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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gowooni1 2009. 5. 22. 20:57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저자 김동영  
출판사 달   발간일 2007.09.18
책소개 서른 살이 될 혹은 서른 살이 넘은 당신을 위한 미국에서의 일기! 대중음악가 김동영의 230일간의...

 

여행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것은 관광과 다르다. 지겨울 때도 많고 힘들 때는 더 많다. 따뜻한 집 놔두고 내가 왜 이 고생이지, 하는 생각은 수시로 찾아들어 심신이 지친 여행자의 피로를 더해 주기도 한다.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신종 인플루엔자나 다름없다. 이 모든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하는 이유는 그것이 인생을 닮았기 때문이다. 매력적이며, 여행을 하는 길은 나의 길을 걷는 기분이다. 혼자 있는 법을 알게 되고, 언제 누구와 있어도 인간은 외로운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되며, 그렇기 때문에 외로움과 고독이야말로 가장 즐길만한 가치가 있음을 비로소 알게 된다.

 

인간은 혼자만의 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법을 잊음으로서 불행해졌다던가 하는 뉘앙스의, 파스칼의 말이 있다. 혼자 시간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은 절대 여행을 하지 못한다. '나는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을 이해 할 수 없어, 도대체 혼자 여행을 하면 무슨 재미가 있는데? 그리고 왜 혼자 시간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은 여행을 못한다는 거야? 나는 충분히 친구들과 즐겁고 재미있는 여행을 할 수 있단 말이야!' 라고 반문하는 사람. 손 들어 가슴에 대고 잘 생각해보라. 그것이 정말 여행이었는가 아니면 관광이었는가? 여기서 관광과 여행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은 결코 없기를 바란다.

 

미리 말했지만 여행은 고생이다. 그러나 우리는 항상 여행을 꿈꾼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많은 것을 기대하면 안 된다. 그러면 여행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곧 실망하고 마니까. 그래도 우리는 항상 여행을 떠나기 직전에 실컷 기대를 한다. 여행 전에 한껏 고양된 두근거림과 설렘이야말로 여행의 모든 일정 중에서 가장 이상적인 감정일지도 모른다. 분명 시작 전의 기대감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그토록 여행을 원하고 때때로 계획을 세우고 훌쩍 떠나기까지 하는 건가 보다.

 

여행 시작 전의 두근거림에 한 몫을 하는 것은 미리 여행을 해본 사람들이 써낸 책을 보는 것이다. 자신들의 온갖 경험과 고생담, 깨달음을 총집합하여 하나의 결정으로 만들어낸 그 여행기들은 아직 떠나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그런 책들을 보면서 간접적으로 여행을 하고 때로는 감동을 받아 직접 여행을 계획하여 떠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이미 다 해봤기 때문에 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여 안하는 일이 이 세상에 수두룩하지만 여행만은 예외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여행을 해봤다고 해서, 그 이야기를 듣는다고 해서 그 경험이 내것이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여행은 해본 사람만이 아는 그 특별한 뭔가가 있다.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거야]는 일상을 버리고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에 부채질을 해주기에 매우 충분한 책이다. 다니던 회사에서 짤리고 서른이 되던 해에 미국을 횡단하겠다는 계획으로 그저 훌쩍 떠나버린 저자의 맹목적 돌진력 앞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그렇게 훌쩍 떠나 여행을 하기에 그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법을 충분히 몰랐던 모양이다. 지나치게 외로워했고, 많이 울었고, 두려워했던 그의 흔적이 책 여기저기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아니 이렇게 나약해 빠지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지도 못하며, 사회적 위치에 여전히 매달리고 있는 사람이 무슨 배짱으로 여행을 떠난거람'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러나 그는 사회적 위치를 버리고 여행을 떠난 자가 아니라, 사회적 위치를 박탈당하고 도망가다시피 떠난 사람이므로 이해해주기로 했다. 사회적 위치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아웃사이더라는 위치에서는 충분히 느낄수 있는 소외감이나 고립은 충분히 조바심을 자아내는 법이니 말이다.

 

아직 자아가 강한 그의 문장은 충분히 서른살 답고, 아직 상처에서 아물지 못한 감정들이 그 나이답게 나타나서 좋다. 그 나이대에만 생각할 수 있는 삶에 대한 고뇌와 치열함은 분명 그때만 느낄수 있는 삶의 감정이므로 아름답기까지 하다. 자신의 나약함까지 감싸안고 사랑할수 있은 관대함은 시간이 지날수록 내면의 강함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그가 미국 문화에 동경을 가지고 훌쩍 신대륙으로 떠났으니 나도 내 목표를 하나 세웠다. 나는 저자와는 달리 구대륙에 오랜 동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므로, 언젠가 저자처럼(혼다 어코드는 아니더라도) 중고차를 한대 구입하여 구대륙 행진을 해봐야겠다는 야무진 계획. 아, 구대륙은 유레일이 잘 발달되어 있어서 어쩌면 그럴 필요까지는 없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