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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인 삶과 물질적인 삶에 대하여:달과 6펜스-서머싯 몸

gowooni1 2009. 7. 22. 21:16

 

 

 

달과 6펜스(세계문학전집 38)

저자 서머싯 몸  역자 송무  원저자 Maugham, W. Somerset  
출판사 민음사   발간일 2000.06.20
책소개 프랑스의 후기 인상파 화가 폴 고갱을 모델로 한 중년의 사내(스트릭랙드)가 달빛 세계의 마력에 끌려...

 

서머싯 몸은 어릴적 일찍 부모를 여의고 어렵게 공부를 했다. 열심히 공부하여 따기 힘들다는 의사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문학에 대한 꿈을 도저히 버릴수가 없었나보다. 작가로서의 재능을 조금이라도 인정받았을 때는 지금까지 이루어왔던 것들을 버리고 과감히 글쓰는 일로 전향한다. 그는 희곡이나 단편, 장편을 상당히 많이 저술하였는데 이유는 여행을 할 돈이 많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유럽의 전 지역은 물론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경험과 영감을 얻었고 또 거주지를 자주 바꾸며 글을 썼기 때문에 작가로서의 몸에게 있어 돈은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러던 몸을 장편 작가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하게 해준 소설은 바로 달과 6펜스다.

 

프랑스의 화가 폴 고갱의 인생에서 영감을 얻어 쓴 달과 6펜스의 내용에 대해 잠깐 이야기하자면, 고갱으로 여겨지는 스트릭랜드라는 사람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는 영국에서 잘 나가지는 않아도 그럭저럭 중산층으로서의 먹고살만큼 돈을 버는 주식중개인이었다. 17년간이나 별탈없이 결혼생활도 유지해왔고 아이들도 잘 컸다. 특별히 외도의 문제로 집안의 불화를 일으키는 일도 전혀 없었지만 인간으로서의 매력 즉 입담이나 유머러스한 점이 전혀 없는 무뚝뚝한 사람이기도 했다. 그러던 그가 어느날 돌연 사라진다. 몇 줄 되지 않는 편지를 그의 아내에게 남기고. 편지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자신은 파리에 가서 살 것이며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말이다.

 

그의 아내는 자신의 남편이 단순히 바람이 난 것이라고 여기고 주인공에게 부탁을 한다. 파리까지 가서 자신의 남편을 설득해 데려와 달라는 부탁이었는데 주인공은 남의 부부사에 개입하는 것을 꺼려하면서도 결국은 파리에 가게 된다. 아내를 비롯한 영국의 모든 사람들은 스트릭랜드가 단순히 술집 여자와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간 것으로만 생각할 뿐이다. 그리고 아내도 단순히 바람이 난 것이라면 자신도 그런 것을 용서할 수 있는 아량은 충분히 있으니 모든 것을 무마시켜줄 수도 있다면서 꼭 원래의 가족생활로 돌아가기를 원한다. 그러나 실제로 주인공이 파리에 도착하여 스트릭랜드를 만났을 때 상황은 모든 이들이 상상했던 것과는 다르다. 호화로운 호텔에서 젊고 예쁜 창녀와 함께 즐거움을 누리고 있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그는 최하급의 가장 싼 호텔에서 돈을 아끼며 제대로 먹지도 않는 생활을 하며 음침하게 그림만 그리고 있었다.

 

주인공이 스트릭랜드에게 돌아갈 것을 제안하자 그는 절대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버틴다. 여우같은 아내와 토끼같은 자식들이 보고 싶지 않느냐고 인간적인 감정에 호소해보아도 그는 별 반응이 없다. 하다못해 아내가 일을 하여 생계를 꾸리는 삶을 살아야 하는 건 너무하지 않느냐고 했을 때 그는 이렇게 말한다. '17년간이나 책임져줬으면 됐지!' 그는 더이상 가장으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맡고 싶지 않다고 한다. 이미 40대에 접어든 그는 이제 자신의 시간은 많이 남지 않았으니 진정 자신의 영혼이 만족할만한 일만을 하며 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그 영혼이 만족할 일이란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달과 6펜스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달은 예술가적 영혼을 상징한다. 어찌보면 고결하기도 하여 도저히 다다를수 없을 것만 같은 달은 이 땅의 모든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부여하는 뮤즈이기도 하다. 정신적인 삶을 상징할수도 있다. 스트릭랜드는 과감히 정신적 만족을 위해 사는 사람이므로 달을 쫓는 사람이다. 반대로 6펜스는 물질적 삶을 뜻한다. 6펜스란 영국의 최하 화폐단위인데 하필 최하의 화폐단위를 언급한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결국 물질적인 것을 쫓는 인생이란 6펜스만큼 보잘것 없는, 하찮은 인생일 뿐이라는 것이다. 왜 하필 1펜스도 아니고 6펜스냐고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한 설명을 하자면, 예전 영국은 12진법을 사용하였다고 한다. 그리하여 6펜스가 최소 단위이고 그 다음은 12펜스 이런 식이다. 그러니까 6펜스는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1원의 가치를 말한다.

 

정신적인 가치를 쫓던 스트릭랜드의 삶은 화가였던 고갱의 삶과 비슷하다. 타히티 섬에서 나병에 걸려 죽어가면서도 예술에 대한 혼을 놓지 않았던 그는 사후에야 인정받게 된다. 6펜스를 쫓는 우리들에게 그의 삶은 허무해보인다. 생전에 인정받지 못한 예술가로서의 빈곤하고 병약한 삶이 대체 무슨 가치가 있는 거냐고 자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건 달을 지향하는 스트릭랜드에겐 별로 상관없는 일이다. 이미 오래전에 6펜스를 버린 그가 사람들의 인정을 얻기 위해, 그러니까 부와 명성을 얻기 위해 그런 삶을 산 것은 아니다. 그는 오로지 자신의 영혼을 만족시킬수 있는 삶을 지향했고 자신이 원하는대로 살다 죽었을 뿐이다.

 

정신적인 삶을 살았던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작가나, 또는 그 이야기를 읽으면서 과감히 세속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정신적 삶을 살았던 사람들을 동경하는 독자들이나 모두 6펜스를 지향하는 평범한 속물들이다. 그러나 자신이 과감히 달을 지향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괜히 자책하고 반성하기보다는 그런 고결한 정신을 존중할 줄 아는 정신은 지녔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는 달을 지향하는 고매한 성품을 지녔다고 생각해도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