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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내 개인의 프로페셔널 조건 - 피터 드러커

gowooni1 2009. 5. 15. 22:46

 

 

 

프로페셔널의 조건

저자 피터 드러커  역자 이재규  원저자 Drucker, Peter F.  
출판사 청림출판   발간일 2001.01.30
책소개 1960년 대 말 지식 사회의 도래를 예견하고, 지식 사회에서는 지식만이 사회적 지위를 얻고 경제적...

 

피터 드러커의 '프로페셔널의 조건'은 너무나 유명해서 오히려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책이다. 그 이유는 둘 중 하나다. 고전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책들처럼 이해가 가지 않을까봐, 아니면 유명세에 비해 내용이 뻔해서 실망할까봐. 21세기를 살아가고, 1인 기업이라는 개념이 확실히 서 있으며, 평생 직장이라는 의미가 퇴색되어 가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이 제목에서 '이해가 가지 않을까봐'라는 두려움은 들지 않을 거다.

 

솔직히 말해서, 진리란 진부한 법이라는 말로도 위로되지 않을 만큼 평범하기 그지 없는 내용들이라 실망감이 클 수도 있다. 그 전에 이 저자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으면서 피터 드러커라는 명성에 기대감만 한없이 부풀은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그런 기대감을 버리고 차분히 읽어 나가다 보면 분명 건지고 싶은 말을 충분히 발견할 수 있다.

 

1909년에 태어나 2005년으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끊임없이 저술활동을 했던 멋진 사람,

피터 드러커

 

조금 길고 지루하다 싶은 서두는 21세기의 전 세계 지식 근로자의 상황과 사회적 구조를 설명하면서 시작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지식 근로자가 판을 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언제나 95% 이상의 인구가 육체 노동에 종사하였고 나머지 극소수만이 공부를 하여 지식으로 밥벌이를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선진국만 보아도 40% 이상이 지식 근로자이니 이처럼 머리 싸움이 치열했던 적도 없다. 그리고 그럴수록 지식 근로자는 자신만의 강점을 발견하여 잘 살려야 한다.

 

지식 근로자가 그들이 몸을 담고 있는 조직보다 더 오래 존속할 것이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새롭지 않고 위기의식을 주기에도 한계가 있다. 오늘 하루만 해도 수많은 기업이 생성되었고 또 도산되었(을 것이)다. 아무리 튼튼한 기업이라 하더라도 100년을 넘은 기업은 전세계에서 손가락으로 꼽을수 있을만큼 적고 절대로 도산되지 않을거라 믿었던 기업들이 경제 위기로 쓰러졌다. 기업의 평균 수명이 30년이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될 위기에 놓였다. 그리고 기업의 평균수명보다 겉잡아 2배는 더 오래 살아가는 현대 지식근로자들은 조직 내에서 각자 프로페셔널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드러커의 말이다.

 

[프로페셔널의 조건]이 다른 자기계발서와 다른 점은 바로 '조직 내에서' 개성을 극대화 시키기 위한 방법을 말하고 있다는 점일 거다. 그러나 이 말이 조직의 비전을 자기의 비전과 일체화 시켜야 한다거나 하는 뜻은 결코 아니다. GE맨, 삼성맨 같은 말은 조직과 자신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일치시키는 말이다. 내가 무엇을 하느냐보다 내가 어디서 일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드러커의 요지는, 이런식의 말을 사용하기 보다 내가 무엇을 하는지를 나타내는 말을 사용할 수 있도록 자신의 전문성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거다. 누가 어떤 일을 하냐고 물어보면, 'OO에 다녀요'가 아니라 OO일을 합니다. 예를 들면 LG에 다녀요 ->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조직을 덜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어디까지나 조직 내의 개인이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설명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제 막 사회에 나온 초년생이 자신의 강점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몇 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말한다. 그 시간에 좌절하지 말고 끊임없이 자신을 연구하여,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 내가 사람들과 어울려서 일할때 강한지 아니면 혼자 일할때 강한지, 어떤 식으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지, 자신이 어떤 종류의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를 파악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차피 사람이란 한계가 있고 모든 일을 잘 할 수는 없으므로 진정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만 한다면 그것을 개발하여 누구나 프로페셔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시간이야말로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보편적인 자원이다. 저축할수도 없고 돈으로 살수도 없으므로 가장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자원인데, 조직 내 속한 지식 근로자들이 가장 쉽게 허투루 날려 버릴수 있는 자원이기도 한 것이다. 실제로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는 지식이나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지식 근로자들은 시간을 빼앗기는 외부적 요인에 가장 많이 노출되므로 일에 우선순위를 정하고 시간을 뺏기지 않도록 융통성 있게 생활을 영위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 근로자들의 늘어난 수명을 보장하는 조직이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음을 언제나 잊지 말고 인생의 후반부를 준비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조직 내에 속할 때에는 조직을 이용하여(물론 공헌도 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높일 줄 알아야 하고, 인생의 후반부를 맞이해서 자신의 경쟁력을 활용하는 인생 로드맵을 짜야함을 설파하며,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는가'라는 질문에 당당하게 대답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글을 매듭짓는다.

 

그리고 더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그건 종래의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건데, 이 전의 경영주가 자신의 육체 노동자를 명백히 '부려먹는 사람'으로 취급했다면 현재의 경영인은 지식 근로자를 동등한 위치의 사람으로 인정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당연하지 않을까. 조직이 개인의 정년을 보장해주지 않는 사회라면 자신과 임시적으로 함께 동반해 주는 개인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혹은 동업자의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 그래야 유능한 사람을 많이 모을 수 있고 결과적으로 조직이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게 될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