때문이다.

 

평생 책만 파던 서른 다섯살의 젊은 지식인인 주인공은 자신을 책벌레로 놀리던 친구의 말에 충격을 받고 실제로 생에 한 번 부딪혀보자고 결심한다. 그리하여 크레타 섬에 있는 탄광을 빌려 갈탄을 캐는 사업을 하기 위해 배를 타던 중 예순 다섯살의 늙은 젊은이 조르바를 만나게 된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이 세상을 떠도는 조르바는 주인공에게 자신을 크레타섬에 데려가 달라고 반강제적인 부탁을 하게 되고 그런 그에게 매력을 느낀 주인공은 흔쾌히 승낙한다. 그리하여 이 세상을 떠돌며 안해본 일이 없는 조르바는 이번에는 갈탄광의 실제적 경영을 책임지며 주인공의 크레타섬 생활의 동반자가 된다.

 

조르바를 늙은 젊은이로 표현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는 공식적으로 한번 비공식적으로 수천번 결혼을 한 난봉꾼이자 떠돌이며 바람둥이지만 누구보다 여자를 사랑할 줄 아는 남자다. 여자를 혼자 자게 내버려두는 것만큼 천벌받을 일은 없다고 생각하는 그에게 이 세상의 도덕적 윤리적 잣대가 적용될 리 만무하다. 이 세상 모든 과부에게 자신의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조르바는 자신의 정신을 능가하지 못하는 신체적 나이 때문에 괴로워한다. 책만 읽으며 세상을 실제적으로 살지 않는 주인공에게 비난을 퍼부으면서 같은 동네의 아름다운 과부를 가서 위로해주라고 강요하지만 사실 조르바는 주인공을 매우 좋아한다.

 

두 사람의 흥미로운 동업자 관계는 주인공의 갈탄사업이 망하면서, 그리고 거의 동시에 조르바의 늙은 애인 오르탕스가 죽으면서 막을 내리게 된다. 주인공은 친구로부터 사망전보를 받으며 세상을 여행하기로 결심을 하고 조르바 역시 본래의 떠돌이 생활을 하게 된다. 헤어지기 전 마지막 밤 둘은 앞으로 더 이상 만나지 못하게 될 것임을 직감하고 슬퍼하지만 둘의 정신적인 관계까지 영원히 끝나는 것은 아니다. 조르바는 죽을 때까지 주인공을 생각하고 걱정하며 주인공은 이 실존인물을 한권의 책으로 엮어낸다. 그리하여 우리는 백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그 위대한 자유인 조르바를 기억할 수 있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