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문학*문사철300

달의 바다

gowooni1 2009. 6. 28. 14:51

 

 

 

달의 바다

저자 정한아  
출판사 문학동네   발간일 2007.07.31
책소개 2007년 제12회 문학동네작가상 당선작 취업준비생인 '나'의 이야기와 우주비행사 고모가 보내온 ...

꿈꾸던 것에 가까이 다가갔을 때의 지극한 실망스러움. 그것은 무척이나 허무하며 한동안의 정신적 공황상태를 야기시킬지도 모른다. 하지만 꿈을 꾸고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자들은 통과의례적으로 거쳐야 하는 감정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꿈에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는 사람도 실망하기는 마찬가지겠다. 그렇다면 꿈을 실현하든 안하든 지극한 실망스러움은 같이 맛볼터인데 굳이 꿈을 가져야 하나? 죄송합니다. 궤변이다.

 

꿈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가 아니라 생기발랄함이 있나니. 꿈은 그 자체로서 희망이고 삶의 원동력이자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정신적 양식이 되어주는 고마운 것이다. 인간이 동물과 구별되는 점은 몇가지 없지만 그 중 하나를 꼽으라면 아마 꿈을 가지고 그것을 추구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일게다. 꿈이 없는 자의 삶이 인간답지 못하다는 것을 논하려는 것이 아니다. 단지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준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꿈의 가치를 높이 평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달의 바다는 이런 꿈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제목에서부터 인간의 오랜 꿈이었던 달이 튀어나온다. 소설은 첫 문장부터 꿈꾸던 것에 가까이 다가갔을 때의 실망스러움에 대한 문장으로 시작하고 있다. 이 문장은 고모가 그녀의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의 첫 문장이고, 고모는 16년 전에 미국으로 떠나가 전화 한 통 없는 무정한 딸이다. 하지만 여기엔 할머니만 아는 비밀이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 편지에서 고모는 미항공우주공화국의 우주인이며 달의 뒷면에 비밀 기지를 세우는 특급비밀프로젝트의 일원이었던 것이다.

 

고모의 편지는 낙을 잃고 살아가는 할머니에게 희망이 되었다. 하지만 그 사실은 특급비밀이라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되었다. 취업 오수생인 주인공은 집에서 천덕꾸러기이자 불량채권이 된지 오래지만 꿈을 소중히 여겨주는 할머니를 든든한 스폰서로 두고 있었다. 그리하여 할머니는 자신이 지원하는 주인공에게만 특별히 이 비밀을 털어 놓는다. 그동안 미국에서 온 편지를 보여주며, 모아둔 돈을 손녀딸에게 건네고 한가지 부탁을 한다. 자기 대신 미국으로 가서 자신의 딸을 만나보고 와달라는 부탁이다. 그리하여 취업오수생 주인공의 난생 처음 외국 여행이 시작된다.

 

소설의 주제는 아마 첫문장에 거의 다 담겨있는 것처럼 보인다. 꿈꾸던 것에 가까이 다가갔을 때의 실망감. 고모는 주인공과 할머니의 꿈이었다. 하지만 그 꿈에 다가갔을 때 실망스러웠다. 미리 말했듯이, 꿈은 이루어지든 아니든 조금은 실망스러운 법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미국 여행에서 세상에 실망하고 자신에게도 실망하지만 결국 실망을 극복하고 현실로 돌아온다. 현실에 복귀한 주인공이 앞으로도 세상에 실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극복할 수 있는 내성은 생겼다.

 

달의 움푹 패인 부분에는 물이 없지만 바다라고 부른다. 달의 바다는 우리 인류가 달을 정복하기 전까지 꿈꾸었던 희망이었다. 닐 암스트롱이 꿈을 실현시켰을 때는 실망스럽기 그지 없었지만 여전히 달은 우리에게 희망과 꿈과 낭만을 가져다주는 존재이다. 항상 지구에게 같은 면만 비추는 달의 뒷편에는 정말 비밀 기지가 세워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누군가에게 삶을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이 되어준다면 그 환상 자체도 의미가 있다. 달은 달이어서 아름답고 꿈은 꿈이기에 소중하고 희망은 희망일 뿐이기 때문에 삶에 활력이 된다. 그래서 달의 바다가 따뜻한 이야기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