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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영혼, 간디의 평생에 걸친 진리 실험 이야기

gowooni1 2009. 5. 9. 21:54

 

 

 

간디 자서전

저자 간디  역자 함석헌  원저자 Gandhi, Mahatma Karamchand  
출판사 한길사   발간일 2002.03.15
책소개 인도 독립을 위해 헌신한 간디의 자서전. '간디는 현대 역사에 있어서 하나의 조명탄입니다. 캄캄한 ...

 

역사에 있어 옳고 그름을 논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안중근에게 살해당한 이토 히로부미만 보아도, 우리 민족에게는 '처단'이었지만 일본인들에게는 '암살'이나 '순국'이었다. 그러나 어느 한 쪽이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결코 위인으로 인정될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이를 더 확실히 구분짓게 하는 요소가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시간'이라는 것인데, 이전에는 높게 평가되지 않은 사람이라도 많은 시간이 흐른 후 후대에게 업적을 높이 평가받는 사람이 있다. 보편성과 시간이야말로 위인을 검증하는 가장 명백한 요소들이다.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였던 만큼, 당시 영국인들은 간디를 몽상가나 위선자로 여겼다. 간디는 분명 아힘사(비폭력, 원 뜻은 불살생)의 힘으로 평화적인 운동을 전개하였다. 영국과의 우애를 말하면서도 인도의 자치를 갈망했으니 영국인들이 그를 위선자로 여긴 것은 이해간다. 하지만 그의 위대한 정신 '사티아그라하'(진실에의 헌신)로 그런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기 위한 부단한 노력은 간디의 위대한 정신을 더욱 높여주었다. '반쯤 벌거벗은 몸의 중놈'이라고 간디를 폄하하였던 처칠도, 간디가 광신적 힌두교도에게 암살 당했을 때 부의를 보냈다는 것은 결국 간디의 위대한 영혼을 그 역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걸 의미한다.

 

모한다스 카람찬드 간디(1869~1948)

 

간디에 대한 책을 가장 먼저 읽은 것은 아주 오래전, 대학교 초년시절 '마음을 다스리는 간디의 건강철학'이었다. 이 역시 간디가 직접 쓴 책으로 그의 철학이 고스란히 비춰지는데, 건강철학이라는 제목이니만큼 음식과 건강에 대한 관계를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적고 있었다. 간디는 철저한 금욕적 생활을 한 것으로도 유명한데 실제로 이 책만 봐도 그가 얼마나 자신의 생활에 있어 음식조절을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잘 알 수 있다. 나는 어린 마음에 이 책을 읽고 감명을 깊게 받아서 간디처럼 단식과 채식만 해보려고 한동한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간디 자서전의 부제는 '나의 진리실험 이야기'다. 서론에서 그는 자서전이라는 것이 서양식 유물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이를 시도하는 것은 자서전이라는 개념보다는 평생 자신이 살아오면서 스스로의 인생에 적용하여 실험한 각종 진리와 그 깨달음에 대해 적어보는 데 의미가 있으므로 자서전이라는 형식을 빌어 쓰는 이 저작 역시 그의 수많은 실험 중 하나라고 말한다. 그에게 있어 그가 하는 모든 일은 하나의 의미있는 실험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여기에서도 역시 간디 한평생의 화두였던 금욕이 절반은 차지한다. 음식에 대한 금욕에서 아내에 대한 금욕, 재물에 대한 금욕까지 전 생활에서의 절제는 간디의 정신을 보다 숭고한 것에 집중하도록 만드는데 효과적이었다.

