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Daily/영화-MOVIE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

gowooni1 2009. 4. 25. 23:23

 스칼렛 요한슨, 페넬로페 크루즈, 하비에르 바르뎀. 이 세명의 초호화 캐스팅과 일반인으로서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사랑의 관계를 그려낸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이 제목만 봐도 그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관계'가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원제는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이다.

비키(레베카 홀)은 스페인 카탈루냐 문화를 연구하는 석사과정의 학생이고, 크리스티나(스칼렛 요한슨)은 팔리지 않는 삼류 영화를 찍는 일종의 예술가적 기질을 가진 여자다. 비키는 석사 논문 조사를 위해, 크리스티나는 영화를 찍고 점점 무너져가는 재능에 대한 회의감을 잠시 잊어버리고 싶어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온다. 

 비키의 친척집에 머물면서 첫날은 스페인의 여러 건축물들을 보러 다닌다.

영화의 초반에 흐르는 음악과 스크린에 담긴 이국적인 스페인의 건축물들을 보고 있자면

영화속 배경이 미치도록 매력적이어서 당장 바르셀로나로 떠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한 전시회에서, 후안 안토니오(하비에르 바르뎀)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전처와 칼부림을 하며 헤어졌다는 후안에게 관심을 보이는 크리스티나. 그녀는 불꽃처럼 튀는 정열만 있으면 어떤 사랑이라도 앞뒤 가리지 않고 빠지는 여자다. 그에 반해 함께 온 비키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안정적인 사랑만 고집하는 여자라서, 위험한 사랑을 하려는 이 친구를 막아보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결국 그녀도 후안의 매력에 빠지고 말긴 하지만.

 우연히 마주친 식당에서 후안은 이 두 여성에게 작업을 거는데, 정열적인 사랑을 하는 예술가답게 파격적인 말로 거침없이 공략한다. 자신은 두 여성 모두에게 매력을 느꼈으며 가능하다면 셋이 함께 사랑을 나눌수도 있다는 것. 당연히 크리스티나는 매력을 느끼고 비키는 그런 그녀를 말린다.

 그러나 말려도 소용없는일. 크리스티나는 그날 밤 곧장 후안과 함께 침대로 든다.

 하지만 갑자기 도진 위염 때문에 그날의 잠자리는 실패.

 크리스티나가 아파서 누워있는 사이에 후안과 비키는 함께 관광을 하고,

예상외로 매너남인 후안에게 지극히 현실주의자인 비키도 넘어가 감당할 수 없는 하룻밤을 보내고 만다.

그러나 하룻밤은 하룻밤. 비키는 약혼자가 있었으니 마음을 다스리느라 며칠을 보내고, 그 사이 크리스티나는 후안과 연인 사이가 되어 후안의 친구들 모임에 자주 나가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무엇보다 후안의 친구들이란 전부 예술가들이니, 예술가적 소양을 키우고 싶어하는 크리스티나에겐 물만난 물고기인 격.

 이렇게 달콤한 데이트도 즐긴다. 그러나 그런 둘만의 행복은 잠시.

후안이 헤어졌다는 전처 마리아(페넬로페 크루즈)가 함께 살고 있던 남자와 헤어지는 바람에

크리스티나와 후안이 지내던 집에 난데없이 끼어들어 산다.

 처음에 마리아는 크리스티나에게 한없이 적대감을 보이지만,

 결국 셋은 기묘한 사이가 되어 같이 지내게 된다. 이렇게 피크닉도 가면서. 여기서 마리아는 예술가적 재능이 없어서 자신감을 상실한 크리스티나에게 '너는 사진에 재능이 있더라'고 말한다.

 내친김에 마리아는 크리스티나에게 사진 찍는 법 등을 알려준다. 함께 바르셀로나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훌륭한 모델은 마리아. 크리스티나도 마리아의 매력에 빠져들어

그녀를 모델로 많은 사진을 찍고 마리아도 기꺼이 훌륭한 모델이 되어준다.

 그렇게 돌아다니던 그녀들은, 크리스티나를 위해 마리아가 특별히 마련해준 암실에서 사랑을 확인하고.

 셋은 이렇게 기묘하게 사이가 좋아져서, 둘이 하는 사랑이 아닌 셋이 하는 사랑의 모습으로 되어 버린다!

 

한편, 비현실적 로맨스를 수습하느라 마음이 흔들린 비키의 낌새를 알아챈 약혼자는 미국에서 건너와 바르셀로나에서 혼인서약을 한다. 비키는 후안 때문에 마음이 흔들리지만 우여곡절 끝에 결국 자신을 위한 사람은 약혼자밖에 없다고 생각하여 현실로 돌아오고, 크리스티나도 후안과 마리아에게 이별을 선언하고 자신을 찾기 위해 여행을 한다. 비키와 크리스티나의 비현실적이었던 두달간의 바르셀로나는, 다시 미국행 비행기를 타 돌아오는 것으로 끝난다.

 

페넬로페 크루즈의 매력은 다시 한 번 인터넷으로 그녀의 프로필을 검색해보게 할 정도다. 그녀 옆에서는 다른 여배우들이 그렇게 매력적으로 비춰지지 않는다는 것.(개인적일 뿐) 젊지도 늙지도 않은 그녀(74년생)에게는 관능미가 넘치고, 정신 이상인 예술가의 아내를 연기한 그 속엔 아슬아슬한 위험의 도발적 매력이 차고 흐른다. 우리나라 영화였다면 쉽게 받아들일수 없는 이상한 관계는 역시 이국적인 배경에서 가볍게 소화된다. 일반적이지 않은 관계를 아무렇지도 않게, 즐겁게 그려내는 우디 앨런의 능력일지도.

 

무엇보다 이 영화의 매력은, 스페인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그러지 못할 경우에는 이 영화라도 몇 번 봐서 대리만족을 느껴볼 수도.