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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군주들의 처세서 - 군주론 : 마키아벨리

gowooni1 2009. 4. 21. 16:18

 

 

 

군주론

저자 니콜로 마키아벨리  역자 권기돈  
출판사 웅진씽크빅   발간일 2008.09.26
책소개 유럽의 정치 교사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신랄하고 냉철한 정치론! 『군주론』. 군주론은 출간 당시 온...

 

 

우리는 고전을 읽어야 하지만 고전을 이미 알고 있다. 이 말은, 고전이 나왔을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켰든 내용이라도 몇 백년의 시절을 겪어 오면서 후대는 그 내용을 아주 당연하게 알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실제로 우리는 민주주의가 뭔지, 자유가 뭔지, 국가의 역할은 뭔지 등은 굳이 고전을 읽지 않아도 아주 잘 알고 있다.우리가 상식처럼 여기는 다윈의 진화론도 그것이 막 나왔을 때 동시대 사람들에게 많은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렇다고 해서 고전을 읽지 않아도 된다는 건 아니다. 고전은 시대를 초월하고 읽는 사람들에게 남기는 메시지가 분명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에서 현대를 살아갈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역시 출간 당시, 유럽인들에게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모든 사람들이 쉬쉬하고 묵인하던 진리를 그는 솔직하게 인정하고 드러내었다. 군주라는 지위가 결코 인격자가 앉아야 할 자리도 아니지만 인간이 덜 된 자가 앉기에도 안되는 자리임은 모든 사람들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군주는 모순된 인격을 지닌 자가 앉아야 하는 자리다. 후덕해야 하나 인색해야 하고, 너그러워야 하나 냉정해야 한다. 측근들에게 잘 보여야 하지만 군중들에게도 잘 보여야 한다. 잘 보여야 하지만 그 목적은 단지 미움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최소한의 방어자세에서 기인한다.

 

좀 이해하기 쉽게 늘여보면 다음과 같다. 군주는 모든 것을 다 퍼줄 것 같은 인상으로 많은 사람들의 호감을 사야하지만 결코 모든것을 다 퍼주면 안된다. 그러다가는 모든 것을 잃는다. 자신의 재산으로 모든 것을 정말 퍼주다가는 가산을 탕진한다. 그러나 가산을 탕진하고 나면 줄 것이 없어진다. 그러면 더 이상 줄 것이 없는 군주에게 사람들은 더 이상 마음을 주지 않는다. 모든 것을 정말로 다 주었다가는 사람들의 마음도 잃고 가지고 있던 재산도 잃는다. 그러니 군주는 후덕한 척 해야 하지만 정말은 인색해야 한다. 언제까지나 줄 수 있는 것을 자신이 가지고 있어야만 사람들에게 줄 것이 있다.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줄 것이 있는 사람에게만 마음을 주기 때문이다.

 

너그러워야 하지만 냉정해야 한다는 것, 예쁨 받으려고 노력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결국 미움을 받지 않으려는 것 모두 같은 맥락이다. 군주는 총대를 매면 안된다.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반드시 추구해야 할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자신은 정말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것처럼 보이는 일만 맡아야 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군주는 어느 누구에게도 미움을 사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가 성악설을 지지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가 군주론에서 피력한 내용들은 인간이 결코 선하지만은 않은 존재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군주국이 아닌 21세기에 많은 것이 적용되지는 않아도 그가 인간의 습성을 통찰하여 지은 군주론은 인간 개개인의 경우에 적용해 보아도 무리가 없을 것들도 꽤 존재한다. 군주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은 무난한 직장생활을 하기 위해 적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남이 싫어하는 일을 맡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인간은 항상 불완전한 존재이다. 불완전한 존재끼리 모여사는 사회에서 완전한 존재가 지배할 수는 없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는 분명 신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현실이라면 불완전한 사람이 불완전한 사람을 지배하며 이어져 내려온 것이 바로 역사다. 군주론은, 불완전한 사람들을 지배하기 위해서 군주는 과연 어느 정도까지 불완전한 인격체가 되어야 하는가를 적절하게 서술한 책이라 말할 수 있겠다. 500년 전, 이탈리아어로 쓰여진 이 책을 읽다보면 전제왕정 시대에 위대한 업적을 이룬 왕들이 보여주는 공통적인 처세법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전제왕정으로 넘어가기 직전의 시대에 군주들의 처세서로 많이 읽혔을 것이라 추측해도 무리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