 

그의 인생에 관한 대략적 바이오그라피라면 인터넷을 통해서도 금방 조사해 볼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자서전을 읽는다는 것에는 그런 공적인 활동이나 개인적 활동을 읽는다는 것보다 더 큰 차원의 목적이 있다. 그의 자서전이 아니라면 절대 알 수 없는 것, 그가 그런 행동을 하기까지 그의 내부에서 어떤 움직임과 깨달음의 변화가 있었으며 그가 어떤 가치를 가장 중요시 여겼는지를 아는 것이 바로 그 목적이다. 일반 대중들에게 주간적으로 보여주었던 글이니만큼 자서전의 문체는 어렵거나 길지 않다. 약간의 문제가 있다면 영국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의 20세기 초반 정치적 상황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 정도이지만, 간디의 큰 정신을 이해하는데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간디는 영국에서 변호사 자격을 얻고 돌아와 남아공이나 인도에서 변호사로 활동을 할 때에도 결코 돈을 위해 일하지 않았다. 과다한 수수료는 절대 받지 않았으며 자신이 번 수입은 공적자금으로 사용했다. 그가 자신이 돈을 위해 일한다는 느낌이 들 경우에는 당장 거처를 옮길 정도였고, 사례를 받는 경우가 있어도 결국 그것을 사적으로 사용한 적이 없었다. 그에게 있어 철저한 신념은 공적 활동을 하는데 있어 과한 돈은 절대적으로 필요 없다는 것이었으니 종교적으로 도덕성이 우월한 집안에서 태어난 소심한 간디의 깨끗한 천성이라고 생각할수밖에 없다.

 

마하트마(위대한 영혼) 간디

 

간디의 깨끗한 천성이라면 그거야말로 하늘에서 내린 것이니 어쩔수 없지만 만약 그런 간디를 만든 것이 도덕적으로 고결했던 집안 분위기도 한몫을 했다면 이야말로 안타까워할 부분이다. 대체 우리나라 정치인들 중에는 도덕성 높은 집안에서 자란 사람이 그리 부족하단 말인가. 기독교는 각종 정치인들에게 악용되어, '하나님은 가난하게 살라고 말씀하신 적이 없다'는 궤변으로 자신들의 터무니없는 부富를 정당화 시키는데 여념이 없다. 진실로 신실한 마음에서 종교를 믿는 건지, 정치적 표를 하나라도 더 얻기 위해 장로 노릇을 하는 건지 구분이 안되는 경우가 너무도 많으니 국민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경건하고 전통있는 국교가 있는 나라들이 부러울 때도 많다.

 

이야기가 새나갔다. 어쨌든 간디는 민중을 위해 그 한 평생을 바쳤지만 그의 위대성을 더욱 증명하는 것이 더 있다. 그의 행동은 언제나 보다 더 큰 목적을 위한 것이었다. 변호사를 한 것도 공적인 활동을 위해서였고, 공적인 활동을 한 것도 관직이나 출세가 목적이 아닌 민중을 위한 것이었다. 남아공에서 부당하게 대우받는 유색인종이나, 인도내에서도 가축취급을 당했던 불가촉천민의 보다 나은 생활 향상을 위해 애썼다. 감투가 짐이 된다면 과감히 그것을 내려놓고 맨몸으로 민중운동을 벌였다. 그러나 이 모든 활동의 궁극적인 이유는 바로 '진리'였다. 간디는 한평생 진리를 추구했다. 진리를 추구하는 자는 티끌보다도 더 겸손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무소유(아파리그라하)의 정신을 고집하여 살아갔다.

 

간디의 위대한 정신을 알기 위해서는 그가 남겨놓은 많은 저작중 하나만 읽어보아도 충분히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저서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놀랍도록 일관성이 있으며, 이를 통해 그가 일생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살아갔음을, 언제나 진리를 추구했음을 알 수 있다. 나이에 따라 그의 생활상의 모습은 조금씩 바뀌었지만 간디의 정신은 언제나 자신의 몸을 신이 머무는 집이라 생각하여 단식과 절제를 통해 깨끗이 비워두고자 하였고 모든 종교를 공부하여 종교적 배타심의 소용없음을 일찍이 깨달았으며 진정한 종교란 결국 자기 자신을 실현하고 진리를 깨달음에 있음을 알아 끊임없이 그것을 위해 노력했던 삶을 살았다. 평생을 통해 위대한 정신을 추구하였던 간디의 삶을 보면, 누구나 '진정한 삶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되묻는 시간을 갖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