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중독-Reading/문학*문사철300

초능력 소년 큐의 파란만장한 스토리

gowooni1 2009. 6. 19. 18:42

 

 

 

우안: 큐 이야기. 1-2

저자 츠지 히토나리  역자 양억관  
출판사 소담출판사   발간일 2009.05.10
책소개 인생과 인생 사이에는 강이 흐른다...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 다시 사랑을 이야기하다! ...

 

스토리에 미끄러지듯 빨려 들어가 순식간에 읽게 되는 소설보다는 조금 진도가 더디더라도 밑줄 그으며 건질 것이 있는 소설을 더 좋아한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역시 순식간에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하는 소설 앞에서는 맥을 못춘다. 책을 덮음과 동시에 아 재미있었어 라고 느끼지 않고 어쩜 이리 매끄러운 구성을 했을까 하는 작가의 재능에 감탄한다. 그런 이유로 영,프 소설을 더 작품성 있다고 생각하고 좋아한다고 확언을 하는 데에도 정작 읽은 소설은 일본 소설이 훨씬 많아진다. 여기서 소장 가치의 여부는 별개의 문제가 된다.

 

그런 점에서 츠지 히토나리의 우안:큐 이야기는 하나의 미끄럼틀 같은 소설이다. 이 미끄럼틀의 저항력을 줄여준 윤활유는 당연히 이미 읽어 두었던 좌안:마리 이야기가 되겠다. 서로 같은 시대, 같은 장소에서 태어나 전혀 다른 인생을 사는 마리와 큐는 한줄기 물이 강으로 흐르고 바다로 나가 대서양과 태평양에서 노니는 것 같다. 처음 나는 좌안과 우안이라는 제목에서 물고기를 연상했다. 하나의 몸에 붙어있는 두개의 눈은 전혀 다른 쪽에 붙어있어 좌안으로는 왼쪽만 보고 우안으로는 오른쪽만 보는 인생, 그러니까 공통의 영혼을 가진 소울 메이트인 큐와 마리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전혀 다른 인생을 산다라는 정도로 해석햇다는 뜻이다. 한자를 자세히 보니 안은 눈 안眼자가 아니라 언덕 안岸이었다. 파리는 세느강을 중심으로 강 아래쪽은 좌안, 위쪽은 우안이라고 칭하는데 이곳의 지역을 따라 붙인 명칭이었다. 하지만 나의 해석도 제법 그럴싸하게 느껴진다고 생각해서 홀로 흡족했다.

 

미리 언급했듯 밑줄 칠만한 구절이 없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특징이니 간략하게 스토리나 말해보자면, 초능력자로 태어난 소후에 큐라는 주인공이 그 능력을 가지고 50여년의 인생을 살아가면서 세상 고초에 시달리는 이야기다. 좌안에서 마리는 비교적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데 반해 우안의 큐는 파란만장한 삶을 산다. 야쿠자 두목인 아버지와 정부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유전적으로 엄청나게 큰 성기를 가지고 태어나는 큐는 더불어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유령도 보고, 유리겔러처럼 숟가락도 구부리고, 손을 대지 않은 채 물건을 들어올릴 수도 있다. 초능력은 주인공을 세간의 이목에 집중하도록 이끈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크기의 성기는 그를 세상의 여행을 하도록 이끈다. 어릴적부터 남몰래 짝사랑 하던 마리와 관계를 갖게 되었을 때 그것의 크기는 그들의 관계를 불가능하게 만들었고 아직 혈기왕성한 큐는 그 일로 좌절한 채 일본을 떠나 대륙을 여행하게 된다.

 

대륙을 흘러 흘러 파리로 들어간 큐는 그곳에서 네네라는 혼혈 여성을 만나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살지만 교통사고로 네네는 죽고, 아이는 행방불명 된다. 그리고 그일로 큐도 거리를 배회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기억을 상실하고 일본으로 돌아온다. 몇 년간 건물의 옥상에 숲을 만들며 기거한 큐는 조금씩 기억을 되찾고 다시 세상을 떠돌며 자신이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위해 삶을 살다가 육체의 노화와 동시에 초능력을 잃게 된다. 다행히 큐의 제자가 그 능력을 이어받아 큐의 서커스단을 이끌고 큐는 자신의 집이 있는 후쿠오카로 돌아온다. 그 사이 파리에 유학 다녀온 마리의 딸 사키가 연인 아미를 데려오는데, 그 아미가 바로 큐의 잃어버린 아들이었다.

 

큐는 다시 어릴적처럼 하카타의 자신의 집에 홀로 머물며 삶의 기록을 남기기 위한 묵시록을 쓰고, 옆집의 마리와 소꼽친구 시절처럼 지낸다. 이제 겨우 쉰살이 넘은 큐이지만 파란만장한 인생이었던 만큼 머리는 백발이고 몸은 병투성이라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음을 직감적으로 안다. 자신의 처지와 마찬가지로 가족을 전부 떠나보내고 이웃집에 혼자 사는 마리에게 소꼽친구나 연인의 감정을 넘어 두껍게 연결된 두 사람의 사이를 인식하고 여생을 마리와 이대로 즐겁게 살게 되길 바란다. 아니, 예감한다. 두 사람은 각자의 50년이라는 인생을 살며 돌고 돌아 이제야 겨우 같은 곳에 머물며 우정을 나눌 수 있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